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 무력 포함, 남조선 영토 평정 위한 대사변 준비”

김민서 기자 2024. 1. 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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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 관계 아닌 교전국 관계”
지난해 26일부터 30일까지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노동신문 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니라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재규정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국을 핵으로 공격해 적화 통일을 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새해 한·미의 주요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김정은식 대남 무력통일전략을 선포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1일 김정은이 전날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5일 차 회의 참석 자리에서 현재의 남북 관계에 대해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한국 정부에 대해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며 “지금까지 정권이 10여 차례나 바뀌였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 기조는 추호도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져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내린 결론은 하나의 민족·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 통일 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이런 기조하에 남북 관계 방향을 전환하고 이에 맞춰 남북 대화를 관할하는 통일전선부를 포함한 대남 사업 부문 기구를 정리·개편키로 했다고 했다.

김정은은 새해에도 강경한 대미(對美)·대남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은 “강대강 대미·대적(對敵) 투쟁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공세적인 초강경 정책을 실시해야겠다”며 “전쟁이라는 말은 이미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통일부는 “최고지도자가 직접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준비’를 언급한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과시성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대남·대미 강경 입장에 대해 4월 한국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을 겨냥한 치밀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 통일부 고위 관료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설 것에 대비한 분단 고착화 책동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미국이든 중국이든 북한과 한반도 문제에 관해 논의할 때 다른 국가들이 남한 입장은 고려할 필요를 못 느끼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청해부대의 새해 인사 -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31일 국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보내는 파병부대 사진을 공개했다. 청해부대원들이 함상에서 2024 숫자 모양을 만들었다. /합동참모본부

지난 70여 년간 남북한 모두 통일이 빠른 시일 내 가능하다고 보지는 않았지만 ‘통일’에 대한 당위성 측면에서 정책적·정치적 원칙은 유지해왔다.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 때부터 내려온 민족 개념에 기반한 ‘조국통일’ 원칙을 폐기하는 것과 관련 전직 외교안보 고위 인사는 “남한 사회 내 통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자기들이 먼저 ‘이별’을 선수 쳐서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정은은 2022년 연말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대남·대미 ‘강대강 정면 대결’ 입장을 밝히면서 남한을 향해 “의심할 바 없는 명백한 적”이라며 적개심을 표출했었다. 이후 북한은 지난해 8월 한국 점령을 목표로 ‘전군(全軍) 지휘 훈련’을 실시한 사실을 공개했는데 당시 김정은은 한국 지도를 펼쳐 놓고 “사회·정치·경제적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핵심 요소들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초강도 타격”을 주문했다. 통일부는 김정은의 새해 대남 정책 입장에 대해 “지난해 ‘대적 관계’로 규정한것보다 한층 더 강경한 것”이라며 “군사력 강화 명분 및 내부 결속 활용 의도도 있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박정천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보선됐다고 공개했다. 지난해 1월 1일 돌연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서 해임됐던 박정천은 8월 김정은의 군수공장 시찰을 수행하며 복귀한 이후 지난해 정권 수립일(9·9절) 75주년 열병식 때 주석단에 앉은 김정은 딸 김주애에게 무릎 꿇고 보고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포병사령관 출신인 박정천의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복귀는 대남 재래식 도발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미의 대북 제재 명단에 이름이 오른 조춘룡 노동당 군수공업부장도 이번에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당 중앙위 비서가 됐다. 김정은국방종합대학 총장에는 국방과학원 출신인 전일호가 임명됐다. 전일호 역시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인물로 보고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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