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권력의 상징… 五福 불러온다 믿어
용은 십이지 동물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다. 낙타 머리에 사슴 뿔, 토끼 눈, 소의 귀, 뱀의 목, 개구리 배, 잉어 비늘, 매 발톱, 호랑이 발을 가졌다고 전한다.
강력한 힘을 지닌 용은 왕이나 황제 등 최고 권력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였다. 왕의 얼굴을 용안(龍顏)이라고 불렀고, 왕이 일할 때 입던 곤룡포에는 가슴과 등, 어깨에 용무늬를 수놓았다. 나라를 지키고 보호하는 ‘호국’의 상징으로 여긴 것도 용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의 30대 왕인 문무왕(재위 661~681)은 죽은 뒤 용이 돼 동해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겠다며 동해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한다.
우리 민속에서 용은 비와 물을 상징한다. “비바람 따라 구름 가고, 구름 따라 용도 간다”는 속담처럼, 용이 비구름을 다스린다고 믿었기 때문에 조상들은 기우제(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제사)에 용 그림을 썼고,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을 때는 용에게 풍어와 안녕을 빌었다. 거센 물살을 헤치고 용문에 오른 잉어가 용이 되었다는 ‘등용문(登龍門)’ 고사처럼 용은 출세의 상징이기도 했다. 용이 구름을 뚫고 승천하는 그림인 ‘운룡도(雲龍圖)’는 입신양명, 합격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국 시대 사람들은 용을 신성하게 여겨서 칼이나 향로, 불교 사원의 벽돌과 같이 중요하고 귀한 물건을 만들 때 용무늬로 장식했다. 고구려인들은 죽은 자가 영원히 평안하기를 바라면서 무덤 네 벽에 동서남북 방위를 다스리는 사신(四神)을 그렸는데, 동쪽을 수호하는 청룡은 사신 중 가장 강력하다고 전한다. 조선 시대 사람들은 용이 오복을 가져오고(용수오복·龍輸五福), 호랑이가 세 가지 재해를 몰아낸다(호축삼재·虎逐三災)고 믿었다. 그래서 용 그림을 호랑이 그림과 함께 정월 초 궁궐이나 관청 대문에 붙였다.
열두 띠 동물 중에 지명으로 가장 많이 쓰인 동물이기도 하다. 2021년 국토지리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 고시 지명 약 10만 가지 중 열두 띠 동물 관련 지명은 4109가지(4.1%). 이 중 용 관련 지명은 1261가지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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