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이 그려낸 이순신, 위대한 영웅·불행한 남자[TF인터뷰]
'노량'서 이순신 장군 役…3부작 시리즈 피날레 장식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계속되길"
김윤석은 지난해 12월 20일 스크린에 걸린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에서 조선 최고의 성웅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그는 "CG에만 800명이 붙어서 1년 넘게 작업했어요. 고생한 분들이 보람을 느낄 정도만 (흥행)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다. 176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한민국 최고 흥행 역사를 기록한 '명량'(2014)과 2022년 팬데믹을 뚫고 72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의 뒤를 잇는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다.
"이건 끝이 아니에요. 세계 2차 대전을 다룬 영화만 수백 편이 나왔어요. 임진왜란 7년 전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전쟁이잖아요. 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뛰어난 작품이 나오길 기대해요."
앞서 김한민 감독은 '명량'의 최민식이 용장(勇將: 용맹한 장수)이고 '한산'의 박해일이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이었다면 '노량'의 김윤석은 현장(賢將: 현명한 장수)이라고 정의하면서 "김윤석은 희귀한 존재였다"고 극찬했다. 이에 김윤석은 "왜 저런 이야기를 해서 오늘 이런 질문을 받아야 되는가"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말을 이어갔다.
"'명량'과 '한산'의 이순신도 용장과 지장이 다 있다고 봤어요. 다만 '노량'의 이순신은 기적적인 승리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후 피폐해지고 고독해진 모습이 있죠. 칭찬도 못 듣고 벌만 받잖아요. 그런 모습이 더 담겨 있어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김 감독이 그리고자 했던 이순신의 모습을 그리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요."
김윤석은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잘해야 본전"이라고 부담감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그는 신중하면서도 대담한 카리스마를 지닌 이순신 장군의 모습과 깊은 고뇌를 지닌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표현하면서 대체 불가한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장악했다.
"이 사람은 다 계획이 있구나 싶었죠. 이순신 장군에 대해 이보다 많이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줄줄 나왔어요. '명량'에서는 기적적인 승리, '한산'에서는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했다면 '노량'에서는 승리보다 전쟁의 의미가 더 중요했어요. 과연 전쟁이라는 것이 일어나야만 했는지 또 일어난다면 어디까지 가야 했는지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죠. '명량'을 만든 지 10년이 됐지만 한 20년쯤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계획 안에서 이순신을 연기하려고 했죠."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순간이다. 이는 작품 안에서 예상보다 더 담백하고 담담하게 그려지는 데 이를 연기하게 된 소감과 기분은 어땠을까. 이에 김윤석은 "김 감독과 '진실되게 표현하자'라고 했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방에서 싸우고 병사들의 아우성이 들려요. 절정에 오를 때 이순신 장군은 '싸움이 급하다. 내가 죽었다고 말하지 말라'고 최대한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말만 하는 거죠. 위대한 영웅이 죽었다고 해서 날고 있는 새가 멈추는 건 아니라고 봤어요. '싸움이 급하니 내가 죽었다고 말하지 말라. 이 전쟁을 이렇게 끝내서는 안 된다'고 빨리 말하는 장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려고 했어요."
그러면서 그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이후 오랜만에 재회한 여진구에 관해 "너무 믿음직스러운 친구죠. 제 아들로 출연해 줘서 고마웠고 더 멋있어졌더라고요. 액션도 잘하고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량'을 통해 배우와 감독으로 만났지만 '미성년'(2019)를 연출한 감독으로서 김 감독을 향해 존중과 존경심을 표한 김윤석이다.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3편으로 나눠서 찍겠다는 결심과 완성시키는 건 정말 대단한 감이에요. 한 편만 찍어도 10년은 늙어요. 끈기에 최고 점수를 주고 싶어요. 자료를 찾아보고 전투 지역에 가서 공부하고 정말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어요. 얄팍한 기발함이나 아이디어는 결코 오래가지 못해요."
또한 김윤석은 "누가 뭐래도 소신껏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분"이라고 이순신을 정의하면서 '노량'을 찍은 후 인물을 바라보는 생각과 느낌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가 이순신 장군의 존재를 알지만 이렇게까지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없었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시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표현했기 때문이다.
"7년 동안 일기를 쓸 만큼의 성실성과 본인이 맡아야 할 책임감. 또 누가 이렇게 할 수 있겠어요. 외국에서도 연구할 정도로 초인적인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를 더 알고 난 뒤에 더 이상 영웅이나 성웅으로만 보이지 않았어요. 700년 전 이 땅에 있던 7년간의 전쟁에서 군인의 신분으로 살아간 아주 불행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끝으로 김윤석은 '서울의 봄'으로 활력을 되찾은 극장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이제 '노량'으로 진격할 때"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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