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국가대표 향해…AI발 HBM 달고 반등 가속[메모리의 봄①]
생성형 AI 열풍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수요 급증…올해도 희망적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지난해 반도체 업계 상황은 그야말로 '바닥'이었다. IT업계 고객들의 구매 심리는 얼어붙었고 재고 조정 모드로 돌아서자 반도체 가격은 D램·낸드를 중심으로 곤두박질쳤다.
반도체를 살 곳은 줄어들었고 그만큼 재고는 계속 쌓이며 재고 자산평가손실은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됐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000660)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적자는 20조원을 웃돌았다.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으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이들은 고심 끝에 반도체 공급을 줄이는 대대적인 '감산'을 택했다. 감산 효과가 지난해 하반기에 들어 빛을 발하며 회복의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재고 부담을 딛고 차츰 '공급자 우위'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폭발적인 수요를 보인 AI(인공지능) 덕분에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각광을 받으며 수요 측면에서도 힘을 받았다.
◇ 늘어난 재고에 삼성까지 인위적 감산…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세
2년 넘게 이어진 반도체 불황의 주된 원인은 '재고'였다. 메모리 재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수요 대비 공급이 과잉이라는 측면에서 향후 반도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었다.
라인 재배치·생산 효율화로 자연적 감산만을 해오던 삼성전자(005930)도 지난해 2분기부터 인위적 감산에 동참하면서 조금씩 숨통이 트였다. 통상 공급측면에서 조절은 6개월 이후 반도체 가격에 영향을 준다. 감산 효과는 지난해 11월쯤부터 본격화됐다. AI용 메모리인 HBM3, 고용량 DDR5와 더불어 고성능 모바일 D램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SK하이닉스 D램 사업의 경우 3분기 흑자로 전환됐다.
메모리 시황 개선 신호는 수치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 우선 메모리 가격이 석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지난해 12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6.45% 상승한 1.6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엔 1.30달러였지만 10월(1.50달러) 11월(1.55)에 이어 석 달째 오름세다.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제조사가 고객사에 반도체를 공급할 때의 가격을 뜻한다. D램익스체인지는 "올 1분기 PC D램 제품 ASP(평균판매가격)는 전분기 대비 10~15%, 2분기는 3~8%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낸드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해 12월 메모리카드·USB용 낸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도 4.33달러로 지난해 9월 3.82달러, 10월 3.88달러, 11월 4.09달러에 이어 석 달 연속 오름세다.
◇ '한파 속 효자' HBM, 새해에도 반등의 열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전자 업계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는 기술을 생성형 AI다. 덕분에 극심한 메모리 시장 한파 속에 고성능 D램인 HBM3가 반등의 열쇠 역할을 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TSV로 수직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제품을 말한다. 가격도 기존 제품보다 5~7배 비싸기 때문에 팔수록 이득이다. 현재 제조사들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 중이다.
고부가 제품인 HBM의 활용도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씨티증권은 글로벌 D램 매출 중 HBM 등 AI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6%에서 2025년 41%로 크게 늘 것으로 예측했다.
AI 시대가 열리면서 올해 빅테크들이 구조적 투자에 열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은 자체 AI칩을 만들겠다며 시장 지배력이 큰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쟁 AI칩에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를 지원하는 HBM 등의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에 메모리 제조사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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