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작은 학교의 건투를 빈다 [오늘과 내일/장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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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군 백련초에서 최근 내놓은 책 '코딱지'는 최근 읽은 가장 마음 아픈 책이었다.
전북에선 '작은 학교 살리기'를 내건 교육감들이 학생 한 명도 없는 '유령 학교'라도 문을 닫지 않았다.
결국 전북은 올해 한꺼번에 학교 9곳(초교 7곳, 중학교 2곳)의 문을 닫기로 했다.
서하초를 주제로 책 '시골을 살리는 작은 학교'를 쓴 김지원 씨는 "서하초의 경우 학교 살리기가 스마트팜과 창업 플랫폼 구축 등으로 이어지며 지역 살리기로까지 연결된 드문 케이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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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초 같은 학교-지역 살리기 늘어나길
“선생님은 불쌍해. 우리가 말을 너무 안 듣는대. 그래도 괜찮아요. 저희가 있잖아요.”(‘불쌍한 선생님’)
전북 부안군 백련초에서 최근 내놓은 책 ‘코딱지’는 최근 읽은 가장 마음 아픈 책이었다. 내용 자체는 전혀 슬프지 않았음에도 그랬다. 이 책은 이달 5일 폐교를 앞두고 재학생 8명에게 마지막 추억을 주기 위해 교직원들이 재학생들의 시와 그림을 묶은 것이다. 재학생 8명은 새 학기에 인근 하서초를 다니게 된다.
폐교는 재학생과 교사는 물론 지역 주민, 졸업생에게도 안타까운 일이다. 학교가 사라지면 청년층 정착이 힘들다 보니 지역 소멸을 가속화시키는 계기도 된다. 또 농어촌에서 학교는 단순한 교육 기관이 아니라 투표, 축제 등이 진행되는 구심적이다. 구심점이 사라진 지역사회는 활기를 유지하며 미래를 꿈꾸기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폐교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한 가지 방법은 학생이 있건 없건 폐교를 안 하는 것이다. 전북에선 ‘작은 학교 살리기’를 내건 교육감들이 학생 한 명도 없는 ‘유령 학교’라도 문을 닫지 않았다. 그 결과 최근 5년(2019∼2023년) 폐교 수는 5곳으로 인접한 전남(19곳), 경남(17곳), 충북(19곳), 충남(10곳)보다 훨씬 낮다. 문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전북은 올해 한꺼번에 학교 9곳(초교 7곳, 중학교 2곳)의 문을 닫기로 했다. 올해 전남 경남 충북 충남을 합친 폐교 수(6곳)보다 많다.
두 번째는 주거지 제공 등 파격적 혜택을 제시하며 학생을 유치하는 것이다. 전남 신안군 홍도분교는 지난해 6학년 3명뿐이어서 올해 재학생 ‘0명’ 위기에 놓였다가 전학생과 신입생 10명을 유치해 폐교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 대신 신안군은 입학·전학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방 2개 이상의 숙소와 월급 320만 원을 보장하는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아동당 연간 80만 원의 햇빛아동수당도 약속했다.
마지막은 학생이 찾아올 정도로 매력적인 학교와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경남 함양군 서하초의 경우 2019년 ‘학생모심위원회’를 만들고 학부모에게 주거지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원어민 영어 교육, 일부 과목 영어 수업, 전교생 해외연수 등 파격적 조건을 내걸어 학생 수를 2020년 10명에서 지난해 24명으로 늘렸다. 신귀자 교장의 열정, 졸업생과 지역주민의 성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 지원, 지역 기업의 학부모 채용 약속 등이 결합돼 폐교 위기를 벗어난 것이다.
폐교를 막는 세 방법 중 첫째는 미봉책이고 둘째도 지속가능성은 의문이다. 세 번째야말로 폐교를 막고 지역을 살리는 상책이다. 서하초를 주제로 책 ‘시골을 살리는 작은 학교’를 쓴 김지원 씨는 “서하초의 경우 학교 살리기가 스마트팜과 창업 플랫폼 구축 등으로 이어지며 지역 살리기로까지 연결된 드문 케이스”라고 했다.
다만 김 씨는 “모든 학교가 서하초 모델을 따라 할 순 없고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했다. 수도권 집중과 학령인구 절벽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무조건 폐교는 안 된다고 고집할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하초 사례는 폐교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교직원과 졸업생, 지역주민의 열정으로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새해 첫날 서하초 얘기를 하는 건 올 한 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놀라운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은 학교들의 건투를 빈다.
장원재 정책사회부장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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