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앤스톡] 빗썸에 역전당한 업비트, 과거 잊고 위믹스 품을까

양진원 기자 2024. 1. 1.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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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가운데 업비트가 위믹스를 재상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뉴스1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1위 '업비트'를 제치며 가상자산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몇 개월 동안 공들인 거래 수수료 0원 정책이 위메이드 가상화폐 '위믹스' 재상장과 맞물리면서 점유율이 급등한 결과다. 수수료 무료화 기조를 오래 이어가긴 어렵지만 한번 가입자를 늘리면 이탈이 쉽지 않아 잠재 고객 확보에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4년 만에 왕좌를 내준 업비트는 '위믹스 재상장'이란 카드가 남아 있다. 위메이드와의 불편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위믹스를 부활시키면 잠시 주춤한 업계 판도를 평정할 수 있고 지난해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상장 폐지) 결정이 공명정대했다는 명분도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업계 1위 업비트에겐 위믹스가 절실하지 않아 재상장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빗썸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어 더 이상 방관만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인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7일 오후 7시30분 기준 빗썸의 24시간 거래액은 4조9323억원을 기록, 점유율 과반을 넘기면서 업비트(4조3650억원)를 약 4년 만에 앞질렀다. 지난 4년 동안 업계 선두를 놓치지 않던 업비트는 올해 초 90%에 달할 정도로 막강한 사업자였지만 해가 바뀌기 전에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이후 업비트가 12월29일 기준 점유율이 60%대로 올라서며 정상을 되찾았지만 80~90%에 이르던 굳건한 점유율은 무너졌다는 평가다.

빗썸은 2019년까지만해도 줄곧 업계 선두를 달렸지만 당시 신흥 강자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손을 잡고 급성장하면서 양사의 격차는 현격하게 벌어졌다. 급기야 올해 들어선 빗썸의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리수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때부터 빗썸의 절치부심이 시작됐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재원 대표는 거래 가상자산 수수료를 무료화하겠다고 선언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위기의 순간 주요 수입원을 과감히 포기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4일 시작된 무료화 정책은 일시적 반등에 그치며 점유율 10%대 회복에 만족해야 했다.

정체 국면인 빗썸에게 날개를 달아준 게 위믹스다. 업비트는 여전히 위믹스를 재상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빗썸은 국내 1위 김치코인 위믹스의 수요를 빨아들였다. 재상장된 지 이틀 만인 지난해 12월14일 대장주 비트코인를 제치고 빗썸 내 거래대금 기준 1위를 거머쥐기도 했다.

빗썸 관계자는 "수수료 무료 정책이 점차 궤도에 올라서는 가운데 위믹스 효과로 탄력을 받았다"고 했다.

이는 코빗과 코인원의 순위 다툼에서도 드러난다. 만년 4위 코빗은 지난해 12월16일 오후 11시34분 24시간 거래대금 646억원을 기록, 코인원(645억원)을 제치고 국내 3위를 기록했다. 거래대금 기준으로 3위에 오른 것은 지난 201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4년 9개월 만에 3위 달성은 빗썸과 마찬가지로 '수수료 전면 무료화 정책'과 '위믹스 재상장'이 주효했다.

이로 인해 업비트가 위믹스 재상장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회원사 중 유일하게 위믹스를 상장하지 않은 업비트는 그동안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위믹스 상장이 사업상 유의미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빗썸의 약진으로 위믹스를 계속 외면하기엔 시장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한번 빗썸에서 계좌를 개설한 고객들이 수수료 무료화 정책이 중단된 이후에도 이탈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빗썸이 계단식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어 예전같이 견고한 독주 체제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만약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가 위믹스를 품는다면 가상자산 업계 1위를 단숨에 굳힐 뿐만 아니라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업비트가 의장사인 닥사는 회원사들의 잇따른 위믹스 재상장 이후 위믹스의 상장 폐지 사유가 대부분 해소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닥사가 1년 전 내린 위믹스 상장 폐지 결정이 사심 없는 것이라면 자신들의 밝힌 기준에 따라 위믹스를 재상장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재상상 가이드라인 1년 기준도 부합한 지금 위믹스를 재상장해야 '사필귀정'을 외쳤던 지난날이 공명정대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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