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 탄탄한 작품 많았지만…도발적 작품 크게 줄어"[소설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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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응모된 작품들 중에는 그 어느 때보다 기본기가 탄탄한 작품들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좋은 소설에 요구되는 정확한 문장, 안정된 구성, 핍진한 개연성 등을 갖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었으며, 택배나 물류센터 등에서 일하는 청년이나 요양원에서 여생을 버텨나가는 노인들이 유독 많이 등장하였다.
이 작품의 긴장은 전적으로 20대 여성 금비의 시선을 통해 중년여성들이 그려진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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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응모된 작품들 중에는 그 어느 때보다 기본기가 탄탄한 작품들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좋은 소설에 요구되는 정확한 문장, 안정된 구성, 핍진한 개연성 등을 갖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측면은 심사위원들을 크게 고무시켰지만, 동시에 도발적인 작품들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점은 안타까웠다. 또 하나 이번 심사는 소설이 시대의 거울이라는 고전적인 명제를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었으며, 택배나 물류센터 등에서 일하는 청년이나 요양원에서 여생을 버텨나가는 노인들이 유독 많이 등장하였다. 지방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서울에 대한 선망과 질시의 정서가 등장하는 작품들도 큰 줄기를 이루고 있었다.
오랜 논의를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오버 드라이브' '비비안의 딸들' '썬캡 돌리기' '말을 하자면'이다. '오버 드라이브'는 정통파 소설에 해당한다. 자기 성찰의 집요함, 집중력 있는 사변적 서사 등이 내뿜는 원숙함이 심사자들을 압도하였다. '비비안의 딸들'은 문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 전반에 넘쳐나는 서사적 활력과 중간중간 읽는 이를 뜨끔뜨끔하게 만드는 삶의 실감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그러나 '오버 드라이브'와 '비비안의 딸들'은 당선에 필요한 마지막 한걸음이 더 필요하다는 데에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썬캡 돌리기'는 분양사무소에서 일하는 중년여성들을 다룬 작품으로서, 마지막까지 치열한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이 작품의 긴장은 전적으로 20대 여성 금비의 시선을 통해 중년여성들이 그려진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금비가 엄마나 이모는 물론이고 선캡 아줌마들 같은 한 세대 위의 여성들에게 느끼는 동질감과 이질감의 미묘한 양가 감정이야말로 이 작품의 묘미였다. 당선작으로 뽑힌 '말을 하자면'은 전반적인 응모작의 경향에 비춰본다면 단연 이색적인 작품이었다. 그러한 독특함은 정치적 문제제기를 우선시하는 것, 그러한 문제제기가 상식화된 PC(정치적 올바름)의 뒷면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 사회 전체를 아우르겠다는 작가적 패기가 존재한다는 것 등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독특함은 전통적인 단편소설의 미덕과는 다른 면모를 노출하기도 했지만, 당선작이 지닌 새로움과 패기는 그러한 아쉬움을 덮고도 남는다는 데 심사위원들은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당선자에게는 뜨거운 축하와 함께 한국문학의 결핍을 채워 주는 절대적 작가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간발의 차로 당선이 되지 못한 분들에게는 진심 어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김숨 문지혁 백지연 이경재(대표 집필) 천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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