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새해 선물 '12호골 폭발→득점 공동 2위'…토트넘, 본머스에 3-1 승리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손흥민이 아시안컵 차출 전까지 토트넘 홋스퍼 승리에 힘을 보탰다.
토트넘은 새해인 2024년 1월 1일(한국시간)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본머스와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12승 3무 5패 승점 39점을 기록한 토트넘은 5위를 유지하며 빅4 재진입 기회를 가져갔다. 반대로 7경기 연속 무패로 기세를 뽐내던 본머스는 이날 패배로 7승 4무 8패 승점 25점으로 12위에서 변동이 없었다.
토트넘은 12월 중순부터 뉴캐슬 유나이티드(4-1), 노팅엄 포레스트(2-0), 에버턴(2-1)전까지 3연승을 달리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개막 초기 10경기 연속 무패를 통해 리그 선두에 올랐다가 5경기 연속 무승 부진으로 굴곡을 겪었던 토트넘이 다시 반등한 시기였다.
박싱데이에서 연속 승리를 통해 빅4 재진입 가능성을 키우던 토트넘은 직전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과 1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했다. 후반 한때 0-4까지 밀리는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준 끝에 2-4로 무너졌다. 도움 1개를 기록하며 분전한 주장 손흥민이 이례적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순위를 떠나 모든 팀이 어려운 상대다. 브라이튼전 막판 15분처럼 경기하지 않으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브라이튼전이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신호가 됐으면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였다.
이틀의 재정비 시간을 가지고 본머스전에 나선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으로 임했다. 손흥민이 왼쪽 윙포워드에 위치했고 최전방 공격수는 히샤를리송의 몫이었다. 오른쪽 파트너는 브레넌 존슨이었다. 2선에는 지오바니 로 셀소와 로드리고 벤탄쿠르, 파페 마타르 사르가 섰다. 부상으로 오래 고생하던 벤탄쿠르가 깜짝 선발 복귀해 눈길을 끌었다.
주전 센터백 조합이 부상으로 이탈한 토트넘의 포백 수비는 데스티니 우도기, 벤 데이비스, 에메르송 로얄, 페드로 포로로 구성했다. 골문은 평소처럼 굴리엘모 비카리오 골키퍼가 지켰다.
이에 맞선 본머스는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리그 12골로 득점 공동 2위에 올라있는 도미닉 솔란케를 중심으로 루이스 시니스테라, 저스틴 클루이베르트, 마커스 태버니어가 2선을 구축했다. 3선은 라이언 크리스티와 루이스 쿡이 지켰고, 후방 포백은 당고 와타라, 마르코스 세네시, 일리야 자바르니, 아담 스미스가 호흡을 맞췄다. 골문은 주장 네투 무라라의 몫이었다.
손흥민의 득점포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경기는 손흥민이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합류하기 전에 치르는 마지막 일정이었다. 클린스만호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은 아시안컵 출전을 대비해 1월 3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차리는 전지훈련 캠프에 합류한다.
본머스전을 끝으로 토트넘을 잠시 떠나는 손흥민은 대표팀 차출 소식을 전하며 "중요한 시기 소속팀 일정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내게 아시안컵은 정말 중요한 대회"라고 양해를 구했다.
대신 본머스전 승리를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브라이튼전 패배를 앞장서 추슬린 손흥민은 득점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경기 전까지 리그 19경기에서 11골 5도움을 올리고 있던 손흥민은 브라이튼전에서 잠시 멈춘 득점포 재가동을 목표로 했다.
두 시즌 만에 다시 가세한 득점왕 경쟁을 고려하면 아시안컵 차출 전에 가능한 많은 골을 넣어둘 필요가 있었다. 이번 시즌 11골로 엘링 홀란드(14골•맨체스터 시티), 도미닉 솔란케(본머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이상 12골)에 이어 공동 4위에 올라있다. 아시안컵으로 6경기가량 결장하게 될 손흥민 입장에서는 결정을 지으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킥오프 2분 만에 손흥민이 슈팅을 시도했다. 본머스의 압박을 하프라인에서 풀어낸 토트넘은 존슨이 오른쪽을 돌파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손흥민이 반대편에서 빠르게 문전 쇄도를 했고, 존슨의 크로스에 왼발 슈팅을 연결했다. 그러나 부정확한 슈팅에 골문을 훌쩍 벗어났다. 골 기회를 놓친 손흥민은 얼굴을 감싸쥐며 아쉬움을 표했다.
손흥민은 계속 토트넘 공격에 관여했다. 1분 후 또 다시 오른쪽에서 넘어온 땅볼 크로스를 아크 정면에서 절묘하게 뒤로 흘려주는 판단을 했다. 본머스의 수비수들이 손흥민에게 집중하다 순간 히샤를리송을 놓쳤다. 다만 히샤를리송이 슈팅하는 타이밍에 로 셀소와 겹치면서 부정확한 마무리가 됐다.
