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거미, '폭설도 뚫은' 듣는 자들의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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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엔 노래만 들으러 가지 않는다.
수도권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30일 오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가수 거미(42·박지연) 콘서트 '러브(LOVE)'의 객석을 관객들이 폭설을 뚫고 가득 채운 이유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거미의 노래를 20년간 들어온 이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마음의 언어가 멜로디와 연동해 전율을 일으킬 때 그게 거미의 노래가 됐고 이를 함께 들은 이들은 사랑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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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돌아오면' 등 히트곡 퍼레이드
정국 '세븐' 커버 등 화제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콘서트엔 노래만 들으러 가지 않는다. 노래가 품고 있는 추억을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수도권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30일 오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가수 거미(42·박지연) 콘서트 '러브(LOVE)'의 객석을 관객들이 폭설을 뚫고 가득 채운 이유다.
손꼽히는 거미의 가창력은 명불허전이었다. '지금 행복하세요' '어른 아이' 같은 본인 곡은 당연하다. 자신의 남편인 배우 조정석이 불러 히트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아로하'(원곡 그룹 '쿨')도 본인 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이날 또 다른 발군은 K팝 아이돌 커버 무대였다. 거미는 그룹 '블랙핑크' 지수 '꽃', 그룹 '뉴진스'의 '하이프 보이'를 재해석했다. 특히 그룹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세븐(Seven)' 무대가 돋보였다. 정국의 보컬 부분은 물론 미국 래퍼 라토가 맡은 랩 파트까지 직접 소화하며 남다른 그루브를 선보였다.
올해 댄스 챌린지 열풍을 일으킨 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의 '스모크'에서도 거미의 랩 실력은 이어졌다. 이후 이효리의 '치티치티뱅뱅',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까지 재해석 무대가 이어졌고 관객들은 모두 객석에서 일어나 이를 즐겼다.
최근 가장 K팝 아이돌의 노래부터 국내 아이돌 그룹의 원형질을 만든 팀의 노래까지 세대 통합의 순간이었다.
아울러 '그대 돌아오면'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등 거미의 대표곡들은 관객의 감성을 건드리는 R&B 발라드가 무엇인지 증명했다. 멜로디와 서사 모두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코드 전개가 화려하며 화성적으로 충만한 곡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30~40대 이상이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 들었던 노래들이 기억과 감각을 스쳐 지나가 마음이 죄다 열리는 듯했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거미의 노래를 20년간 들어온 이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거미를 최근 알았거나 그녀를 '조정석 아내'로 처음 인식해도 공유 가능한 혜택이다. 실제 겪지 못한 것에 대한 경험을 간접 체험하게 해주는 게 노래의 힘이니까.
그 경험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특히 돈독하다. 이날 공연장을 함께 찾은 모녀가 증명했다. 20대 초반의 딸이 거미를 좋아하는 50대 초반의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딸도 거미가 부른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 OST '유 아 마이 에브리싱(You Are My Everything)'를 좋아한다고 했다. 히트곡은 때도 잘 만나야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가수를 통해야 그 때도 찾아온다.
거미는 지난 2003년 2월1일 정규 1집 '라이크 뎀(Like Them)'으로 데뷔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연 콘서트 투어 '비 오리진(Be Origin)'으로 올해를 시작했다. 지난달 18~19일 광주에서 시작해 31일 한 차례 더 공연한 성남을 마지막으로 5개 도시 10회차 공연한 '러브'로 올해를 마무리했다.
사랑은 함께하는 이에 따라 그 의미가 부여된다. 이건 거미의 말이다. 마음의 언어가 멜로디와 연동해 전율을 일으킬 때 그게 거미의 노래가 됐고 이를 함께 들은 이들은 사랑을 나눴다. 20주년을 맞은 가수, 특히 공백 없이 꾸준히 노래해온 여성 가수는 드물다. 무엇보다 히트곡으로 추억만 갖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유연함으로 끊임없이 쇄신하고 소통해온 노력이 그녀의 20주년을 만들었다는 걸 이번 투어가 증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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