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00…승패 가를 5가지 변수
오는 4월10일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1일로 꼭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야당과 여당이 각각 ‘정권 심판론’과 ‘거야 견제론’으로 맞서는 가운데, 여야의 전직 당대표들이 신당 창당에 나서는 초유의 상황 속에 총선의 해를 맞는다. 임기 중반에 접어드는 윤석열 대통령, ‘민주당 심판’을 외치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국민의힘, ‘정권의 독주를 멈추겠다’는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거대 양당 정치의 틈을 노리는 제3지대 세력은 100일 동안 사활 건 ‘민심 잡기’ 경쟁에 나선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이번주 중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할 예정이라고 이 전 총리 쪽 관계자가 31일 말했다. 지난 30일 이재명 대표는 이 전 총리와의 회동에서 ‘대표직 사퇴를 전제로 한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요구를 거부했고, 이 전 총리는 “제 갈 길을 가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개혁신당(가칭) 창당을 선언한 터다. 선거제마저 미확정인 상태에서 여야의 전직 당대표들이 제3지대에서 결합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총선 함수가 한층 복잡해졌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변수가 많은 총선”이라며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라면 여당이 참패하지만, 야당도 혁신을 안 하면 악재를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결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윤 대통령이다. 집권 3년차에 치러지는 총선인 만큼 국정운영 평가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부정평가가 60% 안팎에 이르는 만큼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이 다소 우세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2월18~20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총선에서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45%, ‘국정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43%로 나타났다. 앞서 12월5~7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정부 견제론’ 51%, ‘정부 지원론’ 35%로 그 격차가 더 컸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총선을 앞두고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야당 주도로 12월28일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정부에 송부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김 여사가 현재 우리 당의 제일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대통령실로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주목받지 않도록 하면서 ‘회고적 투표’(정권 심판)가 아니라 (누가 미래를 책임질 수 있나를 보는) ‘전망적 투표’를 하도록 안간힘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역대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실제 투표 결과로 항상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1988년 13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9차례 총선 가운데 여당이 제1당 확보에 실패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 집권 3년차였던 16대 총선(2000년)과 박근혜 대통령 집권 4년차였던 20대 총선(2016년) 두차례뿐이다. 여당의 쇄신 노력이나 탄핵, 코로나19 등 외적 변수가 작용한 결과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5년차(2012년) 지지도가 20% 초반대에 머물렀지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통령과 차별화하면서 새누리당은 그해 19대 총선에서 152석으로 1당을 확보했다.
이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윤 대통령과 얼마나 차별화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번 총선 결과는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한 위원장의 정치적 미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 안에선 아직 윤 대통령 임기가 많이 남은 탓에 정면으로 각을 세우는 건 여러모로 부담스럽지만, “여당과 대통령은 상호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라는 한 위원장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정권 심판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원인이 ‘수직적 당-대통령실 관계’였다. 그걸 바꾸기 위해 비대위까지 들어선 것인데, 한 위원장이 ‘윤석열 아바타’에서 그친다면 총선은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이 ‘공천 개혁’을 하겠다면서 대통령실·검찰 출신으로 채워넣는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며 거야 견제론을 호소하고 있다.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재명 대표의 ‘무위의 리더십’, 이낙연 전 총리 탈당 등 분열 양상, 공천을 앞두고 더 심각해질 계파 갈등,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는 약한 결단력, 민심과 동떨어진 공격적 강성 팬덤 등 민주당 내부의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국민의힘 판단대로 심판받는 건 정부·여당이 아니라 민주당이 될 수도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이로 인한 리더십 리스크도 문제다.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성남에프시(FC)·백현동 의혹 등으로 매주 법원에 출석하고 있고, 위증교사 혐의는 1심 선고가 총선 전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또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수수 의혹을 받는 20여명의 의원에 대한 검찰 조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 대표를 지지하면서도 이 대표가 통 크게 물러나는 것이 당도 살고 자신도 살 길이라고 보는 시각이 꽤 있다”며 “이 대표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총선까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스스로 말해왔듯이, 총선 성적에 차기 대선 재출마 여부 등 그의 정치생명이 걸려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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