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美대선까지 확대" 랩슨 전 美대사대리 [신년 인터뷰]
"한미동맹 강화에 北위협 고조 역설…北 도발 땐 韓 핵무장론 대두"
"긴장완화 위해 외교 필수지만 연내 불가능…한미 동맹 유지 확신"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미국 국무부에서 '한국 전문 베테랑 외교관'으로 꼽히던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 대사 대리는 올해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미국 대선이 치러지기 전까지는 긴장이 확대되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한미 동맹 강화에 한층 높은 도발과 위협으로 맞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은 물론 한국과 미국 역시 외교적 대화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어 긴장 완화의 계기를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랩슨 전 대사 대리는 최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이 대화에 복귀하도록 유인을 주거나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에 아무런 관심이나 정치적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랩슨 전 대사 대리는 40년에 이르는 외교관 생활 중 대부분을 한국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분야에서 일한 한국 전문가다. 결혼식도 서울에서 올렸다.
1984년부터 1986년까지 부산 영사관에서 근무했고,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대사관 경제과 부참사관 및 선임 통상담당관을 지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4년간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재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8년 주한 미국대사관 차석으로 서울로 복귀했으며 2021년 1월부터 7개월간 대사직이 공석이 된 미국대사관을 이끌었다.
"역설적으로 尹정부서 국민들 안보 불안…오판 위험 커져"
랩슨 전 대사대리는 "역설적이게도 한미(그리고 일본)가 안보 협력을 강화할수록 북한에 의한 도전과 위협도 증가했고, 이제는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이나 방조도 더 커지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동맹 강화 정책에 더 많은 한국인들이 안보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수년간 비무장지대(DMZ)에서 양측의 물러섬없는 맞대응 조치와 수사로 인해 긴장이 고조됐으며,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오판 위험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얼어붙은 대화…"긴장 완화 위해 외교 필수"
랩슨 전 대사대리는 "만약 북한이 7차 핵실험과 같은 대형 도발에 나서면 한국의 유력 인사들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한 워싱턴선언을 폐기하고 핵협의그룹(NGC)에서 남한 핵무장 논의로 넘어가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한미 동맹에 막대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을 벗어날 계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어느 때보다 외교적 해법이 필요하지만 남북간, 북미간 소통은 계속 얼어붙은 상태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아시아 정책을 총괄해온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청문회에서 "북한이 현 상황에서 더 이상 미국과의 외교에 관심이 없다고 결심한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우리가 억제력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역시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외교를 단적한 적이 없으나 북한이 외교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5년전 하노이 회담 실패에 따른 숙취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을 수 있고,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지원과 지지를 받고 있어 관여에 응하지 않겠다는 용기가 생겼을 수 있으며, 아마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와 더 나은 협상과 제안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유야 어쨌든 한국과 미국 역시 외교적 해법을 찾는데 소극적이다보니 갈등 완화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는 "긴장 완화를 위해서라도 어느 시점에는 외교적 트랙을 밟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올해 연말과 미국 대통령 선거때까지는 어느 곳에서도 불가능하다"며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겠지만, 그동안에는 우리는 모든 수반되는 위험과 함께 긴장이 고조되는 상태에 갇혀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 직접 경험…"재집권시 불확실성 확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더 큰 성장을 위한 기회도 많지만 도전과제 또한 많다"며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러한 진전과 계기가 정치적으로 지속가능한지 여부"라고 했다.
이어 "양국 모두 올해 주요 선거가 열리며, 그 결과는 각국 대내외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국과 윤석열 정부에는 무엇보다 과도한 미국과 일본 중심적인 정책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국내 비판세력들은 미국이나 일본으로부터 상응하는 대가를 거의 보지 못하면서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한국의 핵심적인 이득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도 언급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의 차이를 직접 지켜본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도쿄와 서울에서 고위 외교관으로 근무했었는데, 당시 양국 모두 (미국과의) 동맹과 파트너십에 대한 스트레스와 긴장이 있었다"며 "과거가 반드시 미래를 잘 예측하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는 확실히 한미동맹에 대해 지금보다는 아주 많은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이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주한 미군 규모나 방위비분담금, 북한과의 관여, 한반도 핵 문제, 중국 관련 안보 및 경제안보 정책,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간적 궁합까지 바이든 시기 한국 정책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질문과 우려가 틀림없이 제기될 것이다"면서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랩슨 전 대사대리는 "한미동맹은 70년간 많은 변화와 도전을 극복했고, 그 중 일부는 존립자체가 위태로울 정도였다"며 "서로에 대한 깊은 유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든 한미동맹은 유지되고 번영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인터뷰에 앞서 자신이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반세기 동안 미국 외교관으로 한국과 직접 협력하거나 한국에서 일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이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성취하고 경제 위기를 극복하며, 세계적인 전염병과 북한으로부터의 지속적이고 고조되는 위협에 단호히 맞서면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등 도전에 맞서고 극복하는 한국인들의 결단력과 회복력을 직접 목격했다"며 "미국은 진정한 친구이자 굳건한 동맹국이라는 사실에 깊은 자부심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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