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좋았는데… 40대 ‘트럼프 대항마’의 추락 [UPDATE 2024]
안녕하세요. 1월 15일(현지 시각)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시작으로 미국 대선의 막이 오릅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 선거가 한국의 안보와 정치·경제·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우리는 피부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격주로 뉴스레터를 연재하며 지면 제약으로 다루지 못한 대선 관련 심층 뉴스를 전달드리고, 올해 3월부터는 미국 현지에서 선거 실황도 중계합니다. 뉴스레터 구독만으로 대선과 미국 정치의 ‘플러스 알파’를 잘 정리된 형태로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덟 번째 시간인 오늘의 주제는 한때 보수의 라이징 스타이자 ‘부인할 수 없는 트럼프의 대안’이라 불렸던 남자,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추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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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 예일대·하버드 로스쿨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 이라크전 참전과 무공훈장 수훈, 백신 접종 및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반대, 낙태와 총기 규제 반대, ‘정치적 올바름(PC)’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 디즈니 때리기, 재클린 케네디를 연상시키는 패션 센스를 갖고 있는 미모의 배우자와 단란한 가정 속 행복해 보이는 세 자녀까지….
여기 미국의 보수 유권자라면 좋아할 만한 스펙을 모조리 갖춘 한 남자가 있습니다. 1978년생 재선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똑똑한 트럼프’ ‘트럼프의 업그레이드 된 버전’이라 불리며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가상 대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뛰어넘는 결과도 종종 나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했죠. 그런데 30%를 넘던 지지율이 1년 새 10% 안팎까지 내려왔습니다. 트럼프의 아성을 넘지 못했고 막판 탄력이 붙은 니키 헤일리에게 밀려 2위 자리 수성(守城)도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도대체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미국 대선 레이스의 막이 곧 오릅니다. 이번 달에 ‘대선 풍향계’라 불리는 아이오와주에서 첫 코커스(1월 15일), 뉴햄프셔주에서 프라이머리(1월 23일)가 각각 예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잘나가던 디샌티스 캠프는 그나마 지지율이 괜찮게 나오는 아이오와주에서 선전해 바람이 부는 ‘기적’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지난달 CBS·유고브가 아이와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지율 여론 조사에서는 트럼프(58%), 디샌티스(22%), 헤일리(13%) 순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 시각) 디샌티스 캠프의 난맥상을 보도하며 “미국의 추락을 해결하겠다며 나섰지만 점점 더 많은 주변 사람이 ‘본인의 추락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했습니다. 측근 그룹에선 마치 호스피스를 연상시키듯 “이제는 환자를 편하게 해줄 때”라는 웃을 수 없는 농담도 나온다고 하네요. 이 캠페인의 ‘둠스데이’가 멀지 않았다는 비관적 전망이 팽배하다는거죠.
디샌티스는 2022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40년 만의 최대 격차인 19.4% 포인트 차이로 꺾으며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그해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뒤 시름하고 있던 보수 진영에 혜성처럼 등장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재선 도전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던 트럼프의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 캠페인을 시작한 뒤엔 좀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았어요. NYT는 “조언 그룹을 잘 신뢰하지 않는 성정 탓에 캠프 내 전략 혼선이 상당했고 그를 후원하는 ‘네버 백 다운(Never Back Down)’ 수퍼팩(Super PAC·특별정치위원회)과의 소통도 잘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급기야 11월 선거 모금 총책이 “목표 성취가 불가능하다”며 사퇴한데 이어 12월엔 선거 전략을 짠 제프 로(Jeff Roe)와도 결별하기에 이릅니다. 로는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 당시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을 ‘깜짝 1등’으로 만들며 초반 이변을 불러일으켰던 책사입니다. 삼고초려를 해서 모셔 왔는데 경선을 해보기도 전에 허망하게 가버린 겁니다.
디샌티스가 출마를 선언한 타이밍(5월 24일)이 패착이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해 겨울 트럼프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해 가장 취약한 시간(most vulnerable period)을 보내고 있을 때 디샌티스는 경기를 뛰지 못하고 사이드라인에 서 있어야 했다”는 겁니다. 여기에 트럼프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면 보수 유권자들이 다른 대안을 찾을 거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지지자들이 트럼프에 응집해 버리는 반작용이 있었죠. 강성 발언을 통해 ‘넥스트 트럼프’를 자처하던 디샌티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디샌티스 본인도 한 방송에 출연해 “내가 하나를 바꿀 수 있다면 트럼프가 기소당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 했어요. 여기에 8월부터 네 차례 있었던 공화당 경선 후보 토론에서도 헤일리에 밀려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디샌티스의 연설을 들은 사람들은 보수 유권자를 자극하는 ‘매운맛’은 있는데 마음을 움직이는 데까지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어요. 지난여름엔 ‘정신 건강 문제가 군 복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한 15세 소녀의 질문 도중에 끼어들고 나이를 소재로 농담을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죠.
물론 아이오와주 99개 카운티를 누구보다 열심히 밑바닥에서 훑었다는 드샌티스가 기적을 일으킬 가능성은 남아있습니다. 또 그의 나이는 아직 45세에 불과합니다. 이번 대선 캠페인을 하면서 ‘전국구’로 거듭난 만큼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차기, 차차기에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죠. 아마도 앞으로 상당 기간은 공화당의 주요 플레이어로 활약하며 이런저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지난달엔 민주당 진영의 잠룡이라 할 수 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장외 토론’을 벌여 그 자체로 화제였는데요. 혹자는 이를 ‘2024 대선 최고의 번외 이벤트’라 표현하더군요. 악시오스는 “2024년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됐든 야망이 있는 두 사람은 2028년에 잠재 매치업”이라고 했습니다. (뉴섬 주지사도 우리가 주목해서 봐야 할 인물인데 언젠가 이 뉴스레터에서 다룰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지난해 4월 최초 방한… 김동연 지사가 환대
여담입니다만 디샌티스는 지난해 4월 생애 최초로 방한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주지사 정도 되는 유력 정치인이면 보통 우리 정부 요인들과 만나기 마련인데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訪美)와 기간이 겹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1시간 정도 티타임을 하는 데 그쳤습니다. 오히려 야당 출신이자 플로리다주가 자매 도시인 경기도의 김동연 지사가 광범위한 경협을 제안하며 디샌티스를 제대로 챙겼다는 얘기를 들었죠. 김 지사는 “다음에 경기도에 있는 미군 부대와 DMZ(비무장지대) 일대를 둘러보자”며 재방한을 제안했을 정도로 적극적이었습니다. 미국 정치권에 얘기되는 뉴 페이스가 등장할 때마다 국내에선 ‘인맥 찾기’ 소동이 매번 반복되는데요. 디샌티스가 대권을 거머쥐든 그러지 못하든 지금부터라도 외교부나 주미 대사관 등이 나서서 적극적인 네트워킹은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디샌티스가 지난해 아시아 순방을 하면서 찾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 2개국이었는데요. 케이시 여사의 소셜미디어(SNS)엔 일본에서 찍은 사진만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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