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갈등 커질라"…50개국 20억명 올해 어떤 '투표'할까

김하늬 기자 2024. 1. 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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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선거의 해]
미국 바이든·트럼프 재대결 주목,
과격한 보호무역주의 나올 수도…
이달 대만 대선은 '미·중 대리전',
푸틴 재선 가능성·우크라 연기 전망
[편집자주] 한국의 총선을 비롯해 새해에는 지구촌에 굵직한 선거가 많이 펼쳐진다. 결과에 따라서는 세계의 정치적 경제적 갈등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 그 여파는 우리에게도 미칠 것이다. 주요 선거 전망과 예상되는 영향을 짚어본다.

2024년 새해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투표함에 들어선다. 50여개 국가에서 20억 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전국구 선거가 치러지는 '선거의 해'다. 당장 이달 13일 대만 총통 선거가 있다. 3월에는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선(연기 전망), 4월은 인도 총선이 예정됐다. 하반기는 더 큰 판이 펼쳐진다. 6월 유럽 의회선거에 이어 7~8월 미국에선 대선후보가 결정된 후 11월까지 대선 레이스가 펼쳐진다. 굵직한 정치 이벤트 사이, 인도네시아 대선과 총선, 포르투갈과 벨기에 총선, 멕시코 대선도 잡혀있다. 대한민국도 4월에 총선을 치른다.
뉴욕타임스(NYT)는 다이앤 코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공정책학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선거 이후 세계 경제는 우리가 익숙했던 세상과는 매우 다른 지형이 될 것"이라며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들조차 경제 눈치를 본다. 경제 포퓰리즘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새해 선거가 실시되는 국가들의 경제는 세계 전체 생산의 약 60%를 차지한다. 2개의 전쟁을 보고 있는 국제사회가 정치와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적 전환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다면…"한국·일본 등 반응 전과 다를 수도"
11월 5일 열리는 미국 대선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구도가 유력하다. 이럴 경우 지난 1956년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애들레이 스티븐슨 전 대통령의 대결에 이어 68년 만에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게 된다.
(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미국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가상 대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4%p 차이로 따돌려 승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에머슨대학이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회(10월) 실시한 조사(47%) 대비 지지율 변동이 없었던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3%로 2%p 하락했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미국 대선 결과는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경제와 안보 구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우선 미국의 대중 보호무역정책은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전쟁을 시작한 건 트럼프 정부 때부터다. 대중국 보호무역정책은 바이든 정부까지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는 "무역 적자를 줄이고, 중국의 첨단 기술력을 견제함으로써 미국의 경제 패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 모두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바이든과 트럼프의 접근법은 다르다. 바이든 행정부는 무역협정이나 세계무역기구(WTO)를 염두에 둔 '동맹 중심주의'로 중국 견제 보호무역정책을 이어간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는 한편 '양자 주의'로 동맹과 비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한 수입 규제와 강력한 관세 조치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현재 여론 조사 결과에서 다소 앞서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할 경우 모든 수입제품에 10% 관세 추가 등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을 공언하고 있다. 또 그는 미국의 가장 큰 적은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라 유럽연합(EU)이라며 동맹과 상관 없는 보호무역주의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조지 W 부시(2001. 1~2009. 1, 공화당) 전 정부의 핵심 국제 경제 고문이었던 다니엘 M. 프라이스는 트럼프가 들고 나온 정책에 대해 NYT에서 "그 비용은 미국 소비자·생산자들이 부담할 것이고, 그런 계획은 동맹국들을 멀어지게 하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한국, 일본 등 주요 무역 파트너가 지난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때에는 조만간 관세 취소가 나올 것을 예상하며 보복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다음 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대선은 한국 경제와 안보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수시로 주한미군 철수·축소 카드를 언급하며 방위비 분담 비용을 높이는 협상을 해왔다. 여기에 과거 북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트럼프가 한반도 문제를 한국·일본을 배제하고 북한과 '직거래'로 풀려고 한다면 안보 상황은 꼬일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3각 공조에 기반한 안정적인 한반도 정책을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확대시키려 해왔다.

만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바이든 행정부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백지화하고 나설 경우,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선언해 온 국내 기업들도 문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한국은 IRA 이후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다. 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나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등 14개국이 참여하는 IPEF를 추진해 온 바이든 행정부 정책도 대선 결과에 달려있다.
'친중vs반중' 대만 총통 선거 향방은…'전쟁' 러시아도 대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1월 13일 열리는 대만 총통 선거는 '미중 갈등'의 대리전으로 읽힌다. 지난 11월까지만 해도 반중 성향 집권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지지율 1위로 당선이 유력시 됐지만, 친중 성향 제1야당인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도 뒷심을 발휘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19일 대만연합보에 따르면 여당의 라이칭더와 제1야당의 허우유이 지지율이 31%로 동률을 기록했다. 야권 단일화가 깨진 후 제3의 후보 민중당 커원저의 지지율은 다소 줄어 20% 안팎을 기록 중이다.

미중 무역 갈등 영향으로 대만의 대중 수출 비중은 줄고 있다. 특히 대만의 강점인 반도체 산업이 영향을 받는다. 중국 본토 및 홍콩은 2021년 대만 수출의 42%, 2022년 39%를 차지했다. 그런데 2023년은 11월까지 기준 그 비중이 35%로 감소했다.

일각에선 선거 결과에 따라 양안 군사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부르킹스 연구소는 "여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필연적으로 대만의 법적 독립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미국이 개입하는 양안 전쟁을 촉발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미국 디플로매트는 "3대 총통 후보 모두 방식과 정도는 다르지만 양안 현상 유지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실존적 위협은 없을 것으로 봤다.

이밖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처음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는 6월 6~9일 진행되는데, 최근 유럽 내 극우 정당 세력이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러시아는 5선 도전을 선언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대선이 3월에 열린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푸틴 대통령이 새 임기를 확정짓는다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고 석유 영향력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원유 생산량을 줄여 소비자 물가를 높인 적이 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봄에 5년 임기가 끝나지만, 전쟁 중 선거를 치르지 않겠다는 지난 11월 젤렌스키의 공언에 따라 3월 대선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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