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만 나이를 쓰지 않는 경우가 국민 3명 중 2명(64%)’. 조선일보가 만 나이 통일법 시행 100일 즈음에 보도한 설문조사 결과다. 한두 살 어려졌다며 좋아한 게 엊그제 같은데 결국 나 역시 떡국 먹고 한 살 더 먹는 ‘연 나이’에 아직 연연 중이다. 이맘때쯤 ‘세월이 벌써…’ 하고 싱숭생숭한 자신을 보면 안다. 노익장(老益壯)이란 말도 장(壯)보다 노(老)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노쇠해야 마땅할 나이에 그나마 저리 버티니 꽤 장하다’는 격려 정도 아닐까 생각했다.
얼마 전 한 앨범이 그런 관념을 바꿔 놓았다. 1946년생 미국 팝스타 돌리 파튼의 새 앨범 ‘Rockstar’다. 파튼은 2022년 2월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자로 처음 호명됐을 때 이렇게 반발했다. “평생 컨트리 팝 장르에 투신했습니다. 제대로 록을 한 적이 없는데 이런 상을 준다니 민망하기 그지없습니다. 언젠가 제대로 된 록 앨범을 내서 자격을 획득하겠습니다.” 그 후 꼭 1년 반 만에 30곡, 2시간 21분 분량의 록 장르 정규 앨범을 내놓은 것이다.
이 앨범에서 파튼은 록 역사의 명곡들을 원곡 가수나 연주자와 함께 불러 완성했다. 프린스의 ‘Purple Rain’,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레너드 스키너드의 ‘Free Bird’, 퀸의 ‘We are the Champions’와 ‘We Will Rock You’. ‘Let It Be’에서는 비틀스 생존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피아노, 링고 스타가 직접 드럼 앞에 앉았다. 다만 모든 노래 주도권은 파튼 본인이 틀어쥐었다. 원곡 설계도에 그려진 감정의 계곡과 능선을 자신만의 노래로 내달렸다. 완연한 노성(老聲)이지만 돌리만의 탁성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노래들이 재탄생했다.
매년 새해마다 또 숫자 놀음이 내 맘을 현혹하리라. 그때마다 돌리 파튼의 ‘Rockstar’를 재생하려고 한다. 1996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재생(再生) 의학의 혁명 ‘복제양 돌리’의 이름을 돌리 파튼에게서 따왔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재생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결코 복제할 수 없는 파튼의 탁성이 스피커를 울릴 때 되뇌어 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
※1월 일사일언은 임희윤씨를 포함해 박웅진 한국콘텐츠진흥원 태국비즈니스센터장, 정연주 푸드에디터·요리책 번역가, 송영관 ‘전지적 푸바오 시점’ 저자·에버랜드 사육사, 최진아 부산대 중문과 교수가 번갈아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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