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곧 탈당, 창당 선언… 비명계 4명도 합류하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주말에 만나 갈등 봉합을 시도했으나 ‘결별 회동’으로 마무리됐다. 이 대표는 “대표직 사퇴와 비대위 구성 방안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이 전 대표는 “제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조만간 민주당을 탈당, 신당을 창당할 예정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와도 손을 잡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른바 ‘제3 지대’의 세력화가 빨라질 전망이다.
이재명·이낙연 두 사람의 지난달 30일 회동은 시종일관 싸늘했다. 서울에 대설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두 사람은 덕수궁 옆 한 식당에서 오전 10시에 만났다. 이 대표가 5분 먼저 도착했다. 이 전 대표가 도착하자 이 대표 지지자는 “대표님보고 물러나라? 이낙연씨, 그러지 마세요”라고 고함을 질렀다.
자리에 앉은 이 대표가 먼저 “눈이 와가지고 갑자기 길이 많이 막히네요”라고 했지만 이 전 대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의례적인 덕담이나 새해 인사도 없었다. 두 사람은 이후 배석자 없이 55분간 대화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이 전 대표가 요구해 온 대표직 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거절했다. 이 전 대표 탈당을 막기 위한 중재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55분 회동의 ‘본론’은 20분 내 끝났다고 한다. 야권 관계자는 “지나치게 빨리 끝나면 모양새가 안 좋다는 이유로 두 사람은 30분가량 대화도 거의 없이 먼 산만 바라봤다”고 했다.
당초 민주당에선 이 전 대표와의 공천 지분 분할 방안, 3총리 공동선대위 방안 등이 검토됐다. 이 전 대표 측도 이 대표가 얼마간 ‘성의’를 보일 상황에 대비했다고 한다 . 그러나 이 대표가 사퇴를 거절하고 중재안조차 일절 제시하지 않자 이 전 대표는 다소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 의원은 “대표직 사퇴는 애초 받을 수도 없는 요구 사항이었다”며 “구차한 중재안을 제시하느니 깔끔하게 헤어지는 편이 낫다”고 했다.
이 대표는 회동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 총선 승리와 단합을 수차례 강조하며 “당을 나가시는 것이 그 길은 아닐 것이라는 간곡한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이 전 대표를 바라보며 “총리님, 다시 한번 깊이 재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도 했지만 이 전 대표는 이 대표를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만 숙였다. 이 대표는 “먼저 갈까요”라고 말한 뒤 식당을 떠났다. 이 전 대표는 취재진에 “이재명 대표에게서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제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여의도에 선거 사무실을 얻어 창당 실무에 착수한 상황이다. 1일 오전 경기 고양 행주산성에서 지지자들에게 신년 인사회를 한다. 행주대첩(1593) 현장에서 신당의 결의를 다지겠다는 것이다. 1월 중 민주당 탈당, 창당 기자회견(4일 전후), 발기인 대회(중순) 등을 거쳐 이르면 2월 초 창당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비명계 ‘원칙과 상식’(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도 민주당 탈당과 신당 합류 시점엔 이견이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함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전 대표는 30일 오후 여의도 모처에서 참모들과 만나 향후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와의 ‘낙준 연대’ 방안도 논의됐다. 이 전 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준석 전 대표 측근인 김철근 전 정무실장은 과거 민주당 출신으로, 이낙연 전 대표 최측근인 남평오 전 민정실장과는 고향(전남 고흥) 선후배 사이다.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 주변에선 “정치 양극화에 질린 중도층을 다시 모으면 제3당 출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월 이후 양당에서 공천에 탈락하는 현역을 모아 교섭단체(20석 이상)를 구성하고, 기호 3번을 받아 유권자 지지를 호소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선 “공천 탈락 이삭줍기나 노리는 기회주의자들”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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