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는 잘 먹더라”[취재 후]
“글쎄요. 떡볶이는 잘 잡숫더만….”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과 재벌들의 ‘떡볶이 먹방’ 기사를 쓰기 직전에 부산에 갈 일이 있었다. 자갈치시장 인근 카페에 들렀다. 손님은 단 한명. 무료해 보이는 카페 주인에게 떡볶이 먹방을 본 소감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무관심과 냉소의 중간쯤이다. 주인은 이내 시름을 털어놨다. 경기가 많이 죽었다고. 주변에 빈 가게가 수두룩하게 나와 있다고.
부산의 경제는 몇 년째 내리막이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부산 소재 법인 1만5000여 곳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기업의 경영활동성, 고용활동성 등의 지표가 6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나긴 경기침체에 엑스포 유치 무산 충격까지 더해진 부산 민심이 윤 대통령의 먹방쇼 한 번으로 풀어질 리 만무하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바닥을 칠 때마다 TK를 찾았다. 그를 열렬히 환영하는 인파를 보면서 30% 남짓한 국정지지율이 딴 나라 얘기처럼 느껴졌던 걸까. 이번에도 어김없이 같은 장면이 재현됐다. 부산 국제시장을 지나 건너편 부평깡통시장을 지날 때까지 구름처럼 인파가 몰려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쯤 되면 이번에도 부산 민심을 달래려 내려간 건지, 엑스포 실패로 쓰린 자신의 속내를 위로받기 위해 간 것인지 헷갈린다.
사실, ‘정신 승리’라는 게 본래 개인 자유다. 그렇더라도 적어도 재벌들을 줄 세워 떡볶이는 먹이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먹방쇼를 둘러싼 냉소와 비판은 적어도 피했을지 모른다. 헤드라인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일명 ‘쉿! 짤’에 빼앗기는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제 재벌들을 만날 때마다 ‘먹방쇼’라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앞으로 그가 펼칠 ‘기업프렌들리 정책’에도 늘 ‘먹방쇼’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다.
억지웃음을 지으며 어색하게 떡볶이 그릇을 들고 있는 재벌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민망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늘 그렇듯이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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