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농업, 대한민국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

관리자 2024. 1. 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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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 문제 한순간 해결 어려워
생명창고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을
디지털 기반한 스마트농업이 열쇠
청년세대 관심높아져 다행스러워
정부·유관기관 투자 멈추지 말아야
스마트농업육성법이 마중물 되길

농업은 ‘오래된 미래’라는 표현이 잘 어울립니다. 우리의 미래는 오랫동안 축적해온 지혜를 바탕으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수천년의 역사를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농업은 대한민국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입니다.

외국에 나가보면 많은 사람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우리나라를 부러워합니다. 한껏 자부심을 느끼다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 1위,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여기서 농업·농촌을 생각하면, 개발도상국들이 부러워하는 새마을운동의 성공이 떠오르면서도 지역소멸 위기, 열악한 교육·의료 인프라 등으로 고통받는 농촌의 현실이 떠올라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특히 청년을 찾아보기 힘든 농촌의 모습을 보면 정치권이 정책과 제도로써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최근 농업·농촌에 온기가 돌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글로벌 한류에 힘입어 농식품 수출액이 해마다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김치 등 가공품, 딸기 등 농산물의 수출이 증가하며 김밥·떡볶이 같은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가 미국시장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이 농업·농촌에 관심을 보이면서 새로운 꿈을 모색한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가 늘어가는 등 농촌에 활력을 가져올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농업·농촌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결되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도 없습니다. 기후위기·초저출산 등 당면한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농업·농촌 문제는 국민과 함께 풀어가야 할 모두의 문제입니다.

농업은 국민에게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뿐만 아니라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했을 때, 우리나라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주요 원자재뿐만 아니라 먹거리마저도 제대로 공급될 수 있을까 불안하던 시기였습니다. 앞으로도 언제든 그 불안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농업이라는 생명창고를 잘 지켜야 할 이유입니다.

미래의 농업은 국민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농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생산구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국민이 농민의 정성과 노력을 알아줄 때, 지속가능한 모델이 구축된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농촌은 영농활동이 효율적·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해가야 합니다. 농산물의 생산·가공·유통을 위한 산업 인프라 뿐만 아니라 영농 주체인 농민과 전후방산업 관계자까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생활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농업이 살아야 농촌이 살고, 농촌이 살아나야 대한민국이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 스마트농업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하나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됐습니다. 디지털 전환에 농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미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등 전 과정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되며, 농장도 첨단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농산물시장 또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수많은 디지털 기업의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농산물 생산과 유통의 디지털화는 물밑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팜으로 상징되는 스마트농업이 기존 농업과 농촌을 혁신하기 시작했습니다. 농업에서는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불필요한 농약과 비료 사용을 최소화하는 정밀농업을 가능케 합니다. 이렇게 생산된 친환경·고품질 농산물을 통해 넓은 토지가 없어도 경쟁력을 갖춘 농업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농장이 스마트팜으로 변하면서 농민들은 언제 어디서나 농작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며, 축사에서도 24시간 가축의 상태를 파악해 질병을 조기 예방하고 최적의 사육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청년들이 스마트팜으로 모이고 있다는 소식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청년세대에게 농업이라는 전통적 산업이 흥미로운 영역이 돼가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스마트농업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분석·활용해 농사에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전국 4곳 지역에 조성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젊은 농민들이 땀 흘려 기술을 익히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화 리더이자 국제적 감각을 가진 청년들이 스마트팜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가고 있으니 우리 농업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 기술 혁신은 기회의 장을 넓혀주는 한편, 도전과제를 주기도 합니다. 스마트팜 기술이 특정 소수의 전유물이 된다면, 이는 또 다른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그 혜택이 고르게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정부의 노력에 더해 농협에서도 시설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농민들을 대상으로 보급형 스마트팜사업을 펼칩니다. 앞으로도 스마트농업을 확산시키기 위해 농협이 맡은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미 확보된 농협의 유통망과 기술력 등은 즉시 활용할 수 있어 장점입니다. 지역마다 농협에서 스마트농업을 장려하면 빠른 속도로 스마트농업이 확산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팜에는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한 만큼 경제적 리스크도 크겠지만, 정부와 유관기관이 농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되겠습니다.

스마트농업이 제대로 꽃피기 위해서는 산적한 수많은 과제를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2023년 6월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가능하게 할 출발점입니다. ‘스마트농업육성법’ 제정이 본격적인 한국형 스마트농업을 견인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2024년은 청룡의 해입니다. 청룡은 날씨와 기후·식물 그리고 모든 생명의 탄생을 수호하는 존재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농업·농촌이 다시 비상하는 새해가 되길 기원해봅니다.

김진표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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