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 고독, 죄책감, 두려움… 그래도 계속 걸어가보자
결국엔 혼자가 될 것이라는 예감에 길을 걷다가도, 자려고 누웠다가도 덜컥 겁이 들 때가 있다. 너무도 당연한 일상에서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은 예상보다 더 버겁다. 그러면 나는 뭘 했더라, 돌이켜보면 최근 몇 년은 글을 썼다. 누구나 다 하는 말이겠지만 재주도 없고 끈기도 부족한데 그래도 그 일에만은 흥미를 가지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전화를 받았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평생 혼자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막상 당선됐다는 전화를 받고 나니 고마운 사람들이 먼저 생각났다는 것이다. 아, 그렇지 나한테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우선 나의 가족에게 감사를 전한다. 좋은 사람이 아닌데도 꾸준히 곁을 지켜준 친구들에게도 같은 마음이다. (이름을 다 쓰지 못해 조금 미안하지만 당신들이라면 내가 누구를 말하는지 알 거라 믿는다.) 나의 글을 읽어준 많은 이도 전부 기억하고 있다.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직접 전할 수 없어 아쉬울 뿐이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
나는 혼자 걷는 사람들의 고독함을 안다. 그들이 느낄 죄책감과 두려움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계속 걸어가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건 내가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니까. 밤에 쓰다 보니 너무 감상적인 소감이 된 것 같아 아침이 되면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게 내 진심이다.
권희진
-1985년 천안 출생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