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지금 쓰지 않으면 평생 못 쓴다는 말을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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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는 줄도 모르고 플루트를 가지고 놀던 어린 조카는 이제 대학생이 됐습니다.
조카의 방 벽에는 언젠가 만들어 준 허브 스머지 스틱이 조용히 말라갑니다.
그렇죠, 할 말을 잃은 것이죠.
지금 쓰지 않으면 평생 쓰지 못한다고 글쓰기의 현재성을 말하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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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선 소식을 들은 y가 느낌표 열두 개를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침묵. 그렇죠, 할 말을 잃은 것이죠. 비현실적인 거죠. 백 번쯤 떨어지면 당연한 거죠.
저 대신 환호해준 사람들, 뜻밖에 울거나 울먹인 사람들, 눈치 없이 축하 문자를 계속 보내온 사람까지, 모두 사랑한다고 적어봅니다. 그런데 저는, 저도 모르게 욕이 나오더라고요. 너무너무 좋아도 욕이 나오나봅니다.
지난여름, 플로베르와 제임스 설터를 챙겨 지방으로 내려왔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니 앞뒤가 좀 안 맞지만 사실입니다. 열다섯. 을지로 입구 인쇄골목. 그때는 집을 돕겠다고 일했었지요. 잉크 묻은 손에 떨어지던 봄 햇살이 아련합니다. 잘 마른 슬픔이 지금은 없어진 그 골목길을 돌아다닙니다.
얼마 전 또 한 사람이 떠났습니다. 이제는 몸이 상하도록 슬퍼하지 않습니다.
지금 쓰지 않으면 평생 쓰지 못한다고 글쓰기의 현재성을 말하던 사람. 그의 평생에 없었던 일이 드디어 일어났습니다.
약속 시간에 좀 늦은 기분입니다.
이 자리에 저를 불러주신 동아일보사와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운 이름, 김혜순 선생님.
소설의 그늘을 마련해주신 강영숙 선배님과 하성란 선배님께 오래 감사드립니다.
△1968년 경남 진주시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프랑스 폴 베를렌 메스대 불문학 석사
※2024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전문은 동아신춘문예 홈페이지 (https://sinchoon.donga.com/)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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