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창재 KAI 유럽 소장 “6兆 유지·보수사업 수주에 최선”

민스크(폴란드)=박성우 기자 2024. 1.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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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1호기를 시작으로 4개월 만에 총 12대의 FA-50을 성공적으로 납품했습니다. 항공 산업 역사상 최단기 납품입니다. 남아 있는 6조원 규모의 후속 유지·보수 사업 수주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작년 말 폴란드 마조비에츠키 공군기지에서 만난 이창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유럽사무소 소장은 “항공기 수명은 30년 정도인데, 전투기 구입 등 획득 비용이 전체(100%)의 30%라면 나머지는 후속 관리 사업”이라며 “KAI가 추가로 (후속 관리 사업)계약을 체결하면 전투기 제조·판매 뿐만 아니라, 서비스로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재 KAI 유럽사무소 소장이 FA-50 모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성우 기자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ng)로도 불리는 후속지원사업은 기기 수출의 1.5~2배 규모 시장이다. 48대의 FA-50 공급 계약이 30억 달러(약 4조원)인 만큼 MRO 시장 규모는 최소 약 6조원이다.

KAI는 작년 10월 폴란드에 유럽사무소를 개소했다. 사무소는 민스크 공군 기지에 상주해 24시간 밀착·정밀 지원을 제공하고 폴란드 공군의 가동률 향상과 안정적인 운용을 지원한다. FA-50 마케팅을 담당하던 이 소장은 유럽사무소 1호 소장이 됐다.

이 소장은 “폴란드는 FA-50뿐만 아니라 현재 개발 중인 KF-21의 잠재 고객으로 중요한 파트너”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여러 지역에서 다목적 전투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KAI는 약 600대의 전투기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소장은 “폴란드 계약을 트랙레코드(실적) 삼아 KAI의 수출국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소장과의 일문일답.

─KAI 유럽 사무소 신설의 의미는.

“작년 10월 사무소를 개소했고 현지에서 FA-50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중부 유럽 지역의 신규 사업화를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주변 잠재 고객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1호 유럽 사무소라는 점에서 책임감이 크다.”

─현재 납품 상황은.

”FA-50 사업은 총 48대 물량이지만, 2개의 계약으로 나뉘어 있다. 1차 계약 물량은 FA-50GF 형상 12대, 2차 계약은 최상위 형상인 FA-50PL 36대를 납품하는 것이다. 1차 계약 물량은 지난해(2023년) 12월 납품을 완료했다. 2차 물량은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납품을 진행할 예정이다. 1차 계약이 2022년 11월에 발표됐으니, 1년 만에 12대를 초고속으로 납품했다.”

─1년 만에 전투기 12대 납품이 가능한가.

“1차 계약의 핵심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국내에서 본체, 날개와 꼬리날개, 엔진 등 7개 모듈로 분리한 뒤 화물기에 실어 공수하는 방법을 썼다. 폴란드에 도착한 모듈은 민스크 공군기지로 들어와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숙련된 기술진이 현장에 파견돼 보통 5일 정도 재조립 과정을 거친다. 이후 지상, 비행 테스트를 하고 폴란드 공군의 (계약)수락팀에서 인계검사와 비행테스트를 진행한다. 마지막 서류 작업을 거쳐 최종 납품 승인을 받는데, 한대당 2~3주 정도 시간이 소요됐다.

KAI 내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항공 관련 사업을 봐도 신품 항공기를 1년 안에 공급하는 사례는 없다. 이는 한국과 폴란드 정부의 협력 관계가 큰 역할을 했다. 한국 공군에 납품하기 위해 생산 중이던 항공기 12대를 폴란드에 납품할 수 있도록 이관해 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공군 국방기술품질원 등의 지원이 필수적이었다.”

─FA-50GF와 FA-50PL의 차이점은.

”보통 항공기 형상이라고 부르는데 FA-50에는 여러 형상이 있다. 폴란드에 납품하는 항공기는 한국 공군이 운영하는 형상과 동일하다. 자동차 옵션 차이와 비슷하다. FA-50PL은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공대지·공대공 무장 업그레이드 등 최상위 사양으로 보면 된다.”

─FA-50의 강점은

“폴란드는 FA-50뿐만 아니라 미국의 F-35, F-16도 함께 도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FA-50은 F시리즈와 최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종이다. 예를 들어 F시리즈나 FA 기종 모두 무장 호환이 가능하다. 또 시스템과 사용자경험(UX) 등이 비슷해 FA-50으로 훈련을 받은 조종사는 F16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훈련 면에서도 효율성이 높다.

FA-50은 고등훈련과 전술훈련이 모두 가능하고 전투 임무, 실전투 수행이 가능한 다목적 전투기다. 한 명이 모든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지만, 좌석이 2개라 교관이 함께 탑승해 교육용으로도 쓸 수 있다. 여기에 가성비도 훌륭하다. 정확한 금액을 얘기하긴 어렵지만 FA-50은 구입 비용 기준으로 다른 4.5세대 전투기의 50%에 불과하다. 만약 항공기 수명 30년간 운영 비용까지 고려하면 비용이 4분의 1까지 줄어들 수 있다.”

─폴란드 등 유럽 시장에서 추가 계약 가능성은.

“FA-50뿐만 아니라 현재 개발 중인 KF-21의 잠재 고객으로 폴란드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여러 지역에서 가성비 높은 경전투기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향후 10년 이내에 600대 정도의 소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FA-50을 비롯해 개발 중인 4.5세대 전투기 KF-21에 대한 주변 지역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지 보수 계약 진행 상황은.

“전투기도 자동차처럼 무상 서비스 기간이 있다. 통상 2년 정도다. 2년 이후 서비스는 별도의 후속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한다. 항공기의 수명이 30년 정도 된다면 28년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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