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파장 속 PF-ABCP '거래 부진'…차환 우려 고개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시공능력 순위 16위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파장 속에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유동성 경색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시작으로 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건설업 전반에 대한 투자 기피 심리가 강해져, PF-ABCP 차환 등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신한투자증권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A1급 및 A2급 PF-ABCP 거래량은 약 2조1천600억원, 3천4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넷째 주 A1급 거래량이 약 6조1천600억원, A2급은 6천500억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한 달 사이에 약 65%, 47%씩 급감한 셈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던 지난달 둘째 주부터 거래량 감소세는 뚜렷해졌다.
A1급의 경우 지난달 둘째 주 3조4천억원에서 셋째 주 2조8천900억원으로, 다시 넷째 주 2조1천6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A2급 역시 같은 기간 4천500억원에서 3천800억, 다시 3천40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이 같은 거래 부진은 연말이라는 계절적 요인 탓도 있지만, 지난달 중순 금융 당국이 PF 부실 문제의 '자기책임 원칙'을 강조하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설이 불거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채권 부문 관계자는 "당국이 자기책임 원칙을 강조하자 투자자들이 PF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자신들이 투자할 PF-ABCP에도 이슈가 생길 가능성을 우려해 투자를 꺼린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증권가는 PF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기조가 만기 연장에서 재구조화로 방점이 이동한 만큼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PF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PF 안정성이 저하되기 시작했고 대주들도 PF 연체율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만기 연장 횟수가 누적돼 다수 브릿지론의 사업성 훼손 정도가 커졌다"면서 "PF 시장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봤다.
시장 참여자들은 구조조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건설업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해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업종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 정상 사업장을 포함한 건설 부문 전방위적으로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신규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기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재무 안정성 지표와 유동성 대응력을 함께 주시해야 할 시점"이라며 "연초 PF-ABCP 거래량 회복 여부와 금리 수준 등을 확인하며 즉각적인 시장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도 "업체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금융시장 내에서 건설과 부동산 PF 관련 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당분간 신규 자금조달은 물론 기존 차입금과 PF 유동화증권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PF-ABCP 시장은 지난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이라는 대형 악재를 맞닥뜨려 힘겨운 연말·연초를 통과하게 됐다.
다만 PF 리스크에 대한 학습효과 덕분에 레고랜드 사태 당시처럼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 때는 지방자치단체마저 신용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와 오해가 쌓이며 유동성이 급격히 경색됐었지만, 부동산 PF는 이미 1년 넘게 시장에 노출된 악재라 정책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어느 정도 대비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표] 최근 한 달 PF-ABCP 등급별 거래량
(단위:백만원)
※12월 넷째 주는 지난달 28일까지 집계.
(자료=신한투자증권)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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