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IOC 위원 유세 활동이요? 선수들과 같이 밥먹어야죠"[신년인터뷰①]
"한국 여성 최초 도전, 책임감 막중…가능성 반반" 행정가>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골프여제' 박인비(36·KB금융그룹)에게 2023년은 매우 바쁜 한 해였다. 골프선수로는 잠시 휴식을 취했지만 그럼에도 쉴 틈이 없었다. 4월엔 딸 인서를 낳아 '엄마'가 됐고, 산후 조리를 마친 직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선수위원 도전은 선수가 아닌 '행정가'로서의 첫 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일단 쉽지 않은 1차 관문은 통과했다.
박인비는 김연경(배구), 진종오(사격), 이대훈(태권도), 오진혁(양궁) 등 쟁쟁한 선수들과의 경쟁을 뚫고 한국의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1988년생 용띠인 그는 '용의 해' 갑진년(甲辰年), 파리 하계 올림픽에서 한국을 대표해 선수위원 선출을 희망하고 있다.
최근 뉴스1과 만난 박인비는 선수위원 선거를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했다. 그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고, IOC의 역사나 올림픽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인비에게 IOC 선수위원은 새로운 도전이다.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현역으로는 적지 않은 나이가 된 만큼, 골프 선수 이후의 삶도 고민할 시점이다.
박인비는 "운동선수의 수명은 굉장히 짧다. 선수 생활을 열정적으로, 원없이 했지만 그것을 그만뒀을 때 긴 인생동안 뭘 해야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스포츠 행정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선수들을 돕는다면 의미도 크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IOC 선수위원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계기는 2016년 리우 올림픽이었다. 박인비는 당시 116년만에 부활한 올림픽 여자 골프 종목에 선수로 출전해 금메달을 수확했는데, 마침 그 대회에서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선수위원에 당선됐다.
박인비는 "유승민 위원이 당선되면서 나 역시 행정가의 길을 관심 갖고 지켜보게 됐다"면서 "올림픽도 한 번 더 나가야하는 등 여러 자격 조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에 도쿄 올림픽에도 나가면서 조건을 충족했고, 올해 출산을 하면서 선수 생활이 뜸해졌다. 또 유승민 위원의 임기가 내년으로 종료되는 상황이었다"면서 "모든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 번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선수 때 나왔던 승부욕이 자연스럽게 발동했다. 그는 최종 후보 선발 면접에서 유창한 영어로 자신이 IOC 선수위원 적임자임을 강조했고, 결국 '만장일치'로 후보에 선정됐다.
박인비는 "후보로 경쟁했던 분들이 워낙 대단한 분들이고 커리어도 훌륭하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면서 "그저 우리나라 최고 스포츠 스타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다보니 후보로 뽑아주셨다"며 미소지었다.
이제 남은 관문은 최종 선정이다. 최종 32명의 후보에 선정된 박인비는 올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서 1만여명 선수들의 선택을 받아야한다. 상위 4명 안에 들어야 IOC 선수위원의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데, 미국의 육상 스타 앨리슨 펠릭스 등 후보군이 만만치않다.
박인비는 한국 후보로 선정되기 전 "유승민 IOC 선수위원이 리우 올림픽에서 450㎞를 다니면서 5㎏이 빠졌다고 들었다. 나는 500㎞를 뛰어 10㎏ 감량 하겠다"며 발로 뛰겠다고 했는데, 그 의지는 변함없다.
그는 "선거법이 워낙 타이트하기 때문에 튀는 행동을 할 수는 없다"면서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만나고 인사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올림픽 기간에는 다들 예민한데 그 틈을 잘 비집고 들어가야한다"면서 "모두 밥은 먹을테니, 식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할 것 같다. 같이 밥 한 끼 하면서 어필해야겠다"며 웃었다.
한국은 앞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문대성(태권도),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유승민(탁구)이 선수위원에 뽑힌 바 있다. 만일 박인비가 목표를 이룬다면 역대 3번째이자, 여성 선수로는 최초의 쾌거를 이루게 된다.
박인비는 "전반적으로 여성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인데, 한국 최초의 여성 선수 위원이 된다면 좋은 귀감과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마냥 기분이 좋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할 지에 대한 고민과 책임감이 훨씬 커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가능성은 반반으로 봤다. 그는 "결국 내가 하기에 달린 것 같다. 올림픽 때 가서 선수들에게 얼마나 잘 어필하고 표심을 끌어낼 수 있을 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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