物의 본질적 존재성 탐구…日 ‘모노하 운동’ 거장 부산서 만나다

하송이 기자 2024. 1.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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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체든 사람 손이 닿으면 변한다.

남는 것은 변형된 모습이다.

당연해 보이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 반기를 든 것이 일본의 모노하(物派) 운동이다.

물체를 재현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존재 방식 그 자체를 다루는, 일본 모노하 운동의 대가 키시오 스가의 작품을 볼 기회가 부산에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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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시오 스가 서면 인터뷰

- “物과 연결, 그리고 거기에 있음”
- 작품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들
- 부산서 공수한 재료로 제작도
- 조현화랑 내달 18일까지 전시

어떤 물체든 사람 손이 닿으면 변한다. 남는 것은 변형된 모습이다. 그런 모습만 보면 원래 이 물체가 어땠는지 알기 어렵다. 당연해 보이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 반기를 든 것이 일본의 모노하(物派) 운동이다. 물체를 재현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존재 방식 그 자체를 다루는, 일본 모노하 운동의 대가 키시오 스가의 작품을 볼 기회가 부산에서 마련됐다. 조현화랑은 오는 2월 18일까지 키시오 스가 개인전을 연다.

키시오 스가 작가가 일본 자신의 작업장에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조현화랑 제공


국제신문은 이번 전시를 맞이해, 일본에서 활동하는 키시오 스가 작가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모노하 운동에 대한 생각과 근황,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에 대해 간결하지만 깊이 있는 답변을 내놨다. 모노하 운동은 1960년대 말~70년대 초 일본에서 일어난 예술운동이다. 자연물과 인공물을 조합해 유용성에서 해방된 물체 그 자체를 추구한다. 국내에서는 이우환이 이 기조의 대표적인 작가다.

작품을 꿰뚫는 키워드는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물(物)과 연결(緣) 그리고 ‘거기에 있음’”이라고 했다. 특히 “물(物)은 세계의 구성요소, 즉 원소재”라며 “물이 없으면 모든 존재성도 의미도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2021년 작 ‘Spatial Interior’. 조현화랑 제공


이런 생각은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데,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집적된 공극(集空)’은 그의 작품 세계가 그대로 녹아있다. 부산의 산과 강에서 공수한 몽돌 550개와 구리선 500개로 구성된 이 작품은 무(無)의 공간에서 물체를 점점 늘려나가면서 장소성과 물체의 관계를 고찰한다. 제각각 모양의 몽돌은 구리선을 통해 연결을 만들고, 공간을 구성한다. 그 공간은 다른 곳이 아닌, 해운대 달맞이길 조현화랑 1층이라는 특정한 곳이다. 키시오 스가는 “모든 것은 있음과 동시에 없다.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인지 묻는 것”이라고 했다.

‘연결’과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공간’ 도 그의 작품세계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평면 작업은 회화적 모습을 하고 있지만 물체를 겹치거나 덧대는 방식으로 공간을 만들어낸다. 제각각으로 보이는 자연물은 연결되고 의존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공간을 강조하며 무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가 최근 천착하는 분야에 대해 “최소한의 것과 광대한 공간성을 깨닫는 것이다. 모든 것이 무(無)인 상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다가왔다.

해운대 달맞이 조현화랑 1층에 전시된 ‘집적된 공극’. 조현화랑 제공


그의 작품 속에서 가장 인공적 또는 인위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페인팅이다. 빨강 검정 파랑 주황 등의 색채는 연결성을 표현하지만 때로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지닌다. 그는 “그것(物)의 의미를 지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그의 회화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저것이 들어온다(that is coming in)’‘절대 닫히지 않는 것(that never closes)’ ‘저것이 나타났다(that appears)’처럼 재치 있는 제목이 달린 회화에는 미니멀리즘적인 키시오 스가 작품 세계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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