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와 세력 다양화 여부에 한국 정치 미래 달렸다

박수찬 기자 2024. 1. 1.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10 총선 D-100일] 여야 모두 변화의 분수령에
2024년 4월 10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후보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홍보하고 나름대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다.국민들은 후보 검증에 더욱 관심을 갖고 적임자가 누구인지 지켜봐야할 시기다.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가 아닌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은 2023년 12월 12일 오후 밝게 빛나고 있는 서울 도심과 국회 모습./김지호 기자

현재 한국 정치 주류 세력은 1960년대 태어나 80년대 대학에 입학한 ‘86세대’다. 2020년 21대 총선에선 당선자의 58%를 차지했다. 반면 현재 유권자 가운데 86세대는 19%다. 정치권력에 있어 여야를 막론하고 다른 세대를 압도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운동권 중심의 86 세대는 학생·시민 운동 경력을 앞세워 2004년 17대 총선부터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 진입했다. 이후 20년 가까이 국회, 청와대, 정부, 다시 국회로 자리를 바꿔가며 권력을 유지했다.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중 62%인 104명이 86세대고, 그중 24명은 3선 이상으로 10년 이상 의원을 지냈다. 하지만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내로남불식의 태도가 이어져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그래픽=송윤혜

국민의힘도 86세대가 전체 의원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의 86세대도 기존 보수의 산업화 담론을 뛰어넘는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당의 86세대는 오히려 이념적 강경 보수의 성향을 띄거나, 반대로 지역 정치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많았다는 것이다.

86세대 특유의 선악 대결 정치관은 정치 양극화와 국민들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를 신뢰한다고 답한 사람은 24%로, 대기업(57%), 중앙정부(50%), 경찰(50%), 검찰(45%)의 절반 수준이었다. 장관을 지냈던 한 전직 의원은 “86식 정치는 지지층을 움직여 당내 기반을 강화하고, 중도층은 정치를 혐오하게 만드는 방식”이라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86 정치’ 청산과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본격화되고 있다. 여권에선 ‘넥스트 라이트(Next Right·새로운 우파)’의 부상이 뚜렷하다. 1973년생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386이 486·586·686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비대위엔 789세대(70·80·90년대생) 위원을 주로 임명했다.

공천을 앞둔 민주당에서도 X세대인 70년대생 후보들이 86세대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총선에선 없던 현상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정치 혐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유권자는 세대교체 여부를 중요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서 세대교체뿐 아니라 세력 교체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여당은 전직 관료, 법조인, 야당의 경우 운동권·시민 단체 출신 등에 인재 영입이 집중되면서 폭이 좁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여당에선 과거보다 정책 분야 전문가들이 입당을 꺼리고, 지역이나 특정 이익 집단을 대변하는 인사들이 공천을 받고 국회에 진입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여당 의원들이 공천에 목을 매면서 권력의 눈치를 보고 줄 서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86세대가 물러날 경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권에 수혈되면서 권력에 줄서기 등 ‘정치적 퇴행'을 되돌릴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여기에 대기업 개혁, 대북 협력, 복지 포퓰리즘 등 과거 86세대가 주도한 어젠다가 일부분 달성되거나 정책 실패로 국민의 지지를 잃은 것도 달라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비슷한 학벌이나 운동권 경력을 가진 인사들 대신 새로운 어젠다를 가진 인사들이 정치권에 진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 주류 정치인들은 분명한 어젠다가 없고 같은 정책이라도 정치적 포지션에 따라 입장을 바꾸면서 불신을 자초했다”며 “미·중 패권 경쟁, 글로벌 밸류체인의 변화, 에너지 전환, 인구 구조 등 대한민국 4대 위기에 대해 구체적 정책을 내놓는 세력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장훈 중앙대 교수는 “유권자는 인구 위기, 로봇·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고용 불안 등 사회적 난제에 대해 여야가 보여주는 대응 능력에 표를 행사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다양한 인적 풀(pool) 확보가 핵심”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