본머스는 예상대로 솔란케를 통해 공격을 시도했다. 전반 7분 솔란케를 조준한 크로스에 이은 헤더로 공격 포문을 열었다. 솔란케는 머리에 볼을 갖다댔지만 바운드 된 후 비카리오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에 기회를 한 번씩 주고 받은 가운데 토트넘이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 9분 본머스의 네투 골키퍼가 후방 빌드업을 시도하다가 패스를 실수한 게 토트넘의 첫 골로 이어졌다. 압박을 통해 벤탄쿠르가 볼을 따냈고, 이를 이어받은 사르가 아크 정면에서 반대편 골문을 향해 낮게 깔아차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를 탄 토트넘은 전반 18분 손흥민이 왼쪽에서 전개한 공격이 본머스 수비에 막혀 뒤로 흐르자 에메르송이 기습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강력하게 날아간 볼을 네투 골키퍼가 힘겹게 쳐내야 했다.
손흥민에게 다시 득점 기회가 찾아왔다. 전반 25분 히샤를리송이 하프라인에서 침투 패스를 통해 손흥민이 단독 찬스를 잡았다. 상대 박스 왼쪽 안까지 파고든 손흥민은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는데 다소 약하게 맞았다. 네투 골키퍼가 다리를 오므리면서 막아내 득점에 실패했다.
뒤로 물러서지 않은 본머스는 전반 28분 솔란케가 슈팅을 통해 분위기를 내주지 않으려 애를 썼다. 이런 과정에서 사르의 부상이 변수로 떠올랐다. 첫 골을 넣고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주던 사르는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토트넘 의료진이 그라운드에 들어가 몸을 살핀 가운데 사르는 유니폼 상의로 얼굴을 감쌌다. 부상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는지 눈물을 흘렸기 때문.
사르도 이날 경기를 끝으로 세네갈 대표팀에 합류해 1월 2024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뛰어야 한다. 아무래도 이번 부상으로 네이션스컵 차출이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부상 아픔을 이해하는 손흥민이 사르를 안아주면서 위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르가 부상으로 나가고 올리버 스킵이 대신했다. 이때부터 토트넘은 본머스에 주도권을 급격하게 내줬다. 본머스가 맹렬하게 공격하고 토트넘이 수비하는 그림이 전반 내내 이어졌다. 솔란케에게 점차 기회가 주어졌으나 토트넘은 우도기가 몸싸움을 피하지 않으면서 위기를 넘겼다. 클루이베르트도 왼발 슈팅으로 토트넘을 위협했다.
사르의 부상 이슈로 한동안 경기가 멈춘 바람에 전반 추가 시간이 7분 넘게 주어졌다. 본머스는 솔란케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려 동점 기회를 날렸다. 슈팅 직전 데이비스가 몸을 날려 굴절시킨 게 효과를 봤다. 전반 막판 와타라가 부축을 받고 나간 본머스는 결국 후반 시작과 함께 막스 아론스로 교체해야 했다.
토트넘의 리드 속에 하프타임에 뜻깊은 행사가 진행됐다. 2012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10년 동안 토트넘의 골문을 지켜왔던 위고 요리스의 고별식이 펼쳐졌다. 토트넘 부동의 골키퍼로 손흥민,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 크리스티안 에릭센(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과 함께 전성기를 이끈 핵심 멤버였다.
37세가 된 요리스는 지난 시즌부터 노쇠화를 보여줬다. 결국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적 의사를 밝혔고, 토트넘도 그동안 노고를 인전해 자유롭게 행선지를 찾는 시간을 줬다. 토트넘은 비카리오 골키퍼를 영입하며 공백을 메운 가운데 요리스는 마침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 FC(LA FC)와 계약을 체결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미국 비자와 국제이적인증서(ITC) 절차가 끝나는 대로 요리스는 LA FC 선수가 된다. LA FC 회장 존 토링턴은 "요리스는 틀림없이 현 세대에서 가장 성공한 골키퍼였다. 검증된 위너인 요리스를 통해 우리는 성공적인 다음 단계를 모색할 것"이라며 "요리스 영입에 협력한 토트넘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요리스와 그의 가족들, 그들의 자녀가 LA FC에 온 걸 정말 따뜻하게 환영한다"고 했다.
