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자에 석달간 폭탄 3만개 투하… 美, 이라크戰 사용량의 8배
2차대전 獨드레스덴 피해 연상
“가자, 피폭도시로 역사에 기록될것”
이-하마스, 휴전협상 재개 가능성
라파에 팔레스타인 피란민 텐트촌 이집트와 가까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주요 도시 라파에 지난해 12월 29일 피란민 텐트가 가득한 모습을 무인기(드론)로 촬영한 사진. 최근 이스라엘이 인근 도시 칸유니스 일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자 많은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속속 라파로 몰려들고 있다. 라파=AP 뉴시스 |
세밑까지 유럽과 중동 전장(戰場)에서는 포성이 멎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은 각각 개전 3년차, 100일을 앞두고 있다. 전쟁 장기화에 국제사회의 휴전 및 종전 촉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두 개의 전쟁’은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세계 정치·경제에 상존하는 불안 요인이 됐다. 》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이후 보복 및 하마스 섬멸전에 나선 뒤 약 3개월 동안 가자지구에 폭탄 3만여 개를 투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측 보건당국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민간인 누적 사상자는 약 7만7000명에 이르고 있다. 로버트 페이프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가자’라는 단어가 독일 드레스덴 등 폭격을 받아 유명해진 도시들과 함께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드레스덴은 도시의 80% 이상이 파괴되고, 2만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 “이라크전 때 투하 폭탄의 8배 퍼부어”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지난해 12월 30일 가자지구 중부에 있는 누세이라트와 부레이즈에 있는 난민 캠프를 공습했다. 해당 지역은 수십만 명의 피란민이 몰려 있는 상황이라 인명 피해도 컸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IDF의 폭격으로 24시간 동안 165명이 사망했고 25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전쟁이 3개월 가까이 이어지며 민간인 피해 확산을 우려하는 미국은 이스라엘에 ‘저강도 작전’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아직 호응하고 있지 않다. IDF는 여전히 가자지구 남부 중심 도시인 칸유니스 일대에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칸유니스는 이스라엘 당국이 하마스 지도부가 은신한다고 추정하는 지역이다.
IDF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정보부대 본부 등 칸유니스에 있는 하마스의 시설 다수를 공습해 장악했다”고도 밝혔다. 정보부대 본부는 하마스의 정보작전을 총괄하는 곳으로, IDF 지상작전 직전 공군 병력은 일대에 50여 차례 폭격을 퍼부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날 “개전 이후 누적 사망자 수는 약 2만1600명, 부상자는 약 5만6160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WSJ는 개전 이후 가자지구 주택 43만9000채의 약 70%와 건물 절반 이상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미 국가정보국(DNI)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개전 후 가자지구에 투하한 폭탄 등은 총 2만9000개에 이른다. 이는 미군이 2004∼2010년 이라크에 투하했던 3678발의 약 8배에 육박한다.
● 카타르 중재, 협상 재개 움직임도
지난해 11월 말 한 차례 일시 휴전 및 인질-수감자 맞교환을 진행했던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후 현재까지 추가적인 합의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카타르와 이집트 등이 다시 중재에 나서 휴전 논의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지난해 12월 29일 카타르가 이스라엘 측에 “하마스가 인질 협상 재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전달해 왔다고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마스 측이 인질 40여 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과 한 달간 휴전한다는 게 합의안의 주된 내용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인질 30여 명을 풀어주면 최소 한 주간 교전을 멈추고 자국 교도소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인을 추가로 석방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이에 응하지 않으며 협상은 불발됐다.
이집트도 최근 양측에 2주간 휴전을 시작으로 전쟁 전면 종식을 목표로 하는 ‘3단계 종전안’을 제안했으며, 이스라엘 당국이 이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공식적으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 섬멸을 천명한 상황이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친이란 무장세력 등이 이스라엘과 국지전을 이어가며 오히려 확전될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AFP통신은 “시리아 동부에서 지난해 12월 30일 이스라엘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습으로 친이란 세력 23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시리아에서 이란 지원을 받는 민병대, 무기 호송, 무기 보관시설로 의심되는 군사기지를 겨냥한 공격을 강화하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달 초 이스라엘을 다시 방문해 전후 가자지구 통치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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