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업, 세계를 누비다] 한국 종자·농업기술, 아프리카 녹색혁명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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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도 아닌 이역만리 서아프리카 땅에 뜻밖에 한국어가 울려 퍼졌다.
지난해 11월말 찾은 기니 은제레코레 부오지역의 벼 수확 현장.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에 환갑을 맞기까지 한국 농업의 부침과 성장의 역사를 곁에서 목도했다.
'농민신문'은 이처럼 한국 농업이 걸어온 60년의 궤적과 미래를 향한 비상을 6부작 창간기획 'K-농UP'을 통해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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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라이스벨트 구축사업
현지 식량부족 해결 기대
신선농산물 수출현장 등
성장과정 생생하게 소개
“통일!”
한반도도 아닌 이역만리 서아프리카 땅에 뜻밖에 한국어가 울려 퍼졌다. 지난해 11월말 찾은 기니 은제레코레 부오지역의 벼 수확 현장. 농민들은 한국에서 전수받은 통일계 벼 품종을 ‘통일’이라 불렀다. 30℃가 넘는 찜통더위에도 ‘통일’을 수확하는 농부들의 만면엔 미소가 그득했다.
본디 풍요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 땅에 풍년이 들었다. 얻는 것이라곤 쭉정이가 대부분이었던 현지 재래종 대신 통일계 벼 품종 ‘이스리-7’을 심은 결과다. 지구 반바퀴 너머에서 온 씨앗은 농업뿐 아니라 그들의 삶을 바꾸고 있었다. 예전엔 보증받지 않은 벼 종자를 맨땅에 아무렇게나 흩뿌려 심었다면 이제는 우리나라처럼 논을 만들어 ‘이스리-7’을 모내기한다. 벼 재배기간은 짧아지고 수확량은 훌쩍 늘었다. 배곯는 날은 줄어들고 주머니는 조금 더 두둑해졌다.
30여농가로 구성된 벼농사 공동경영체를 이끄는 하바 안드레씨는 “2023년에 통일계 벼 품종을 처음 심었는데 원래 6개월 걸리던 재배기간이 3개월로 단축되고 수확량은 1㏊당 600∼700㎏에서 6t으로 늘었다”면서 “농사지은 쌀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뿐 아니라 먹고 남은 쌀을 팔아 닭 같은 가축도 살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기니에서 만난 농민들의 눈엔 한국이 선물한 녹색혁명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그 근간엔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케이(K)-라이스벨트(한국형 쌀 생산벨트) 구축사업’이 있다. 쌀 자급률이 낮은 아프리카 국가에 우리나라의 다수확 벼 품종과 농업기술 등을 전수하는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이다. 2023∼2027년 시행하는 이 사업엔 기니를 비롯해 가나·기니비사우·감비아·세네갈·카메룬·우간다·케냐·시에라리온·코트디부아르 등 10개국이 참여한다.
정부는 K-라이스벨트 구축사업이 빈곤 퇴치, 기아 종식 등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참여국에 한국산 농기계 수리센터·임대사업소를 설치해 벼농업 기계화 기반을 구축하는 등 국내 농기자재업체의 진출 토대도 다질 계획이다.
이같은 ODA는 식량 원조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발전한 유일한 국가이자 단기간에 식량 자급을 이뤄낸 나라로서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기에 가능했다. 한국과 기니는 1964년 동시에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60년이 흐른 지금 기니는 여전히 수원국으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20년 만에 WFP 원조를 졸업하고 세계 10위 안에 드는 공여국이 됐다.
공교롭게도 1964년은 ‘농민신문’이 창간된 해이기도 하다.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에 환갑을 맞기까지 한국 농업의 부침과 성장의 역사를 곁에서 목도했다. ‘통일벼’를 기반으로 한 녹색혁명과 보릿고개의 종언은 한국 농업 성장사의 첫 페이지를 썼다. 농산물시장 개방 등 거센 파고에 휘청이는 날도 많았지만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는 우리 농업을 한단계 더 발전시켰다. 그리고 이제 농식품·스마트팜·농업기술 등 한국 농업과 관련한 모든 분야가 ‘K’라는 이름표를 달고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농민신문’은 이처럼 한국 농업이 걸어온 60년의 궤적과 미래를 향한 비상을 6부작 창간기획 ‘K-농UP’을 통해 조명한다. 먼저 K-농업이 세계를 누비는 현장으로 그 포문을 연다. 우리 종자와 농업기술을 전수 중인 아프리카부터 우리가 신선농축산물·가공식품·스마트팜 등을 수출하는 현지로 날아가 세계에서 다시 쓰는 K-농업의 성장사를 생생하게 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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