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 대공 수사권 넘겨받은 경찰, ‘간첩 수사’ 준비돼 있나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이 오늘부터 경찰로 이관된다. 문재인 정권이 국정원법을 개정해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올해부터 폐지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안보수사단을 신설해 간첩 수사의 핵심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규모가 142명에 불과하고 안보수사단 수장은 대공 수사 경험이 없다고 한다. 얼마 전 발표된 경무관 승진 예정자 31명 중에도 안보 경찰 경력자는 한 명도 없었다. 간첩 수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경찰은 시도 경찰청 소속 안보 수사 인력도 261명 증원해 985명까지 키웠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대공 수사 경험이 거의 없고, 수사를 지휘할 간부 80여 명 중 절반가량은 안보 수사 경력이 3년 미만이라고 한다. 경찰은 초보인데 간첩들 활동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비밀 메시지를 음악 파일 등으로 위장하는 스테가노그래피 같은 첨단 수법까지 활용한다. 최근엔 국내 감시망을 피해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들과 접촉하고 있다. 해당국 정보기관과의 협력이 필요한데 경찰로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사의 연속성도 문제다. 간첩 사건의 특성상 수사에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얼마 전 기소된 창원·제주 지역 간첩단의 존재를 국정원이 알아차린 것도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런 수사가 가능했던 것은 국정원 수사관들이 오랜 기간 같은 자리에서 근무하며 쌓아온 전문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인사이동이 잦아 장기간 수사하기가 어렵다.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국정원이 해외에서 간첩 활동 증거를 수집해 경찰에 넘길 수 있게 땜질식 처방을 했다. 하지만 수사권이 사라지면 증거 수집도 어려울 수 있다.
간첩 수사 경험과 해외 방첩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십 년 쌓은 국정원의 노하우를 없애면 북한만 좋아할 것이다. 법을 다시 개정해 국정원이 간첩을 수사하도록 원상회복하는 게 옳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 반대로 법 개정이 어렵다면 우선 국정원이 경찰 수사에 적극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정원과 경찰의 대공 수사 인력을 합쳐 별도의 안보수사청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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