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태극기를”...맹추위 녹이는 태극전사들의 올림픽 집념

김지섭 2024. 1. 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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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해 분주히 돌아가는 시계
새벽부터 거친 숨소리와 굵은 땀방울
현실적인 목표 금메달 6개지만
선수들 집념에 "더 희망적으로 봐도 될 것"
2024 파리올림픽의 해를 맞아 국가대표 선수들이 새벽부터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러닝을 하며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현재 선수촌에는 양궁, 펜싱, 체조, 유도, 핸드볼, 수영, 테니스, 역도 등 300여 명이 입촌해 파리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진천=서재훈 기자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2024 파리올림픽의 해를 맞은 국가대표 선수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어김없이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대운동장을 달렸다. 매일 새벽 반복되는 일과지만 올림픽이 열리는 결전의 해인 만큼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아침을 연 것이다.

영하 3도의 추위는 선수들의 뜨거운 땀방울에 녹아내렸다. 대운동장 곳곳이 거친 숨소리로 가득 찼고, 땀으로 흠뻑 젖은 선수들은 두꺼운 외투를 벗어 던졌다. 새벽부터 속도를 높여 질주하던 여자 유도 선수들은 러닝 훈련을 마치자마자 트랙에 드러눕기도 했다.

오전 5시 50분께 일어나 씻지도 못한 채로 6시 새벽 훈련을 소화한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은 “처음 방에서 나올 때는 당연히 춥지만 뛰다 보면 땀이 나기 때문에 운동 끝나고 씻는다”며 “훈련이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펜싱 간판 오상욱은 “그래도 날씨가 좀 풀려 다행”이라며 “전에는 7, 8바퀴를 뛰어야 점퍼를 벗을 수 있을 정도로 추웠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200여 일 남았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시계

여자 유도 선수들이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한 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진천=서재훈 기자

현재 선수촌에는 양궁과 펜싱, 체조, 핸드볼, 유도, 수영, 테니스, 역도 등 300여 명이 입촌한 상태다. 아직 올림픽까지 200여 일 남았지만 선수들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간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남겨놓은 종목도 있고,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국제대회도 많기 때문이다.

김제덕은 “아직 대표 선발전이 남아 최대한 준비를 잘해서 파리올림픽에 나가는 게 최우선 목표”라며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고 싶고, 그 다음 개인전을 보고 있다. 혼성전도 나갈 수만 있다면 2연패를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도쿄올림픽 당시 화제를 모았던 김제덕의 ‘파이팅’ 외침은 파리에서 보기 힘들 전망이다. 그는 “파이팅을 크게 외치면서 하는 모습을 안 보일 수 있다”며 “파이팅 안 해도 차분하게 경기하는 걸 많이 연습했다”고 강조했다.

남자 유도 선수들이 충북 진천선수촌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밧줄 타기를 하고 있다. 진천=서재훈 기자

2회 연속 올림픽 ‘노골드’에 그친 유도 선수들은 아침 일찍 웨이트 트레이닝장을 접수했다. 무거운 역기를 들어 올리고, 선수촌 훈련의 상징처럼 된 밧줄 타기로 근력을 키웠다. 남자 유도의 간판 이준환은 “최종적인 목표는 파리올림픽 금메달”이라며 “올림픽 전에 경기들을 통해서 다치지 않고 질 수 없다는 자신감을 만들어 대회에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유도의 금맥이 끊긴 것에 대해선 “금메달을 따면 스타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좋은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열정과 집념은 금메달 6개 이상

선수촌 곳곳에는 ‘파리에 태극기’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도쿄올림픽 때 금메달 6개, 종합 16위로 부진했던 성적을 만회하자는 의미지만 현실은 역시 쉽지 않다. 최근 종목별 침체기가 이어져 체육회 내부에서 현실적인 파리올림픽 목표를 금메달 6개로 잡고 있다. 하지만 장재근 선수촌장은 “아직 종목별로 세팅이 정확히 안 돼 있지만 선수들의 기량을 봤을 때 조금 더 희망적으로 잡아도 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수영 대표팀 황선우가 진천선수촌 수영장에서 물살을 가르고 있다. 진천=서재훈 기자

실제 선수들의 열정과 집념은 넘쳤다.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오상욱은 “금메달 부담이 없지 않지만 다른 종목도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며 “에페나, 플뢰레에서도 금메달을 전부 획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이 덜어진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도마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여서정은 “목표를 크게 잡고 부족한 것을 채워가고 있다”며 “올림픽이 4년 주기로 있다 보니 다음에 또 할 수 있을지 잘 모른다.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한다”고 ‘금빛 착지’ 의지를 드러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파리올림픽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진천=서재훈 기자

체육회도 전방위적 지원에 나선다. 금메달 13개로 종합 5위의 성과를 냈던 2012 런던올림픽 때처럼 현지에 베이스 캠프를 차리기로 했다. 장 촌장은 “올림픽 선수촌에 들어가면 훈련 시간이 정해져 있어 1시간 정도밖에 훈련을 못 하지만 올림픽에 앞서 한 달 정도 캠프를 차려 마음껏 훈련하고, 우리나라 음식을 먹으면서 기력 보충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이 국민들에게 짜릿한 행복으로 꼭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천 =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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