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남편... 맞고 살긴 싫지만, 생계비는 막막한데 어쩌죠?"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 성취도 크지만, 한국의 중년은 격변에 휩쓸려 유달리 힘들다. 이 시대 중년의 고민을 진단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해법들을 전문가 연재 기고로 모색한다.
법률 : <7> 배우자의 폭력ㆍ외도 대처법 (1)
이혼 소송, 폭력ㆍ외도가 주 원인
결혼 유지·이혼, 모두 소중한 결정
상황에 맞게 보호 법제 활용해야
최근 우리나라 혼인율은 급감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매년 법원에 접수되는 가사 사건 수는 계속 증가 중이다. 특히 이런 가사 사건 중 ‘이혼 청구’가 70%를 넘는다. 다른 기타 소송과 비교해도 이혼 소송이 압도적으로 많다.
필자는 이혼 전문 변호사다 보니 다양한 사연을 접하는데, 이혼 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배우자의 폭력과 외도다. 배우자에게 폭력을 당했거나, 배우자의 외도와 마주하는 것은 사실 말로 다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이다.
그렇다면, 배우자의 폭력과 외도 앞에서 이혼만이 답일까? 실제로 이혼을 결정하고 ‘안전한 이별’을 부탁하는 의뢰인도 있지만, 여러 가지 사유로 이혼을 원치 않는 분도 의외로 많다. 이혼이 아니라면, 합법적인 대처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큰 아픔을 겪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하는 마음으로 정확한 법률관계를 두 차례에 걸쳐 말씀드리고자 한다.
폭력 피해자, 100% 이혼을 원할까?
중년 전업주부가 필자를 찾아와 사진 몇 장을 내밀었다. 사진 속 그녀의 눈 주위는 검붉게 멍든 채 퉁퉁 부어 있었다. 남편이 두꺼운 책을 던졌는데 다행히(?) 눈 위에 맞았단다. “조금만 비껴 맞아 눈을 맞았다면, 실명했을 거예요. 다행이죠.” 눈의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상태인데 다행이라니!
또 다른 의뢰인의 이야기다. 그가 들려준 녹음 파일은 들으면서도 믿어지지 않았다. 남편은 평생 전업주부로 자녀들을 잘 키워온 그녀에게 “평생 내 돈으로 빌어먹은 빈대 같은 X” 등의 폭언을 쏟아부으며 그녀의 자존감을 짓이겼다. 그녀는 민망한 듯 사정을 털어놓으며 이런 이야기를 덧붙인다. “이 양반이 평소에는 정말 자상해요.” “매일 그러는 건 아니에요. 잘할 땐 잘해요.”
가정폭력 때문에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 못한 것을 마치 자기 책임인 양, 인생 성적표에 낙제점을 받은 것처럼 부끄러워하는 분들이 있다. 그들에게 꼭 말씀드린다. “가정폭력은 사고 같은 거예요. 가정폭력에 ‘피해자 책임’은 없어요. 폭력을 당해왔다고 해서 실패한 가정을 이룬 게 절대 아니에요”라고.
그렇다면, 변호사까지 찾아온 이 피해자들은 이혼을 결심한 걸까? 아니다. 전업주부 입장에선 당장 다음 달 아이들 학비, 생계비가 막막할 수 있다. 남편이 개과천선해 ‘정상적인’ 배우자로, 아빠로 역할을 다해주기를 바라는 분도 있다. 그만큼 각자 처한 상황은 다양하다. 이런 의뢰인들에게 일괄적으로 이혼을 강권하는 게 해답은 아닐 게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폭언ㆍ폭력을 일삼는 남편과 한 공간에 살면서 학대를 당해야 하지 않나?
이혼을 고민하는 그대에게
가정폭력 피해자라 해도 일단 이혼 여부는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다만, ‘안전하게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당장 이혼하지 않고도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법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먼저, 피해자가 경찰에 가정폭력 신고를 하면 ‘임시 조치’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 임시 조치가 발동되면 폭력 배우자는 즉시 집에서 나가야 하며,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없고, 통신(전화·문자·이메일 등)도 금지된다. 피해자는 추가로 경찰에 거주지 순찰, 즉시 출동 기기 지급 등 ‘신변 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임시 조치는 수사기관(경찰·검찰)이 사건을 법원에 기소하는 순간 풀린다.
문제는 통상 수사기관은 피해자에게 추가 보호조치를 할 시간을 주지 않은 채 기소 직후 문자 메시지만으로 기소 사실을 알린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수사기관이 언제 기소할지 알 수 없다. 그러면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임시 조치가 풀려버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공백 기간’이 생긴다.
그러므로 필자는 ‘피해자 보호 명령 제도’를 권장한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정법원에 “피해자 보호 명령”을 청구하면, 앞선 ‘임시 조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이 제도는 법원이 보호 기간을 명확하게 정해주고, 가정폭력 가해자가 접근한다면 추가 형사처벌(구속 등)까지 가능하다. 단점도 있다. 피해자 보호 명령으론 1년만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이후엔 법원에 ‘피해자 보호 명령 연장 신청’을 해서 계속 연장해야 한다. 연장 기한도 최초 보호 명령 포함 최대 3년까지다.
이혼을 결심한 그대에게
이혼을 결심했다면? 앞서 ‘수사기관을 통한 임시 조치’와 ‘피해자 보호 명령’ 외에, 이혼소송을 진행하는 법원에 '접근금지 사전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폭력 가해자가 이 처분을 어길 경우, 더 많은 액수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고 이혼 소송 전반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소송이 진행 중인 이상, 아무리 간 큰 가해자라도 대부분 잘 지킨다. 그만큼 피해자는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
김승혜 법무법인 에셀 파트너변호사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자랑 같이 있었잖아"...이승연 父, 53년 전 과오에 눈물 ('아빠하고 나하고')
- 김국진♥강수지, 새해에 2세 갖나..."기막힌 일 보게 될 것" ('조선의 사랑꾼')
- 악플 시달리는 푸바오 할아버지...에버랜드가 입장문까지 낸 까닭은
- 잠을 푹 자려면 커피는 오전 10시 30분 전에 한 잔만
- "소임 다한 故이선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추모 [전문]
- 전방 GP 찾은 美 사령관은 왜 모자를 바꿔 썼나
- 사실상 '무력 적화통일' 선언... 핵카드 든 북, 더 거칠어지나
- '56년 무료예식' 신신예식장 대표 "가난한 예비부부를 위한 제야의 종 울릴 것"
- "김치! 참치! 꽁치!" 신신예식장 '깜짝 주례' 선 한덕수 총리 [포토]
- 와르르 무너진 콘서트 무대... 송가인 "광주 꼭 가겠다"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