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누구를 위한 시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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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내가 아는 한 농산물 시세는 제일 자주 변동하고 가정 살림의 체감온도를 가장 먼저 바꾸는 요소다.
농산물 시세는 또한 농민의 마음을 가장 크게 들었다 놓았다 한다.
"농산물 시세는 어떻게 결정되나요?" 농산물의 시세를 결정하는 요인이 복잡·다양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의문을 가질 고객도 납득시키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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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일정한 시기의 물건값을 뜻한다. 내가 아는 한 농산물 시세는 제일 자주 변동하고 가정 살림의 체감온도를 가장 먼저 바꾸는 요소다. 농산물 시세는 또한 농민의 마음을 가장 크게 들었다 놓았다 한다.
우리 농장의 지난해 하반기 주수입원은 절임배추로, 원물 재료인 유기농 배추도 직접 농사짓는다. 문제는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와 연이은 우기로 육묘부터 작물 관리까지 생산비가 크게 투입됐지만, 우리 기준치에 미치는 ‘상품(上品)’이 절반도 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 농장은 일본 오염수가 방류되기 전 사용한 천일염과 유기농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몇년째 동결했던 유기농 절임배추의 가격을 몇천원 인상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고객에게 전송했다.
“요즘 배추 가격이 떨어졌던데 절임배추 가격 그대로 받아요?”
밭을 보며 한숨만 내쉬면서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절임배추 예약을 받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가을 초입,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통화 첫마디에 가슴이 턱 막히는 듯했지만 숨을 고른 뒤 차근차근 판매가를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 설명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목구멍 근처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열기를 누르며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지피티)에 물어보았다. “농산물 시세는 어떻게 결정되나요?” 농산물의 시세를 결정하는 요인이 복잡·다양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의문을 가질 고객도 납득시키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챗GPT는 농산물 시세 결정의 주된 요인으로 다섯가지를 답해줬다. “1. 공급과 수요: 농산물의 공급량과 소비량은 시세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2. 기후 조건: 날씨 변화는 농산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3. 시장 조건: 수출·수입·정부의 규제 등이 농산물 시장에 영향을 미칩니다. 4. 환율 변동: 농산물은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기도 하므로 통화 가치 변동이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5. 생산 비용: 농작업에 드는 비용, 씨앗 가격, 노동력 등이 농산물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모두 다 중요하지만, 농민으로서 피부에 가장 크게 와닿은 요인은 2번 ‘기후 조건’과 5번 ‘생산 비용’이다. 해마다 인건비와 자재값은 오르는데, 농산물 판매로 번 돈을 모두 생산에 재투입해도 예측 불허의 기후변화로 매출을 올리기가 정말 힘들다. 농민이 미래를 준비하는 속도보다 기후변화의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탓이다.
대부분의 경제재는 공급자가 판매가, 즉 시세를 결정한다. 그리고 대부분 그 시세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농산물 가격 결정권은 생산자이자 공급자인 농민에게 없다. 1차 생산물의 시세만으로 살아남기 힘들어진 농민들은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내야만 한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 농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끔은, 지치기도 한다. 시세대로 팔아도 먹고살 수 있는 농민·농가가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러한 농업 구조가 돼야만 농민이 농업에서 퇴출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김지영 라온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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