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시조 당선작] 이동평균선-민진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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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드문 대구에 3일째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약속을 앞두고 시간이 비어 잠시 들어간 카페에서 당선 소식을 들었습니다.
시조에 현대성을 갖추려면 전통을 답습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인의 의식과 세태를 참신한 언어와 감각으로 표현하고 의미화하는 시대정신이 요구된다.
시조의 완결성과 문학성은 작가가 품은 문제의식을 섬세한 언어와 구체적인 이미지로 담아내면서 주제를 형상화하는 독창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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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당선 소감] “쓰고자 하면 할수록 더욱 어려워…불씨 잘 지켜갈 것”
겨울비가 드문 대구에 3일째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약속을 앞두고 시간이 비어 잠시 들어간 카페에서 당선 소식을 들었습니다. 차가운 손을 녹이자마자 접한 소식에 바쁜 일상을 핑계로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내렸습니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너무나도 덤덤했던 기분이 크리스마스 캐럴을 타고 들썩였습니다.
글을 쓰는 목적은 독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저 자신부터 제 글에 공감이 되는지, 감동을 얻을 만한 꼬투리라도 있을지 매번 고민합니다. 스스로를 다독여줄 수 있는 글이 된다면 그것을 접하는 어느 누군가의 마음 한편이나마 따뜻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쓰고자 하면 할수록 더욱 어렵습니다. 글을 쓰는 건 제가 접한 모든 것 중에 가장 힘든 일이지만 그 험난한 과정을 버텨내고 넘어가고자 매번 자신에게 도전합니다.
따뜻한 불씨를 품어주신 ‘농민신문’ 신춘문예 관계자분들과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항상 든든히 등을 밀어주는 가족들과 동인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봄날이 되기 전 잠시 틈을 내 저 자신에게도 그래도 이만하면 잘해나가고 있다고 한번쯤은 토닥여주고 가려고 합니다. 지치지 않고 나아가야 할 걸음을 위해 바닥부터 찬찬히 다져나가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큰 행운과 함께 오는 무게감은 언제나 겸손이라는 단어를 먼저 되뇌게 해줍니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씨를 꺼트리지 않도록 열심히 지켜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민진혜 ▲1980년 대구 출생 ▲영남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졸업 ▲2023년 제13회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대상 수상 ▲시조동인 한결 회원 ▲계간 ‘시조21’ 편집장
[시조 심사평] 현실감 있는 이미지의 구체적 전개가 눈길 사로잡아
시조에 현대성을 갖추려면 전통을 답습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인의 의식과 세태를 참신한 언어와 감각으로 표현하고 의미화하는 시대정신이 요구된다. 시조의 완결성과 문학성은 작가가 품은 문제의식을 섬세한 언어와 구체적인 이미지로 담아내면서 주제를 형상화하는 독창성에 있다. 시조의 참신성은 친숙한 소재인가 아닌가의 문제보다 주제를 어떻게 형상화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에서 온다.
투고된 시조를 일별하면서 당선작으로 꼽은 작품은 이러한 현대적 요소를 시조 양식에 잘 녹여낸 ‘이동평균선’이다. 주식시장에서 미래 예측을 위한 도구로 주로 쓰이는 이동평균선을 소재로 한, 현실감 있는 이미지의 구체적인 전개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한탕주의와 사행성으로 주식이나 복권 등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인간의 욕망을 구체적인 이미지와 발랄한 언어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함께 응모한 ‘소금사막’과 ‘팔레트’에서도 언어 감각이 돋보였다.
최종심에 언급된 ‘미나리’는 언어를 운용하는 힘과 ‘구(句)’의 능수능란한 전개, 구성의 힘이 탄탄했으나 다소 익숙한 주제와 표현이 아쉬웠다. ‘임진강’ ‘청사포’ ‘풍경을 사다’ 역시 현대시조의 미래에 가능성을 모은 작품이다.
시조의 ‘서정’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을 때 ‘무엇을’ 쓸지 보다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시조의 현대성을 구현하는 길에 적극 동행해줄 것을 믿는다. 당선되지 못한 분들께는 아쉬움을 전하며 시조 창작의 길에서 함께 뵙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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