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 러버덕'의 그 작가, 이번엔 무지개 곰 시리즈로 한국 첫 실내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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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키 16.5m의 거대한 노란 오리가 출현했다.
대형 러버덕을 호수 위에 띄우는 발상을 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공공미술가 플로렌틴 호프만.
석촌호수에 띄운 러버덕 하나에 수백만 명의 사람이 몰린 것처럼, 그는 예술이 모두를 환영하고 평등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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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키 16.5m의 거대한 노란 오리가 출현했다. 어린 시절 욕조에서 갖고 놀던 고무오리 장난감인 '러버덕(rubber duck)이었다. 21만8,850㎡ 면적의 넓은 호수를 단숨에 우리 집 욕조 같은 풍경으로 만들어 버린 유쾌한 전시에 500만 명 이상이 몰렸다. 다시 열린 '러버덕 프로젝트 서울 2022'에는 무려 650만 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형 러버덕을 호수 위에 띄우는 발상을 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공공미술가 플로렌틴 호프만. 그는 2007년 프랑스에서 시작해 브라질, 일본, 미국 등 세계 곳곳에 러버덕을 띄워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런 그가, 첫 실내 전시로 한국을 찾았다. 지난달부터 서울 용산구 화이트스톤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인클루시브(inclusive·포용적인)'다.
도시에 설치된 대형 조형물을 실내 갤러리로
전시에 앞서 갤러리 건물 앞 3m 높이의 야외 조각 '무지개 곰 가족(rainbow bear family)'이 관람객을 반긴다. 커다란 주황색 큰 곰의 팔과 머리 위에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의 작은 곰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무지개 곰 가족의 엄마가 아이들을 키운다는 상상에서 시작된 이 작품은 공존을 위해 서로 지탱하고 달라붙는 게 필요하다는 전시의 핵심 메시지를 담았다.
작가는 동물을 실물보다 크게 확대한 공공 설치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이 같은 대규모 설치물을 실내 전시에 맞게 세라믹 조각품으로 작게 다시 만든 작품을 선보인다.
크기는 줄였지만 작품의 장소성과 도시와 작품 간 상호작용도 놓치지 않았다. 예컨대 2011년 일본 고베의 효고현립미술관 옥상에 설치된 고깔모자를 쓴 '고베 개구리(kobe frog)'의 작은 버전 작품 소개 위에는 설치물이 품은 도시 경관 사진이 함께 붙어 있다. 화이트스톤갤러리 관계자는 "애초 효고현립미술관 측에서는 러버덕을 옥상에 올리기를 원했으나, 오리는 물가에 있어야 한다고 작가는 생각했다"며 "고베가 대지진이 있었던 곳인 만큼 개구리가 점프하듯 위기를 타개하자는 메시지를 담아 개구리를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귀엽고 친숙한 작품 이면의 깊숙한 의미 찾으려면
호프만의 작품 세계에서 관객은 필수적 요소다. 연결성, 사회적 참여, 관람객과의 상호 작용은 창작 철학의 중요한 가치다.
갈색곰이 푹신한 베개를 갖고 있는 작품 '스틸맨(steelman)'이 대표적 예. 편안하고 친숙한 느낌을 주는 이 곰 조각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슬럼가의 공원에 설치됐던 작품이다. 도심 재개발로 총기 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흉흉했던 이 지역을 튼튼한 곰이 지켜주며, 동시에 무기를 버리고 베개 싸움을 하자는 유머러스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변 주민들이 협력해 10m 높이로 설치됐던 작품은, 104㎝의 작은 형태로 다시 만들어졌다.
"우리가 서로 점점 더 단절돼 있는 세상으로 표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호프만이 궁극적으로 전하려는 것은 "같이 살자"는 포용의 메시지다. "공공장소에서 예술로 인해 또는 예술과 함께 연결되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믿음에서다. 석촌호수에 띄운 러버덕 하나에 수백만 명의 사람이 몰린 것처럼, 그는 예술이 모두를 환영하고 평등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전시는 7일까지. 무료.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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