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연착륙, 증시 전망도 좋다” “스태그플레이션 초거대 위협”
올해 세계경제의 최대 화두는 금리 인하다. 시장의 관심은 미국, 유로존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언제 내리기 시작하고, 얼마나 많이 내릴지에 집중돼 있다. 인플레이션이 크게 둔화한 만큼 고(高)금리 시대가 조만간 막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금리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금리 외에 전 세계 50국에서 이뤄지는 선거, 중국 경제 불안 등도 올해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높아진 불확실성의 파고(波高)를 헤쳐나가기 위해 해외 석학과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을 모았다.
◇무르익는 금리 인하 가능성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가 상승률이 크게 하락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202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촉발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군더더기 없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손더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고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올해 2.2%로 낮아질 것”이라며 “올해 말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은 1.3%, 영국은 2.7%를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서 금리 인하의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닐 두타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 경제연구팀장은 “미 연준은 3~4회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09년 이후 가장 많은 152건의 중앙은행 금리 인하가 올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이 잡히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각국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위기에 많은 재원을 투입해 물가가 오를 수 있다”며 “(현재 연 5.5%인) 미국의 기준 금리가 연 7%까지 갈 것”이라고 했다. ‘가치 투자의 대가’인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 CEO는 “미국에서 노조 결성이 증가하면서 소비재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연착륙 가까워진 美 경제
미국 경제는 22년 만에 최고 수준의 금리에도 순항하고 있다. 미국의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은 연율 기준 4.9%로, 2021년 4분기(7%)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 미국 경제는 낙관론자들이 1년 전 예상한 것보다 훨씬 좋다”고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도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 없이 연착륙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미국 증시 전망도 밝다. 미국 투자 자문사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의 리처드 번스타인 CEO(전 메릴린치 수석투자전략가)는 “올해 미국 증시는 종목별 상승세가 매그니피센트7(대형 기술주 7개)에서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반면 고금리가 가계·기업의 ‘빚 폭탄’을 터뜨려 미국의 경착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닥터 둠’이란 별명을 가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미국 등 주요 시장에 역풍으로 작용하며 세계가 ‘초거대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선거 리스크, 미·중 갈등 복병
올해 우리나라의 총선과 미국 대선 등 전 세계 50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점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다. 뉴욕타임스(NYT)는 “여러 선거에서 성난 포퓰리스트들이 권력을 잡게 되면 무역, 외국인 투자 및 이민에 엄격한 통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이앤 코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공정책학 교수는 “우익 국수주의자들이 당선돼 세계경제와 자산 축적을 약화시키는 악성 주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갈등이 반도체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둘러싸고 재점화하는 것도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는 “냉전 스타일의 미·중 갈등은 매우 격렬하고 위협적 상태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침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등으로 중국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것도 올해 세계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이 부양책 등에 힘입어 올해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탕둬둬(湯鐸鐸) 중국사회과학원 거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경제는 경미한 ‘감기’에 걸린 상태”라며 “중국 성장률은 올해 5% 이상 나올 것”이라고 했다. 엔저(円低) 효과에 힘입어 수출 중심의 대기업들이 호실적을 올리며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일본 증시는 올해도 강세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사카가미 료타 JP모건 수석전략가는 “(현재 3만3000 수준인) 닛케이평균은 올해 3만900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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