매일 2억 버는데 시총 2500억?…더네이쳐홀딩스 본사 가보니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박영준 대표 1년여 만에 언론 인터뷰
“中 공격 영업…2025년 매장 400개로
적극적인 M&A로 사업 경쟁력도 강화
자사주 매입과 무상증자 중장기 검토”
1년 새 주가 45% 뚝…상장 후 최저가
“올 영업익 880억…목표가 2만5000원”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5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52세)는 지난달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더네이쳐홀딩스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마크곤잘레스’ ‘브롬톤런던’ ‘NFL’ 등 캐쥬얼 아웃도어 및 라이프스타일 의류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다. 2020년 7월 2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본사는 서울시 용산구 새창로 44길 10에 있다. 박 대표의 인터뷰는 1년여 만인데, 주가 하락으로 힘들어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언론에 나섰다.
2004년 2월 회사의 출발은 카메라 등 소형 전자기기 수입·판매였다. 이후 2010년 영국의 자선 브랜드인 ‘whatever it takes’의 한국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라이선스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엔 현재 매출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캠핑용품 및 여행용 가방 한국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2015년 의류 라이선스까지 추가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의류는 ‘Z세대 교복’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고, 20~50대 직장인들도 많이 찾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2019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NFL, 2022년 미국 스트릿 패션 브랜드 마크곤잘레스·‘폴딩 자전거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브롬턴런던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7월에는 애슬레저 웨어 사업을 키우기 위해 코스닥 상장사 배럴 지분 47.7%를 760억원에 인수했다.
박 대표는 배럴을 인수하고 흑자 회사로 탈바꿈 시켰다. 배럴은 2021년 77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으나, 2023년 3분기 누적 8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흑자전환 비결은 이른바 ‘더네이쳐홀딩스 DNA’를 심은 것이다. 마케팅·온라인·인테리어 분야 등 우수 인력 수십 명을 투입했고 노하우를 전수했다. 특히 영세업체들과 거래했던 영업 환경을 업그레이드해 이익률을 높였다. 박 대표는 “배럴 직원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강하다”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다각도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필리핀도 진출…2025년 中 매장 400개 전망”
2024년 사업 계획은 어떻게 될까. 박 대표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중국 직영 매장을 20개로 늘리고, 태국(2월)·필리핀(9월)에도 진출할 계획이다”며 “주력 매출 브랜드의 해외 시장 공략 강화로 두 자릿 수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경우 현재 중국에서 6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데 이를 세 배로 확장해 고급화·지역화 전략으로 중국 소비층에 한발 다가선다는 것이다.
직진출의 경우 직원 고용부터 마케팅 및 광고 비용, 백화점 임차료, 매장당 인테리어 비용(평균 3억~4억원) 등 적지 않은 투자금이 들어간다. 단, 출점 속도는 느리지만 생산·품질·가격 통제가 가능하단 장점이 있다. 박 대표는 “중국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직진출로 인한 현지 온라인·오프라인 영업 노하우를 완벽하게 쌓은 후 일 잘하는 대리상들에게 매장 운영 기회를 줄 것이다”고 했다. 이로 인해 2025년엔 중국에만 최소 300~400개의 내셔널지오그래픽 매장을 낸다는 목표다. 이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퀀텀점프가 예상된다. 다만 브랜드 이미지 및 매장 퀄리티를 유지하는 건 숙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출 쏠림도 완화한다. 박 대표는 “마크곤잘레스를 3년 내 ‘1000억 브랜드’로 키우고 브롬톤런던 경쟁력을 높여 라이프스타일 기업 정체성을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프·베라왕 캐리어도 실적 우상향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현장에 답이 있다”며 “月 1회는 꼭 매장 라운딩을 다닌다”고 말했다. 매장에 직접 방문해 점주와 매니저들에게 ‘잘나가는 제품은 무엇인지’ ‘개선할 부분은 어떤 것인지’ 등을 묻고 신제품 개발에 참고한다. 한 달에 절반은 중국·홍콩 등 해외에서 머무르는데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한 패션쇼 행사에도 수시로 참여한다.
그는 “1월 3일 뉴욕 출장을 가는데 현지 브랜드 조사, 신규 제품들의 특징, 변화하는 디자인과 원단 등을 직접 눈으로 봐야 안심이 된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나 유럽에 내셔널지오그래픽 패딩을 입고 가면 외국인들이 어느 회사 제품인지를 묻는다”며 “2025년 미국·유럽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2024년 진출 계획이다.
매년 실적 신기록…주가는 상장 후 최저가 근접
상장 후 실적은 매년 신기록이다. 2020년 매출(연결 기준) 2932억원, 영업이익 545억원에서 지난해 4978억원, 영업이익 908억원을 기록했다. 2년 만에 각각 69.78%·66.61% 급증한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2023년 사상 최대 매출인 5654억원,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한 767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 추정치가 맞는다면 하루 2억원이 넘는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3년 연속(2020~2022년) 18%를 유지했다.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23억원, 유형자산 중 토지 및 건물의 장부금액은 1665억원이다. 1일 시가총액(2582억원)의 80%가 넘을 정도로 재무 상태가 우량하다. 부채비율은 88% 정도다.
사상 최대 실적 예고에도 주가는 힘이 없다.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 1만7550원으로 1년 만에 45.07% 떨어졌다. 지난달 7일엔 상장 후 최저가(1만6890원)를 기록했다. 즉, 개인투자자들이 아무도 수익을 못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같은 하락은 중국 직진출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인한 단기 실적 우려 때문이다.
총 주식 수는 1471만576주로 박영준 대표 외 특수관계인 8인이 지분 38.82%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외국인 지분율은 7.26%로 유통 물량은 54% 정도다. 섬유의복 업종에 있다 보니 증시에서 소외되어 있다. 최근 5거래일간 하루 평균 거래량은 6만2017주다.
박 대표 “자사주 매입·무상증자 중장기 검토”
주주환원책을 고심하고 있을까. 박 대표는 “지속적인 배당 정책으로 주주들에게 보답하겠다”며 “자사주 매입 또는 무상증자를 중장기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실제 더네이쳐홀딩스는 3년 연속 배당을 진행했고, 2022년 1주당 400원(배당수익률 1.25%)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2021년에는 1 대 1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또 “실적 향상을 위해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신규 브랜드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사업전략 TF를 조직해 성장과 수익성 두 토끼를 잡겠다”고 강조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라이선스 홀더인 디즈니와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신규 영업망 개척·마케팅 등 많은 부분을 도움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사업의 예상보다 더딘 매출로 2024년 매출 6000억원, 영업이익 880억원을 전망한다”고 했다. 그는 “비우호적인 날씨 영향과 내수 소비 부진으로 단기 실적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어렵지만 투자 의견은 매수를 유지한다”고 했다. 그 이유로 “섬유의복 업종 밸류에이션이 최근 5개년 기준 역대 최저치(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 6배)로 하락해 추가 조정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상반기 해외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 확인 시 유의미한 주가 반등이 기대된다”고 했다. 목표주가는 3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내렸다. 그럼에도 현 주가 대비 42.45%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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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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