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한동훈’을 따라다닐 세 가지 질문

문상현 기자 2024. 1. 1.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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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한동훈’이 본격적으로 정치 무대에 올랐다. 앞으로 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3가지 질문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관한 내용이다.
한동훈 전 장관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인 한동훈’ 앞에 놓인 3가지 질문이 있다. 정치 무대에 오른 그에게 계속해서 던져질 질문이다. 그가 내놓는 답으로 향후 정치 행보의 방향도 엿볼 수 있다.

■ 도이치모터스 의혹은 ‘공작’?

2022년 1월 〈시사IN〉이 입수한 이른바 ‘채널A 사건’ 검찰 수사 기록(〈시사IN〉 제754호 ‘그날 채널A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기사 참조)에는 한동훈 당시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의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가 담겨 있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사건에 연루된 채널A 소속 백 아무개 기자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했다.

한동훈 전 장관과 대화 상대방이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은 날은 2020년 2월17일. 이날 〈뉴스타파〉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보도 시각은 오전 8시7분. 1시간24분 뒤인 오전 9시31분 “청문회는 지들이 통과시켜놓고”라는 대화 상대방의 메시지에 한동훈 당시 차장검사는 이렇게 답한다. “기소도 아니고 검찰 송치도 안 된 10년 된 내사 기록이 원본으로 유출? ㅎㅎㅎ 공작치곤 수준이.”

한동훈 당시 차장검사의 대화 내용 캡처가 백 기자 휴대전화에 저장된 시각은 2020년 2월17일 오전 9시37분과 오전 9시57분. 채널A 법조팀 단체 카카오톡 방(이하 단톡방)에서 이 캡처가 공유된 시점이었다. 캡처가 올라온 단톡방 대화 내용을 종합하면, 한동훈 차장검사와 대화를 나눈 상대방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로 추정된다. 그가 한동훈 당시 차장검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캡처한 뒤 단톡방에 공유했고, 이를 백 기자가 다시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했다는 뜻이다. 당시 채널A 법조팀장은 배 아무개 기자였다. 배 기자는 단톡방에서 이 전 기자가 공유한 캡처를 확인하고 “동재도 쉬는 날 고생이네”라며 “한동훈 아저씨 정말 오른팔답네 ㅎㅎ”라고 말했다.

3년 뒤인 2023년 2월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으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증권사 ‘주가조작 선수’ 등에게도 유죄가 선고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일부가 사실이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보도가 ‘공작’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법원에서 입증됐다. 도이치모터스 내사 보고서를 언론사에 제보한 경찰관은 보도 이후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경찰관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를 유출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라면서도 “범행으로 대가를 받거나 이익을 취한 바 없고, 내사 중지된 사건이 새롭게 수사 개시돼 관련자들이 구속 기소되기도 하는 등 결과적으로 공익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 ‘김건희 특검법’은 악법?

‘차장검사 한동훈’이 공작이라고 말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정치인 한동훈’이 다시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 때문이다. 특검법안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포함돼 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여야의 총선 전략과 연결돼 있다. ‘정치인 한동훈’이 여권 내 중책을 맡고 무게감이 커질수록, 그가 내놓는 입장은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는 개인 의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2023년 12월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법무부 장관 한동훈’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법 앞에 예외는 없다. 국민들이 보고 느끼기에도 그래야 한다. 다만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다.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는 독소조항도 있다. 무엇보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다. 그런 악법은 국민의 정당한 선택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답했다. “기본적으로 그 내용들이 공작이라는 건 맞지 않나. 몰카 공작 당사자인 ‘서울의소리’가 (윤 대통령 부부를) 고발했던데 그럼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돼서 처리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의혹을 제기한 ‘서울의소리’는 12월6일 검찰에 윤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12월1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했다.

검찰이 채널A 사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한동훈 당시 차장검사의 카카오톡 메시지.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공작’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정치권 일각에선 ‘정치인 한동훈’이 본격적으로 무대에 오르면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행정부 일원이자 대통령의 최측근일 때와 달리, 정치 무대에선 전통 지지층 이상의 폭넓은 공감과 반응을 끌어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장관 한동훈’의 발언은 앞선 관측과 거리가 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의혹 내용보다는 특검 추천 방식과 일부 조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재 야권이 발의한 특검법은 정략적이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고, 총선 이후 특검법을 수정해 새로 내면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에 가까운 ‘정치적 입장’이고, 김 여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 향후 정치 행보를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가방을 받은 행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취재 방식(몰래카메라 촬영)만 문제 삼았고, 3년 전 도이치모터스 의혹처럼 ‘공작’으로 규정했다.

■ ‘윤석열 징계처분 취소소송’ 상고할까

‘장관 한동훈’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날,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때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단을 뒤집고 윤 대통령 승소로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징계 절차가 위법이라, 징계 처분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절차가 잘못된 만큼 징계 사유는 살펴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앞서 1심 법원은 2021년 징계 절차가 적법했으며, 징계 사유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2020년 12월 주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와 채널A 사건 감찰 방해 등으로 법무부로부터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은 윤 대통령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 때문에 소송의 원고는 윤 대통령이고, 피고는 법무부 장관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동훈 장관이 법무부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징계가 정당하다고 주장해야 할 법무부가 항소심 소송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법무부는 한동훈 전 장관 취임 두 달 뒤인 2022년 7월, 1심 소송을 승소로 이끈 법무부 측 변호인을 정부법무공단으로 교체했다. 정부법무공단은 정부 및 행정기관의 소송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가 교체된 법무부 측 대리인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준비서면을 늦게 내거나, 윤 대통령 징계 절차의 적법성을 뒷받침하는 판례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증인 신청을 하지 않고,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이 신청한 증인에 대해서만 신문을 하며 대부분 10분 이내로 짧게 마치는 장면도 관심을 끌었다.

‘장관 한동훈’은 12월19일 법무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야당 비판에 대해 “사법부를 모욕하는 발언이다. 왜 (항소심에서) 기각됐는지 보면 그런 문제는 나올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면서도 억지로 모른 척하거나, 판결 내용을 안 읽어봤거나, 아니면 둘 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징계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법무부의 대법원 상고 여부가 주목된다. 상고 기한은 판결문 송달 뒤 2주 이내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2023년 12월21일 장관직에서 사퇴했다. 이날 오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직후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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