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의 해 北 '위성 도발' 예고…2016년의 긴장 재현될까
긴장 유발해 트럼프에 '북미관계 해결사' 어필 기회 줄수도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대선의 해인 2024년 정찰위성 3기 발사와 핵무기 증산 토대 구축 등을 예고함에 따라 현재와 비슷한 북미 대립 구도 속에 미 대선이 치러진 2016년의 '재판(再版)'이 펼쳐질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12월 3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5일차 회의에서 "압도적인 전쟁대응 능력"을 강조하면서 2024년에 핵무기 생산을 지속해서 확대할 토대를 구축하는 한편 군사정찰위성 3개를 추가로 발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12월31일(현지시간)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 기조를 밝히고, 북한의 공격 행위 억제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한 국제 공조 등을 예고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또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어떤 발사도 다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여기에는 인공위성을 우주로 발사하기 위한 우주발사체(SLV)도 포함된다"며 북한이 예고한 정찰위성 발사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일임을 분명히 했다.
일부 미국 매체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입장을 1월부터 후보 선출 레이스에 돌입하는 미국 대선(11월)과 연결지었다.
AP통신은 "내년도 국정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노동당 주요 회의에서 나온 김 위원장의 발언은 그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향후 외교에서 지렛대를 강화하기 위한 무기 실험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현 미 대선 국면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돌풍'이 대선판을 흔들었던 2016년 북한이 보인 행보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승리한 2016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은 그해 1월과 9월 각각 4차, 5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2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광명성, 8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을 각각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 지수를 높였다.
북한의 대외 환경 면에서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한국의 보수 정권(박근혜 정부)과 미국의 민주당 정권(버락 오바마 정부) 조합이었고, 미국은 대북 양보를 포함하는 과감한 외교 드라이브를 자제한 채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기조를 보였다는 유사점이 있다.
워싱턴의 외교가는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이번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또 한차례 정상외교를 의식한 채 대미 전략을 수립할 가능성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8∼2019년 싱가포르와 베트남, 판문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3차례 회담하 바 있다.
당사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인하긴 했지만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3일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인정한 가운데 북핵 동결과 제재 완화의 맞교환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일각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이상적인 목표에 매달리기보다는 핵군축 등 군비통제 협상을 시도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새로운 협상판을 짤 수 있는 '파트너'로 트럼프를 선호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럴 경우 북한은 2024년 이미 예고한 정찰위성 발사와,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 시험 발사,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통해 긴장을 유발하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전 국면에서 현직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외교 실패를 부각하는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관계를 활용해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지도자'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게 만드는 상황을 조성하려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 '2개의 전선'에 관여하고 있는 상황이 미 대선 직전까지 계속될지 여부, 최근 '관리' 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을 보인 미중관계 양상 등도 북한의 대미도발 여부와 수위에 고려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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