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도 화장품도 유통체인도… 올해 CES 화두는 ‘AI와 융합’
1967년 뉴욕에서 시작된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원래 TV와 냉장고 등 가전 위주 전시회였다. 2004년 디지털카메라를 장착한 휴대전화, 2007년 애플 아이폰, 2011년 스마트 가전, 2013년 초고화질 TV 등 세계를 뒤흔든 혁신 제품들이 CES에서 처음 대중에 공개됐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CES는 산업과 기술의 경계를 허무는 세계 최대의 종합 전시회로 변모했다. 최근에는 자율 주행, 인공지능(AI), 로보틱스 같은 제품과 서비스가 CES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9일(현지 시각)부터 12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올해 CES 2024에서는 ‘AI가 만드는 미래’ ‘전 산업의 AI 융합’이라는 키워드를 전시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첨단 기술의 적용과 변화가 상대적으로 늦었던 산업들이 AI에 어떻게 적응하고 활용할지 보여주는 전시와 발표가 주목된다.
◇AI 들고 나온 로레알과 월마트
대표적인 것이 로레알과 월마트다. 니콜라스 히에로니무스 로레알 최고경영자(CEO)는 화장품 업계 최초로 기조연설 무대에 선다. 그만큼 화장품 업계에도 이미지 분석 기술과 AI 같은 첨단 기술의 적용이 필수가 된 것이다. 작년 CES에서 자동 메이크업 로봇을 공개한 로레알은 이번엔 디지털과 가상현실을 융합한 뷰티테크를 소개할 예정이다. CES 기조연설은 테크 트렌드를 보여주는 상징성이 크다. 2017년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기조연설에 나서자 ‘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에는 헬스케어 기업 애벗의 로버트 포드 CEO가 기조연설을 맡았다.
세계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도 유통업에의 AI 적용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테크업계에선 “유통 산업은 소비자 분석과 이미지 센싱, 운반 로봇 등 첨단 테크 격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AI가 모든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업체들도 전통 모터쇼 대신 CES를 찾아 자율주행 기술, 전기 충전 기술,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선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관을 꾸미고,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내세울 계획이다. 자동차를 기계가 아닌 하나의 커다란 디바이스로 보는 측면이 강조된 셈이다. 농기계·요트와 같은 산업에도 AI·자율주행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미국 농기계 업체 존디어는 농부들이 트랙터 등 기계를 기반으로 작업 모니터링과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로 혁신상을 수상했고, 요트 제조사 브런스윅은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요트를 선보인다. CES를 주최하는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 게리 셔피로 회장은 “AI 기술이 모빌리티, 인프라, 지속 가능성, 스마트 홈 등 모든 산업 영역에서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으로 참석 규모가 대폭 줄었던 중국 기업들은 올해 참가국 중 둘째로 많은 1100 곳이 참석한다. 불편한 양국 관계에도 불구하고, 테크 산업에서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면 CES는 포기할 수 없는 행사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CES에서 AI 활용 미디어 기술 봇물
AI 시대 미디어의 역할과 전망도 주요 화두로 다뤄진다. CES를 주최하는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미디어·콘텐츠·엔터테인먼트 기술 트렌드를 전시하는 ‘C스페이스’ 업체 수는 전년보다 10% 증가했고, 전시 규모도 역대 최대이다. 글로벌 기업은 물론 세계 스타트업들은 AI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생성하는 기술은 물론 자신의 답변에 팩트 체크까지 하는 AI, 텍스트와 영상을 손쉽게 변환하며 여러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기술 등을 선보인다. 미디어와 기술 기업 전문가들이 ‘AI 시대 미디어의 역할’을 논의하는 콘퍼런스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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