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 논의의 밀도 아쉬웠지만 비평적 에너지 남달랐다
작년보다 늘어난 응모작들의 관심은 다양했고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역시 동시대 젊은 문학에 예민한 눈길을 주는 풍경이었다. 진지한 문제의식과 예리한 분석도 많았으나, 한편의 비평 작품으로서 유기적 완성도를 갖춘 작품은 드물었다. 동시대의 기존 논의나 외국 이론에 편승하기보다, 스스로 한국문학 장에서 귀납적으로 발견한 비평적 질문을 던지면서, 창의적인 자기 비평을 수행하는 글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평론 방법론 비판’은 최근 평단에 대한 비판적 문제 제기인데, 논점을 좁혀 더 구체적으로 파고들었다면 더 좋았겠다. ‘포스트-휴먼의 바이오필리아’는 인류세 시대의 문학에 관한 의미 있는 성찰이지만, 연역적 담론의 틀에 문학 작품들이 마치 임상 자료처럼 동원되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여성적 상속/계승 서사의 문제적 지평을 논의한 ‘미래 없는 자들의 미래’도 눈길을 끌었지만, 인용이 너무 많아 비평의 척추를 헤아리기 어려웠다. 편혜영의 ‘아오이 가든’에 나타난 좀비 형상화 문제를 다룬 ‘시체가 되거나, 비인간이 되거나’는 의미심장한 논점을 활달하게 제출하고 있어 논의의 밀도까지 더했더라면 당선권에 거의 근접했을 작품이다. 상호텍스트적인 읽기를 통해 해석의 가능성을 넓고 깊게 했을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징후와 연계하여 성찰할 수 있는 비평적 세목들이 어지간했다.
기형도 트리뷰트 시집을 중심으로 시에 있어서 헌정의 문제를 다룬 ‘빈집의 빈 외투로부터 다시 발화하는 기다림―기형도와 젊은 시인들’은 비평적 관심과 다부진 열정 등 여러 면에서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이 동년배에 의해 쓰인 지금, 여기의 감각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 글은 시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역설적 얽힘을 숙고한다. 논의의 밀도와 유기적 구조화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영향과 위반, 초대와 친애, 스며들면서 탈주하기의 역동적 맥락을 헤아리는 비평적 에너지와 박력이 남달라 보였다. 빈 집, 빈 외투 이미지에 주목하여 시 쓰기라는 미완의 역설이 어떻게 스스로 불태운 자리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를 응시한 점은 상찬할 만한 미덕이다. 이에 당선작으로 삼아 한국문학의 미래를 부탁하기로 한다. 기꺼운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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