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시 당선작] 상현달을 정독해 주세요-박동주(본명 : 박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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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전화를 받는 순간 명치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했습니다.
그동안 반짝거리며 다가왔던 시들이 부옇게 지워졌습니다.
그러나 슬픔의 정수리에서도 시는 늘 든든하게 저를 위로해줬습니다.
대학교 1학년 연세 문학회 활동을 하다가 시인으로 사는 것이 자신 없어 한참 동안 시를 외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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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당선 소감] “나의 시로 누군가의 가슴을 따뜻하게 할 수 있었으면”
당선 전화를 받는 순간 명치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했습니다. 그동안 반짝거리며 다가왔던 시들이 부옇게 지워졌습니다. 멀고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슬픔의 정수리에서도 시는 늘 든든하게 저를 위로해줬습니다. 마음이 까무룩 해져 길을 갈 수 없을 때면 어김없이 시는 저의 손을 꼭 잡아줬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처럼 살아갈 때도, 시는 늘 곁에 있었습니다. 시를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저의 시도 누군가의 가슴을 따뜻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교 1학년 연세 문학회 활동을 하다가 시인으로 사는 것이 자신 없어 한참 동안 시를 외면했습니다. 그리워하면서 멀리했습니다. 이제 주저하는 마음은 버리렵니다. 모래 알갱이처럼 많은 말 중에 섬과 섬을 이어주는 따뜻한 말들을 엮어 시를 쓰렵니다.
한동안 시의 독자로만 있던 저는 동작문학반의 맹문재 선생님을 만나면서 다시 시를 쓰게 됐습니다. 오랜 시간 시를 찾아가는 길은 짙은 안갯길 같았습니다. 외로운 여정에 여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시의 초석을 놓아주신 맹 선생님 고맙습니다. 시의 환경을 열어주신 하재연 선생님, 시클 창작반의 하린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습니다.
나의 문우 나비족과 나비족장 박지웅 선생님, 평생 시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격려로 이끌어주시고 깊고 넓은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저를 맨 앞자리에 놓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단히 정진하겠습니다.
언제나 저를 응원해주는 남편 창헌, 사랑하는 두 딸 미선·영선, 사위 재광, 친정엄마 그리고 이 모든 기쁨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동생들 미자·병준·은정·병근 고맙다.
박동주 ▲1962년 경기 이천 출생 ▲연세대학교 불문과 졸업 ▲서울 서초반포구립도서관 시 창작반 활동
[시 심사평] 서정시 기본형에 매우 충실한 작품…미적 완결성 갖춰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전통적인 서정에 충실한 시가 많았다. 화자가 어떤 대상을 만나면서 세계와의 내밀한 동일성을 꿈꾸는 시, 뿌듯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로 마무리되는 결말…. 대부분 은유적인 기법에 기대어 잘 빚은 항아리처럼 고만고만한 체형을 갖고 있는 시들이 그렇다. 응모자들이 ‘농민신문’이라는 신문사의 이름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일까. 우리는 해마다 오는 신춘이 아니라 이제껏 한번도 와보지 못한 놀라운 신춘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마지막까지 유심히 읽은 작품 중에 ‘허물’은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채 정리가 되지 못했고, ‘용접공’은 현실감이 살아 있지만 소품이었고, ‘간헐천’은 능숙한 솜씨에 비해 자기 갱신의 의지가 약해 보였다.
‘도배사’ 외 4편을 쓴 분은 시에서 감각이 발생하는 지점을 잘 간파하고 있는 사람이다. 일상을 화사하게 형상화하는 솜씨가 뛰어나지만 매번 적당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아 멈추고 만다. 더 자신 있게 세상과 ‘맞짱’을 떠도 좋을 것이다. ‘돌무덤’ 외 5편은 이미지의 충돌에 의한 유장한 서사의 전개가 볼 만했다. 하지만 자신이 발견한 시적인 것의 절정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응모한 시의 길이와 연의 형태가 모두 비슷한데, 고정된 틀을 부숴야 한다.
당선작으로 고른 ‘상현달을 정독해 주세요’는 서정시의 기본형에 매우 충실한 시인데, 당신이라는 대상과의 거리 조정으로 미적 완결성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함께 응모한 시편 중 ‘미나리’도 수작이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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