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여의도 789] ‘민주 영입 1호’ 박지혜 변호사 “기후변화 등 장기과제 해결책 찾는 정치 해야”

민영빈 기자 2024. 1. 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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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놀음·정쟁은 그만… 보통 사람들 삶에 비전 주는 정치 필요”
“여의도 정치 바깥에서 고민한 문제 토론·공감대 형성할 것”
“정치권에 청년·신인 들어오려면 당 차원 체계적 지원도 필요”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제22대 총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21대 국회는 민생을 외면한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으로 국민의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조선비즈는 4월 총선에 도전장을 내민 젊은 인재들이 생각하는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다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정치가 ‘그들만의 세계’로 보일 때가 있죠. 정치적 대립에 의한 정쟁이나 민생·경제를 살리겠다며 제시한 숫자같은 것들은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이것이 그동안 우리 정치에서 부족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돈만 잘 벌면 되는 세상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얼마나 좋아질지, 그리고 우리들이 바라는 삶을 살 수 있을지와 같은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 1호인 박지혜 변호사가 지난달 29일 민주당 중앙당사 대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영빈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대회의실에서 만난 박지혜(45) 변호사는 앞으로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변호사는 민주당 영입 인재 1호로 환경단체에서 기후 변화 관련 활동을 펼쳐온 여성 법률가다. 경기 연천 출신인 그는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경영학 학사, 스웨덴 룬드대 환경경영·정책학 석사를 마친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그는 기후환경단체 ‘플랜 1.5′, 사단법인 ‘기후솔루션’과 ‘에너지전환포럼’ 등에서 활동을 하는 등 기후 관련 이력을 줄곧 쌓아 왔다. 삼척석탄발전소 계획 취소소송 당시 변호인을 맡으면서 ‘기후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박 변호사는 정치 영역을 보다 대중들의 삶으로 끌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각보다 정치는 우리 삶 곳곳에 녹아 있다. 법이나 정책, 제도가 대표적”이라면서 “저처럼 ‘여의도 정치 바깥’에 있었던 사람들이 그동안 (바깥에서) 고민했던 우리 사회 문제를 정치권으로 들고 와서 함께 토론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문제를 해결한다면 이른바 ‘정치꾼’만을 위한 영역에 대한 정치 혐오도 조금씩 옅어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대중들에게 보여준 정치는 늘 싸우는 모습인데다 소위 ‘여의도 사람들만의 게임’으로 비쳐 왔다. 정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상호 간 비방이나 흠집 내기인 이유”라며 “그보다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한 건설적인 의견 교환의 장이자 사회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공간으로 정치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ㅡ이번 총선에서 이것만큼은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지향점이 있나.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인 만큼 우리 사회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갈지, 어떻게 변화를 줄 것인지 등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환경단체나 비영리단체에서 일할 때 고민했던 기후변화나 환경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런 것들을 기반으로 만든 정책이나 이슈를 제대로 말씀드리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거나 비방하는 등 ‘네거티브’ 전략은 지양하고 정책으로 승부하겠다.”

ㅡ이력을 보면 기후변화 등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평소에도 기후나 에너지 전환, 환경 이슈에 관심이 있는 정치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현실에 기반한 정치도, 당장 눈앞의 민생 해결을 위한 정치·정책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소위 ‘지금은 주목받지 못하고 흘러가지만 어느 순간 우리 눈앞에 닥치게 되는 문제’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도래하는 순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한 문제들인데, 그에 대해 미리 해결책을 찾고 비전을 제시하는 건 정말 필요하다.

국회에 만든 미래연구원도 그 일환이었다. 기후변화나 환경은 장기적인 과제다. 30년, 40년, 50년 이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당장 1~2년 만에 문제로 직면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 프로젝트를 꾸린다는 생각으로 계획을 세우고 이행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가 4년을 주기로 계속 바뀌더라도 이런 장기적인 과제를 논하는 데엔 끊김이 없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그렇게 되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

ㅡ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10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 아이가 자랐을 때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이 보장된 사회에서 살도록 해주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더라. 경제 성장을 통해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우리 삶에 돈보다 더 중요한 게 많지 않은가. 그 희망을 본 게 21대 국회의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탄소중립 기본법이었다. 22대 국회에서도 그때 했던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자 하는 큰 그림을 다시 논의하고 제안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ㅡ올해 총선 출마가 첫 도전이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정치 신인들한테는 선거법의 세세한 규정 하나하나가 다 장벽처럼 느껴진다. 나중에 선거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명함을 만드는 것부터 어떤 문구를 넣을지까지 전부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더라. 그래서 법 조항도 하나씩 세세하게 공부하고 있다.