행선지가 정해진 요리스는 이날 하프타임에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 팬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요리스는 밝은 표정으로 구단이 마련한 공로패를 받았고, 팬들도 큰 박수를 보냈다. 요리스와 이별하며 한 세대에 마침표를 찍은 토트넘은 하프타임 재정비 이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토트넘 후반 5분 위기를 맞았다. 코너킥 수비 상황에서 솔란케에게 단독 헤더를 허용했다. 다행히 비카리오 골키퍼가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막아내면서 실점을 면했다. 위기를 넘기고 갑자기 우박이 경기장에 떨어지기 시작한 가운데 손흥민을 통해 토트넘이 달아날 찬스를 만들었다.
손흥민은 후반 6분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 2명을 모아놓은 뒤 문전으로 절묘한 침투 패스를 연결했다. 히샤를리송도 타이밍 좋게 파고들어 골키퍼와 단독 찬스가 만들어졌는데 마무리가 부정확했다. 히샤를리송의 왼발 슈팅이 빗맞으면서 골문을 벗어났다. 손흥민의 6호 도움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토트넘은 좀처럼 경기를 지배하지 못했다. 계속 수세에 몰렸던 토트넘은 후반 14분 솔란케에게 또 위기 상황을 내줬다. 다행히 솔란케의 마무리가 골문으로 향하지 않아 안도했지만 불안한 형세가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토트넘은 벤탄쿠르를 불러들이고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를 투입해 중원 수비 강화를 노렸다. 본머스도 필립 빌링, 안토니 세메뇨를 투입해 공격으로 응수했다.
1-0 스코어가 계속 유지되는 가운데 손흥민이 후반 22분 욕심을 냈다. 왼쪽 진영을 홀로 돌파해 슈팅까지 연결할 심산이었다. 저돌적인 드리블로 박스 왼쪽까지 잘 진입한 손흥민은 왼발로 접은 뒤 오른발로 슈팅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대 수비에 읽히면서 허무하게 공격권을 내줬다.
손흥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 득점을 노렸고 후반 25분 성과를 냈다. 왼쪽서 볼을 받아 문전 깊숙하게 파고들었고 왼발 슈팅으로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2024년 새해 첫골 선물을 잊지 않은 손흥민이었다. 여러 부문에서 1호골 주인공하면 손흥민이었는데 2024년 토트넘의 출발에서도 손흥민이 이름을 각인시켰다.
더불어 본머스 킬러의 면모도 잘 보여줬다. 그동안 손흥민은 통산 본머스전 11경기 6골 2도움을 올렸고, 홈 5경기에서만 4골 2도움을 기록했다. 이날 득점을 더해 이제 본머스 상대로 7골, 홈에서는 5골을 터뜨리는 저승사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손흥민의 골을 라이브로 본 'BBC'는 "손흥민에게 계속 기회를 주면 안 됐다. 이번에는 더 냉정한 왼발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다"고 주목했다.
위기를 넘기면서 확실하게 승기를 잡은 토트넘은 후반 35분 히샤를리송까지 득점 대열에 가세했다. 존슨이 정확하게 연결한 크로스에 방향만 바꾸면서 3-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여유가 생긴 토트넘은 로 셀소 대신 에릭 다이어를 투입하면서 수비에 매진했고, 알레호 벨리스와 브리안 힐도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토트넘은 선수 교체로 다소 어수선한 후반 34분 알렉스 스콧에게 실점했다. 무실점이 물건너간 상황에서 토트넘은 지키는 데 중점을 뒀다. 다만 또 다시 변수는 부상이었다. 가뜩이나 이번 시즌 부상으로 여러 선수를 잃은 토트넘은 경기 막바지 벨리스마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벗어나야 했다. 벨리스도 사르처럼 벤치로 들어가며 눈물을 보였다.
교체 카드를 모두 사용한 토트넘은 남은 시간 10명으로 뛰어야 했다. 추가시간도 많이 지나 수적 열세가 길게 이어지지 않았으나 본머스의 맹공을 막는 데 다소 애를 먹었다. 후반 54분 스콧에게 재차 골망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오프사이드로 안도했다. 끝까지 최선의 방어를 선보인 토트넘은 본머스를 3-1로 제압하면서 브라이튼전 패배 충격을 빠르게 씻어냈다.
손흥민은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90분 동안 총 37회의 볼 터치를 했다. 평소보다 볼을 만지는 시간이 적었다. 그러나 패스 성공률이 높았다. 31번의 패스를 시도해 30번 성공시키면서 97%를 자랑했다. 히샤를리송이 놓쳤던 장면들에서 보듯이 키패스도 2개에 달했다. 공수 간결한 움직임을 보여준 손흥민에게 소파스코어는 8.0의 평점을 주면서 2개의 도움을 기록한 로 셀소(8.2점)에 이은 2번째 고평가를 했다.
또 다른 통계 업체 '풋몹'도 손흥민에게 7.9점을 부여해 로 셀소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후스코어드닷컴'도 로 셀소(8.2점)에 이어 손흥민에게 8.0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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