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美해군사령관서 여성 첫 美해군총장...“이순신 장군 존경”
한미 동맹은 1953년 10월 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면서 출발했다. 지난 70년 동안 꾸준히 변화·발전하며 오늘날 안보와 경제를 뛰어넘는 ‘글로벌·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진화했다. 한국은 이 기간 세계 최빈국에서 G7에 준하는 선진국 반열에 오르며 한미 동맹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가장 강력하고 성공적인 동맹 중 하나임을 입증했다.
한미 동맹은 6·25 전쟁 이후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지난 70년 동안 이 땅에서 평화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가장 확고한 토대였다.
조선일보는 한미 동맹 70주년인 지난해 20회에 걸쳐 ‘한미 동맹 70년, 번영을 위한 동행’ 시리즈로 동맹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했다. 새해부터는 ‘한미 동맹, 새로운 70년을 향한 도약’ 시리즈로 동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의 다가올 70년은 지금까지 중 가장 찬란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미국은 형제자매 사이입니다. 같이 배를 타고 미래로 항해해 나갑시다(Let’s sail together).”
미국 4성 제독인 리사 프란체티(60) 해군 참모총장은 “한미 동맹이 이제 2024년을 맞아 새로운 70년의 발걸음을 시작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프란체티 총장은 2013~2015년 주한 미 해군사령관 등을 지낸 지한파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 해군 247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참모총장에 올라 군(軍)뿐 아니라 미 사회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취임 직후 방한해 부산 작전 기지를 찾은 그를 서면으로 단독 인터뷰했다.
프란체티 총장은 북한의 도발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우주발사체(군사 정찰위성)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국제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이 탄탄한 한미 방위 태세에 당장 위협은 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사실 최근 정찰위성 및 탄도미사일 발사 동향도 미리 파악해 한미, 그리고 일본이 힘을 합쳐 ‘탄도미사일 방어용 군함들(ballistic missile defense ships)’의 위치까지 사전 조정하며 대응했다”고 말했다. 북 도발 징후를 파악해 유사시 요격 가능한 이지스함 등 방어 무기 체계가 가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미가 더 긴밀히 소통하며 연합 훈련과 작전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15년까지 2년간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주한 미 해군사령부 본부를 용산에서 한국 해군작전사령부가 있는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을 주도했다”면서 “한미 해군이 한 기지에 함께 있어 관계가 더 좋아지고 상호 운영성도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령부 본부를 이전하면서 1985년부터 용산에 있던 이순신 장군 동상도 부산으로 가지고 내려갔다. 그는 총장 취임 직후 방한했을 때도 이순신 동상을 빼놓지 않고 찾아 존경의 뜻을 표했다. 미 해군 관계자는 “이순신 제독은 미 해군에서도 최고의 전략자로 알려진 롤 모델”이라고 했다.
프란체티 총장은 2013년 8월 주한 미군 육해공군 사상 첫 여성 사령관으로 한국에 부임한 뒤 서울·제주 등 여러 지역 주민과 소통해 지한파·친한파로 불렸다. 그의 딸은 한국에서 태권도 노란띠를 땄다고 한다.
1964년 뉴욕 태생인 그는 노스웨스턴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던 중 해군 학군사관후보생(ROTC) 프로그램을 거쳐 1985년 임관했다. 그는 “중동을 담당하는 기자가 꿈이었지만,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학군사관후보생들이 ‘학군단에 들어오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해 지원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한국 근무 시절 한국 여대생들과도 만나 인생 경험을 들려줬다. 부임 석 달 뒤 가진 성신여대 강연에서는 “해군이 여군의 전함 승선을 허가하기 전부터 내 목표는 전함 지휘관이었다”며 “목표를 세워 놓고 만반의 준비를 하며 기다렸고 결국 문이 열렸다”고 했다. 당시 그의 이 같은 ‘아웃 리치(outreach·적극적인 대민 소통 활동)’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는 등 반미 분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안정제 역할을 했다.
프란체티 총장은 8년 만에 별을 세 개나 더 달고 해군 참모총장으로서 한국을 다시 찾으니 감회가 더 새롭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보낸 많은 추억이 떠오르는데, 무엇보다 ‘같이 갑시다(Katchi Kapshida)’가 생각났다”면서 “이는 한미 동맹의 힘이 무엇이고 어떻게 지속시킬 수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문구”라고 말했다.
프란체티 총장은 38년의 군 생활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강습 지원군을 겸하는 미 6함대 사령관과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정책본부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피닉스대에서 조직관리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지난해 9월 해군참모총장에 취임하며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미 해군의 4성 제독이 됐다. 제9항모전단과 제15항모전단 사령관도 역임했다.
프란체티 총장은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발표된 워싱턴 선언은 우리의 이정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은 거래 관계도 아니고 단순히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관계도 아니다”라면서 한미 동맹은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함께 뭉친 가치 동맹”이라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동일한 가치를 가진 우리는 같은 배를 탄 형제자매입니다. 같이 갑시다. 같이 항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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