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하>] 최병천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지역1당 독점 깰 것"
준연동형, 민주당이 20~25석 손해 보는 건 명백한 팩트
권역별-병립형, ‘권역 단위 3%’로 변경하면 소수정당 손해 없어
[더팩트ㅣ여의도=설상미 기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지역1당 독점체제를 타파하는 정치개혁의 흐름이 될 수 있다"며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22대 총선을 100일가량 앞두고 여야 내 선거제를 둘러싼 셈법이 복잡하다. 국민의힘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한다면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수 없는 만큼 기존의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입장이다. 현행 선거법이 유지될 경우 위성정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내걸었던 ‘위성정당 금지, 연동형 비례제’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과 의석수 손해로 인한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 소장은 지난달 21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좋았지만 지속 가능한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인 제도적 결함이 있다"며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거대 양당이 무조건 손해 보도록 설계된 제도로, 민주당이 20~25석을 손해보게 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를 뽑는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가 민주당 내 대안으로 떠올랐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추진한 선거 개혁안으로 꼽힌다. 병립형으로 돌아가 위성정당을 막되, 권역별을 적용해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정당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이 더 어려워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와 관련 최 소장은 "소수 정당 진입 가능성을 높이려면 봉쇄조항 ‘전국 단위 3%’에서 ‘권역 단위 3%’로 변경하면 된다"며 "그렇게 되면 소수정당은 크게 이익 보는 것도, 손해 보는 것도 없다"고 했다.
아래는 최 소장과의 일문일답.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정치개혁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비례성 강화 및 다당제 촉진과 지역주의 타파. 우리나라 정치개혁의 양대 축으로 볼 수 있다. 민주화는 지역주의와 함께 등장했다. 지역주의 타파는 김대중, 노무현의 꿈이었다. 권역별-병립형 제도는 지역주의 타파의 족보를 이어가는 거다. 반면 비례성 강화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이어졌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치개혁이듯, 권역별-병립형 역시 지역주의 타파라는 정치개혁의 흐름이 될 수 있다.
-소수 정당은 다당제 정치를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준연동형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다고 보는 게 더 맞겠다. 다당제가 좋으면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촉구해야 한다. 다당제 그 자체를 절대선(善)으로 간주하면 그런 움직임을 왜 비난하나.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다당제는 선이고 양당제는 악(惡)이라고 가정하는 것도 황당무계한 발상이다.
-그렇다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결함은 무엇이라고 보나.
제도적 결함과 정치적 유불리 문제가 있다. 근본 문제는 제도적 결함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형식적으로 독일식 제도를 모방했다. 그런데 독일식 제도와 현행제는 질적으로 다르다.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거대 양당이 무조건 손해 보도록 설계된 제도다. 기형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거다. 독일은 사민당이 됐건 기민당이 됐건 손해 보지 않는다.
-21대 총선 직전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 등 위성정당이 난립했다.
위성정당을 생각하지 못한 거다. 발상 자체가 꼼수다. 로직이 복잡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결과적으로 한 정당에서 지역구 당선자가 90명 이상이 되면 비례대표를 얻을 수 없게 만들어진 제도다. 그런 정당이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통틀어 두 개밖에 없다. 한 정당에서 지역구 당선자가 많이 배출될수록 손해 보게 설계됐다. 그럼 지역구랑 관계없는 정당을 하나 만들면 되는 거다. 그게 위성정당이다. 한쪽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거다.
-민주당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명분과 실리를 잃는다고 한다.
취지와 방법론 두 가지가 맞아야 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좋지만, 방법론이 매우 서투른 엉터리다. 특정 정당에게만 구조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만약 여야가 합의했으면 관계없으나, 국민의힘은 합의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우린 위성정당 만들래"가 된 거다. 그러니깐 민주당으로서는 선택지가 두 가지밖에 없다. 20~25석 손해, 위성정당 창당이다. 그런데 어느 정당이 선거에서 20~25석을 손해 보려고 하겠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는 좋았지만, 지속 가능한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인 제도적 결함이 있는 거다.
-정의당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도입시 봉쇄조항이 7%로 상향된다고 우려한다(*봉쇄조항: 비례대표제에서 일정 비율 이상 득표한 정당에게만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 현행 3%).
지역균형 가중치가 도입돼 수도권 16석(서울-경기-인천), 중부권 15석(충청-대구·경북-강원), 남부권 16석(호남-부산·울산·경남-제주)이 배분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중부권에서 한 석을 만들려면 최소 득표율 6.6%를 넘어야 한다(1 나누기 15). 수도권, 남부권은 6.25%를 넘어야 한다(1 나누기 16). 2020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득표율로 적용해보면, 중부권 (3.9%)의 경우 1석이 안 된다. 비례대표가 15석인 경우, 1석을 배출하려면 정당득표율이 6.6666%를 넘어야 한다. 정의당이 권역별-병립형을 도입할 경우, 봉쇄조항이 7%로 올라간다고 주장하는 논리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5개 정당이 2020년 총선에서 얻은 실제 의석수와 권역별-병립형, 지역균형 가중치의 시뮬레이션 의석수는 동일하다.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등 군소정당이 크게 이익 보는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더 손해 보는 것도 없다.
-소수 정당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없나.
현행 봉쇄조항 '전국 단위 3%'를 '권역 단위 3%'로 변경하면 된다. 엄밀히 말하면 소수 정당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권역 단위 3% 득표율을 얻는 정당에 1석을 우선 배분하면 된다. 그럼 녹색당도 원내 진입을 노려볼 수 있는 거다. 2020년 총선 득표율에 따라 지역균형 가중치를 도입해 적용했을 때, 민주당은 중부권에서 4.2석이 나온다. 만약 민주당이 TK(대구·경북) 출신 인사를 5번까지 배정한다면 TK 당선자가 민주당에서 5명이 나오는 거다.
-권역별-병립형 제도로 누릴 수 있는 '메기 효과'는 무엇인가
지역 1당 독점체제를 깨는 것에는 분명하게 도움이 된다. 대구·경북과 부울경의 국민의힘 1당체제를 깨고, 호남의 민주당 1당 체제를 깨는 것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대한민국의 3분의 1이 부패했다. 선거라는 게 인생을 갈아 넣는 거다. 최소 2억에서 5억을 써야 한다. 영남에서 함량 좋은 민주당 사람이 출마를 잘 안 하게 되는 거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우량주'가 비례대표로 들어온 후 다시 지역구에 도전할 수 있다. 권역별-병립형이 실제로 통과되면 한국 정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제도가 도입되면 무조건 박수받을 거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누구? 20년 넘게 진보 진영에서 활동한 정책통이다. 민주노동당 창당 발기인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19대 국회 민병두 의원실 정책보좌관을 거쳤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이후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부소장,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책《좋은 불평등》을 통해 진보 진영의 불평등 담론과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론의 문제점을 짚어 화제가 됐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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