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칭찬 아닌 “이제 써도 된다”는 허락으로 여기겠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치지 않기로 한 문장을 애써 긍정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문장을 고쳐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응모한 여러 작가의 소설도 각자의 무게를 지탱하며 아름다운 문장으로 적혔을 텐데, 올 한 해는 부족한 제가 조금 더 아팠던가 봅니다.
'우리의 일'은 당면한 사회문제를 정돈된 문장으로 잘 풀어냈다.
내공이 엿보이는 노련한 문장, 비호감 인물들에 대한 입체적 해석, 안경 렌즈로 도자기를 만드는 비전의 발견 등이 이야기의 단조로움을 덜어 주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이 듦도 총총하게 앞으로만 가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우리는 이제 호모 헌드레드라는 종족이 되었다죠. 너무도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삶의 시니어들은 변두리가 아니라 경계의 밖으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버지가 작고하시고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얼마간은 아버지라는 안경을 맞춰 쓴 것 같았습니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맺히더니 조금씩 둥그레졌습니다. 새 문서를 열고 커서를 오랫동안 응시했습니다. 때로는 날카로운 바늘로 찌르는 듯, 때로는 거대한 망치로 때리는 듯 그 깜빡임이 자꾸 아팠습니다. 이번에 응모한 여러 작가의 소설도 각자의 무게를 지탱하며 아름다운 문장으로 적혔을 텐데, 올 한 해는 부족한 제가 조금 더 아팠던가 봅니다.
아직도 당선이 꿈만 같습니다. 내일은 현실감이 좀 생길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 글이 부끄러워질 것 같습니다. 잘 썼다는 칭찬이라기보다는 이제 쓰기 시작해도 된다는 허락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고 따뜻하게 어깨를 다독여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덕분에 힘겨웠던 시간이 찬란해졌습니다.
△1981년 경북 안동시 출생 △동덕여대 응용화학과 졸업
노련한 문장, 입체적 인물, 생동감 있는 위트 돋보여
● 심사평
‘우리, 집’은 오래된 폐가와 관련된 ‘존재들’을 하나씩 소환하며 3대에 걸친 삶의 이면을 조망한다. 소재는 흥미로웠지만 이야기의 개연성과 구성력이 아쉬웠다.
‘개구리’는 에너지와 입심이 좋아서 가독성이 높은 소설이다. 인간들의 삶 속에서 보이지 않는 계급적 등고선을 발견하는 통찰도 인상적이다. 개구리라는 상징을 기반으로 계급에 대한 질문을 파고드는 한편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주변 이야기를 덧붙여 가는 구성 방식에도 재치가 있다. 다만 직설적이고 거친 내레이션, 인물과 상황의 상투적 설정 등에서 다소 설득력이 약해졌다.
당선작은 ‘호모 헌드레드’다. 은퇴를 앞둔 부사장을 주인공으로 해서,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서의 노인의 삶뿐 아니라 디지털 사회의 도래와 함께 소외되는 직군 등 사회문제를 다뤘다. 사내 인물들의 권력구조에 따른 업무 루틴 같은 충실한 디테일이 소설에 리듬감을 준다. 내공이 엿보이는 노련한 문장, 비호감 인물들에 대한 입체적 해석, 안경 렌즈로 도자기를 만드는 비전의 발견 등이 이야기의 단조로움을 덜어 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글을 이끌어가는 추진력은 위트이다. 그것이 이 소설을 생동감 있는 세태소설로 만들고 있다. 축하를 보낸다.
은희경·구효서 소설가
※2024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전문은 동아신춘문예 홈페이지 (https://sinchoon.donga.com/)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총선 D-100, 4월 10일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
- [천광암 칼럼]출범하자마자 ‘역풍’ 만난 한동훈 비대위
- 尹 신년사 키워드… ‘민생 따뜻한 정부’ ‘문제 신속 해결력’
- 김정은 “南, 동족 아닌 교전국… 전 영토 평정 준비”
- [단독]이과 수험생 62% “교차지원 고려”… 의대증원 노린 ‘반수’ 늘 듯
- [횡설수설/이진영]암 환자 생존율 72%의 희망
- 일상적으로 할 일을 자주 잊어 버린다?
- 이낙연, 주내 창당 선언… 비명계 4인도 “주중 거취 결단”
- 이준석 신당 “2, 3주 내 창당 마무리”
- [알립니다]2024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