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료 놓고 언론사와 갈등, 국내선 제대로 논의도 안돼
인공지능(AI) 서비스에 미디어 콘텐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미디어 업계와 빅테크의 협상이 순조롭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두 진영이 ‘정당한 뉴스 사용료’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이 무산되면서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AI 훈련에 우리 기사가 무단으로 사용됐다”며 오픈AI와 MS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미디어 업계는 “AI의 급속한 발전이 미디어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신중히 따지다 보니 빅테크와의 콘텐츠 라이선스 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본다. 지난 20년 가까이 구글이나 메타 같은 빅테크에 광고 수익의 상당 부분을 빼앗긴 경험이 있고, 앞으로 빅테크가 AI를 이용해 어떤 식으로 미디어 업계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 초기처럼 싼값에 빅테크에 콘텐츠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미디어 업계에 퍼져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예를 들어 챗GPT와 같은 AI 챗봇은 정치와 사회 문제 같은 질문을 받으면 언론사 기사에 기반한 답변을 생성할 수 있다. 이 경우 이용자들이 언론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대신 언론사의 기사를 가져다 쓴 챗GPT를 이용할수록 언론사 광고와 구독 수익은 감소한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미디어 산업이 축소되면 빅테크는 가장 정확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양측이 손을 잡으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만큼, 시기의 문제일 뿐 합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NYT와 오픈AI·MS 소송 역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양측이 합의를 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NYT는 “대법원 판결까지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수 있는데, (AI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라고 했다.
한국의 AI 개발 업체들은 저작권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신문협회는 지난달 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네이버가 생성형 인공지능 하이퍼클로버X의 학습에 뉴스 콘텐츠를 사용하는 것이 언론사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은 행위이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네이버는 언론사와 맺은 뉴스 제휴 약관에 근거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신문협회는 약관 자체가 뉴스 노출·제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AI 학습에 같은 약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언론사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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