사실 신인들에게 제일 현실적인 어려움은 기탁금일 것이다. 후보 등록에 1500만원을 내야 하는데, 원내 현역 정치인들처럼 후원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후원금을 받는 것도 아니니 결국 ‘본인 돈’으로 선거를 시작해야 한다. 선거자금을 환급받기 위해서는 ‘득표율 15% 룰’을 충족해야 한다. 동료 변호사인 천하람 위원장도 선거 때 돈을 많이 쓰고 환급을 못 받았다고 했었다. 이런 것이 신인들에겐 큰 장벽으로 다가온다.”

ㅡ정치 신인으로 갖는 장점이 있을 것 같다.

“정치 경력이 사실 ‘0′에 수렴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보시기에 신선한 이미지는 확실히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활동해왔던 일에 대한 전문성이나 능력에 조금 더 집중해서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싶다(웃음). 물론 정치 경험이 없으니 인지도 측면에서 현역 정치인들에게는 불리할 수 있겠지만, 선배 정치인들이 해온 것들을 보면서 잘 배우고 소통하고자 한다.”

더불어민주당 인재 영입 1호 인사인 박지혜 변호사(가운데)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호 인재 영입식에서 이재명 대표, 정청래 최고위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ㅡ정쟁이 심해지면서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졌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저도 여의도 정치 바깥에서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피로도뿐만 아니라 정치 혐오까지 커진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어 보인다. 장기적으로 문화를 형성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면 루머를 퍼뜨리거나 법적 절차를 밟는 것 같은 정치적 영역이 아닌 다른 수단이 들어오는 걸 막고, 정치인들 스스로도 각자를 정치적 파트너로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각 당 차원에서 ‘대화를 바탕으로 토론하는 정치를 해봅시다’와 같은 선언적 퍼포먼스도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 선언이라고 할지라도 국민 앞에서 서로가 약속하는 것 아닌가. 다 함께 지킬 거라고 믿는다.”

ㅡ어떻게 출마할지 방식은 정했나.

“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정한 것에 따라 결정해야 할 문제다. 그동안 해왔던 활동을 기반으로 정책에 집중하려면 비례대표가 바람직하지 않겠냐느 조언을 해주신 분도 있고, 보다 정치를 제대로 배우고 정치적 효능감을 실현하려면 지역 정치를 해보는 게 좋다고 하신 분도 있다.

처음엔 저도 정책을 해보고 싶었으니 비례대표에 조금 더 마음이 갔는데, 지역 현안에 제가 해왔던 활동들을 기반으로 할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상 생활에서 기후변화나 환경 문제가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 아니지 않은가.

지역구 출마를 하면 ‘하고 싶던 정치적 실험’이 될 것 같은데 이 또한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최우선은 제게 정치적 기회를 준 당 공관위의 결정이고 따를 것이다.”

ㅡ선거철마다 총선용 들러리·소모품으로 ‘청년 카드’를 쓴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정치에 청년 세대 대표성을 가진 사람의 자리가 적다는 건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다. 때문에 이들을 영입해서 정치 무대에 세우는 건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다만 저는 만 44세여서 당이 정한 분류상 ‘청년 정치인(만45세 이하)’에 들어가긴 하지만, 사회 경험도 있어서 청년 세대를 대변한다고 보기엔 조금 부족하다(웃음).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청년 세대를 정치에 참여시키려면 사회 경력이 없는 사람도 정치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분명 필요하고 잘 할거라고 믿으니까 영입했을 텐데 그대로 사라지게 놔두면 당도 손해 아니겠나.”

ㅡ정치 신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기성 정치인이 되는 거라고 한다.

“우리가 평소에 정치인들의 의정 활동을 자주 볼 수 없는데, 거의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때가 국정감사 때다. 정치 신인들이 피감기관에 질의하거나 발언을 하는 걸 들어보면 기성 정치인과 뭐가 다르지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아무래도 국회 안에서 보고 듣고 배우다 보니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이는데, 정치 신인만의 시각이 필요한 때가 있지 않겠나. 그들끼리의 연대나 교류를 통한 상호 간 활동을 통해 또 다른 방식의 정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ㅡ앞으로 총선까지 딱 100일 남았다.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민이 우리 정치에 실망한 지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도 그랬다. 왜 저렇게 싸우기만 할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회가 제대로 기능해야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민주주의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다.

실망한 지점을 놓치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이번 총선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정치 신인만의 새로운 시각과 도전이 유권자들이 새로운 투표를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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