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지식 Q] 동양 용과 서양 용 가장 큰 차이점은?
‘청룡의 해’인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십이지신(동물 얼굴을 한 열두 신)’이 아시아를 넘어 서구권에서도 친숙해지면서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올해를 ‘용의 해’로 주목하는 뉴스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용인데도 동양의 용과 서양의 용(dragon)은 생김새에 차이가 있다. 동양의 용은 뱀처럼 기다란 몸에 다리가 짧고, 수염이 달려 있으며 입에는 구슬(여의주)을 물고 있다. 날개는 없지만 기다란 몸을 구불구불 움직이며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가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반면 서양의 용은 육중한 몸통에 상대적으로 길고 튼튼한 네 다리가 있다. 박쥐처럼 날개를 푸덕이며 하늘을 난다. 입에는 구슬을 물고 있지 않은 대신 불을 무섭게 내뿜는다. 이렇게 전혀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는 것은 동양과 서양이 용을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동양에서 용은 국가를 수호하고 인간을 지켜주는 신성한 존재다. 중국 옛 자전(字典)인 ‘광아(廣雅)’는 용을 “머리는 낙타 같고 뿔은 사슴 같으며, 눈은 토끼 같고, 귀는 소와 같고, 목덜미는 뱀과 같고, 배는 큰 조개처럼 생겼으며, 비늘은 잉어 같고, 발톱은 매와 같으며, 주먹은 호랑이 비슷하다”라고 묘사했다. 모든 동물의 장점만 모아 놓은 전설의 동물인 동양의 용은 머리의 뿔과 수염, 몸을 덮고 있는 비늘을 특징으로 하며 입에는 소원을 이뤄주는 구슬인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으로 종종 표현된다. 고대 인도 신화에도 용과 생김새가 비슷한 전설의 동물 ‘나가’가 등장하고, 중국 남부에서도 오래전부터 파충류를 숭배하는 문화가 있었다.
뱀과 도마뱀 등 파충류에게서 모티브를 얻어 나라와 민생을 지켜주고 소원을 들어주는 신령한 존재로 숭배하면서 지금의 용의 이미지가 구축된 것이다. 용은 특히 농사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물의 신으로도 추앙받아 왔다. 고대 중국의 재상 관중의 저서 ‘관자(管子)’에서 용은 마음먹기에 따라 아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며, 구름 위로 솟을 수도 있고 깊은 샘 속으로 잠길 수도 있는 변화무쌍한 존재로 그려진다. 이 때문에 동양의 용은 단순한 동물이 아닌 인격체로도 인식돼왔다. 여느 동물들처럼 태어나서 자라는 게 아니라 ‘인간이 되듯이 용이 되는’ 신성한 존재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반면 서양의 용은 오히려 파괴와 공포의 화신이면서 무찔러야 할 악한 존재로 여겨졌다. 용감한 왕자가 탑에 갇혀 있는 공주를 구하기 위해 칼로 용을 무찌른다는 구도는 서양의 옛 동화와 전설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설정이다. 이렇게 용이 주인공의 목숨을 위협한다는 설정은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현대 작품에도 등장한다. 또한 서양의 용은 일반적인 파충류처럼 알에서 부화해서 성체로 성장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렇게 서양에서 용을 ‘악마의 짐승’처럼 인식하는 것은 기독교 문화의 오랜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양 일각에서는 용의 기원을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인류 최초의 여성인 이브를 유혹하는 뱀에게서 찾고 있다. 신약성경의 마지막 편인 요한계시록에는 용을 ‘뱀이자 사탄‧마귀’라고 적시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