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024년 뜨거운 포옹…"모두가 조금 덜 힘든 사회 됐으면"
"5…4…3…2…1… 해피 뉴 이어!"
1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가족, 친구들과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진한 포옹을 나누며 새해 소원을 빌었다. 연인들은 "2024년엔 더 사랑하자"며 볼 뽀뽀를 나눴다. 여기저기서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내년엔 더 잘 되자" 등의 전화 통화 소리가 들렸다. 새해 기운을 바라며 우주소녀의 '이루리' 노래를 듣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 관악구에서 온 염철민씨도 아내와 함께 두 손 모아 기도했다. 그는 "2024년엔 아이를 갖고 싶다"며 "아기 이름은 아내 이름과 제 이름을 따서 지민이, 은민이로 생각 중이다. 남자 아이든, 여자 아이든 정말 잘 낳아서 잘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2024년 새해를 앞두고 보신각에서 '2023년 제야의 종 타종행사'가 진행됐다. 일찍부터 현장에 도착한 시민들은 2024년엔 좀 더 안전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물가 시대 속에서 지금보다 경제 사정이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2023 제야의 종 타종행사'는 지난해 12월31일 밤 11시를 시작으로 이날 오전 1시까지 진행됐다. 매년 12월31일 자정을 기해 보신각 종을 33번 치는 행사인 타종행사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민대표 12명 등 총 22명이 참여했다. 서울시는 타종행사를 세계적인 축제로 알리기 위해 글로벌 인플루언서 6명 등도 초청했다.
시민 대표로는 △서현역 '묻지마 칼부림' 피해자들을 구한 18세 의인 윤도일씨 △매장 밖 쓰러진 홀몸노인 생명을 구한 안경사 김민영씨 △골목에서 쓰러진 환자를 인명 구조한 방사선사 박상우씨 △보호종료아동에서 자립준비 청년의 멘토가 된 박강빈씨 △1만 5000쌍의 새 출발을 '무료 예식'으로 도운 신신예식장 2대 대표 백남문씨 등이 참여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에는 △한국으로 귀화한 뒤 한류 전파에 영향력을 끼친 우즈베키스탄 출신 장엘리나(Karimova Elina) △케이팝 컨텐츠 제작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린 한국계 카자흐스탄 출신 모델 키카킴(Kika Kim) △필리핀 배우로 K-컨텐츠를 제작하며 한국 소개에 앞장 선 크리스텔 풀가(Kristel fulgar) 등이 참여했다. 인플루언서 6명의 구독자 수를 합하면 약 1억3500만명이다.
보신각 앞은 행사 시작 3시간여 전부터 시민들로 가득 찼다. 경찰에 따르면 종각과 세종대로 일대에는 약 1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젊은 부부들은 아이들을 목말 태운 채 인파를 뚫고 지나갔다. 주변 카페는 타종 행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두터운 패딩과 털모자를 쓰고 지름 12m 태양 모양의 구조물 '자정의 태양'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시는 이날 타종 행사 직후 '자정의 태양'에 불을 밝혀 여명의 순간을 연출했다.
시민들은 건강과 사업 성공 등 다양한 새해 소망을 빌었다. 경북 안동에서 왔다는 김호준씨는 "2023년은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한 해였다"며 "내년엔 새로 시작한 일도 빨리 자리 잡아서 안정적인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김태성군은 "2023년엔 여자친구를 만난 게 가장 좋았다"며 "내년엔 대학 합격해서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희망하기도 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온 김계현씨는 "2023년에는 도봉구 화재 사고를 비롯해서 각종 흉기 난동 사건도 있었다"며 "우발적으로 분노하는 사회가 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많은데 내년엔 안전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에서 온 박민서양은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무탈하고 평화로웠으면 좋겠다"며 "모두 행복할 수는 없어도 모두 조금 덜 힘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과 서울시는 이날 수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을 대피해 인파 관리 대책을 마련했다. 경찰은 인파 관리를 위해 종로·남대문경찰서 450명, 경찰 기동대 34개 부대 등 총 2490여명의 경력 인원을 투입했다. 서울시와 종로구도 직원과 교통관리 요원, 안전관리 요원 등 지난해의 약 2배 수준인 안전 인력 1100여명을 투입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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