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홍익표, 민생법·예산 성과…쟁점법안에는 '우회없는 직진'
대여협상 완급 조절…취업후학자금상환 특별법 등 처리, 예산안도 합의
노봉법·방송법 강행에 與 '입법 독주' 반발…선거제 내부 합의 '숙제'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오는 3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해 9월 26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당 분열상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원내 지휘봉을 잡았다.
전임 박광온 원내대표가 내부 표 단속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자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한복판에서 일종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셈이었다.
첫 시험대는 당의 최우선 과제였던 내홍 수습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원팀 민주당'을 내걸며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로 쪼개진 당의 통합에 주력했다.
일각에선 그가 범친명계 인사라며 계파전이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취임 후 당내 계파 갈등을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움직임을 둘러싼 내홍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친명 지도부에 대한 비명계의 불만이 종종 터져 나왔으나 파장은 크지 않았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홍 원내대표는 대선 경선 때 '이낙연 캠프'에 속해 비명계와도 밀접한 관계"라며 "계파 할 것 없이 수시로 의원들과 만나 소통하는 노력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취임 후 보름 만에 열린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의 압승은 홍익표 원내 지도부에 날개를 단 격이 됐다.
이후 홍 원내대표는 정책통으로서의 장점을 백분 활용해 국정감사를 진두지휘했다. 국감 상황실에서 상시 머물며 미세 현안까지 직접 챙겼다는 후문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 및 남한강 휴게소 운영권 헐값 매각 의혹, 김승희 전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 자녀 학폭 의혹, 수원지검 2차장검사 불법행위 폭로 등을 통해 정부와 여당을 몰아세웠다.
홍 원내대표는 적절한 완급조절로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에서도 성과를 냈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주요 민생입법으로는 취업 후 학자금상환(ICL) 특별법 개정안,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법,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 등이 있다.
각 상임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과 지역의사제법, 김포5호선 연장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법도 원내 지도부가 꼽은 민생법안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소위 '신사협정'을 체결, 정쟁 유발 소재였던 국회 회의장 내 피켓 부착과 상대 당을 향한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은 협치를 시도한 사례로 꼽힌다.
법정시한을 넘기긴 했으나 여당과 극적 합의를 통해 예산안 협상을 타결시킨 것도 적지 않은 성과다.
최대 뇌관이었던 R&D(연구·개발) 사업 예산을 6천억원 순증하고, 전액 삭감됐던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에 3천억원을 반영한 것은 홍 원내대표의 협상력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게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쟁점 법안에 있어선 국민의힘의 강한 반발에도 의석수를 앞세워 단독 처리하는 '힘의 정치'를 관철함으로써 여야간 '도돌이표 정쟁'의 한쪽 당사자가 됐다.
여당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가 반복될 때마다 '입법 독주', '거대 야당의 폭주'라고 비판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뒤따랐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법(방송3법)의 본회의 통과가 대표적인데, 이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며 결국 폐기됐다.
이어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법안은 작년 12월 28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과 공조 아래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으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방침으로 또 폐기 수순에 들어갈 게 유력해 보인다.
앞서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 정국에서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철회에 허를 찔러 탄핵안을 재발의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둔 홍 원내대표의 향후 과제는 다시금 '내부 통합'이 됐다.
이낙연 전 대표가 조만간 탈당 및 신당 창당 의지를 밝힌 데다 비명계 4인방(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역시 탈당에 무게를 싣는 등 새해 벽두부터 분열상이 다시 고조되고 있어서다.
아울러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내부 합의안 마련도 쉽지 않은 숙제로 꼽힌다.
현재 민주당은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현행 준연동형을 유지할지 과거 20대 국회 때까지 적용됐던 병립형으로 돌아갈지를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 상태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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