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그냥 쉬었어요

관리자 2024. 1.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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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학적 관점에서 한 나라의 인구는 크게 세 집단으로 나눠진다.

유소년인구(만 0∼14세),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그리고 노년 인구(만 65세 이상)다.

생산가능인구를 64세로 한정하지 않고 65세 이상 전체 인구로 넓혀 보는 경우도 많다.

노동력적 관점에서 국제노동기구(ILO)는 65세 이상 인구를 생산가능인구로 볼 것을 권고하는데, 우리나라도 주로 이 기준에 따라 통계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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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이 놓친 구직 단념 인구
청년 100명 중 5명…사회문제
학력 높으니 일자리 눈에 안차
부모의 무한 책임도 원인 꼽혀
생산가능인구 증가 한계 도달
청년이 노동시장으로 돌아와야

인구학적 관점에서 한 나라의 인구는 크게 세 집단으로 나눠진다. 유소년인구(만 0∼14세),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그리고 노년 인구(만 65세 이상)다. 이런 구분의 배경에는 생산가능인구가 유소년·노년 인구를 부양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높을수록 경제는 활기를 띠고 유소년·노년 인구를 부양하는 부담도 작아진다.

생산가능인구를 64세로 한정하지 않고 65세 이상 전체 인구로 넓혀 보는 경우도 많다. 인구학적·노동력적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동력적 관점에서 국제노동기구(ILO)는 65세 이상 인구를 생산가능인구로 볼 것을 권고하는데, 우리나라도 주로 이 기준에 따라 통계를 정리한다.

그러나 노동이 가능한 연령이라고 모두 실제로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의 규모가 작지 않다.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인구는 약 4547만6000명인데, 그 가운데 경제활동인구는 2937만5000명으로 64.6%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약 1610만1000명으로 15세 이상 인구의 35.4%에 이른다.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전통적인 세 집단은 주부·군인·학생이었다. 비경제활동인구에는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장기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구직 단념자들이 포함된다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최근 노동통계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현상이 바로 이와 연관이 있다. 비경제활동인구를 구성하는 전통적인 세 집단 이외에 ‘그냥 쉬었음’이라고 응답하는 사람이 급속히 늘고 있다. 구직을 포기한 이가 늘면서 이제까지 핵심적인 지표의 역할을 해왔던 실업률이라는 개념이 가장 크게 타격받았다.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을 측정한 지표가 실업률이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일하는 것을 포기한 사람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자 통계에서 이탈된다. 실업률이 오늘날 과거보다 적게 언급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업률을 대신해 등장한 지표가 고용률이다. 이것은 생산가능인구에서 고용된 인구가 점하는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비정상적으로 커진 비경제활동인구를 고려한 절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고용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실업률이 줄어든다는 의미도 있지만, 구직을 포기했던 사람들이 노동시장이 호전되자 일할 의사를 보이며 노동시장으로 돌아오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우리나라의 청년은 월평균 4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청년 인구 100명 가운데 5명이 그냥 쉬고 있다는 응답을 보였는데, 이것은 11년 전보다 2배 넘게 증가한 비율이다. 고용 사정이 괜찮은 상황에서도 많은 청년이 그냥 쉬고 있는 것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다.

이들 가운데에는 취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를 하는 이른바 취업준비생들도 있지만, 취업 의욕이 낮거나 심지어 취업을 위한 교육·훈련도 받지 않는 ‘니트족’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등교육에 대한 열망이 매우 높아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면서 일자리와 학력 사이의 괴리가 커진 게 청년 백수화를 심화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가족간의 연대가 강하고 자녀에 대한 무한 책임을 보이는 문화도 일하지 않는 청년을 늘리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저출생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의 증가도 이제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의 가파른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그냥 쉬는’ 인구의 비율을 낮추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김대래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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