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의 희토류 쟁탈전, 이젠 드넓은 태평양 향할 때[해저자원 향한 새로운 도전]
어릴 적 학교 수업 시간에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금속 도구와 무기의 등장은 영토 확장과 농업 생산성 증대, 이에 따른 인구 증가를 일으켜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었다. 인류 역사 속 중요 대목에 이름이 붙을 정도로 금속 광물은 인류의 문명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인류는 20세기의 석유·가스 에너지 기반 제조업을 넘어 새로운 조류를 맞이하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과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기술을 떠받치기 위한 희토류·희소금속 등 전략 광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뜻이다. ‘신자원전쟁’이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통해 미국에서 직간접적으로 만들어진 배터리를 달고 생산된 자동차에만 보조금을 주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한 광물과 부품은 이제 사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유럽도 핵심원자재법(CRMA)을 제정해 유럽산 광물 비중이 낮은 배터리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보조금을 주지 않는 배타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리튬 매장량 부국인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도 리튬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신자원민족주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자동차와 반도체가 주력 수출품인 한국은 어떤가. 2차전지 핵심 광물의 경우 중국 수입 비중이 세계 최고(58.7%, 2020년 기준)이며, 희토류 영구자석은 중국 의존도가 88%에 달한다. 중국에 종속적이라 할 만하다.
이런 가운데 각국은 해양에서 자원을 캐는 일에 나서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정부와 기업이 심해 광물 채굴 면허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일본은 이미 한국보다 앞서 해양 희토류 채굴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2025년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미나미토리시마 섬 해역에서 상업적인 채굴을 할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2020년부터 태평양 전역 공해상에서 희토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 세계 24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해저지각 시추사업(IODP)’으로부터 태평양 전역 시추 시료 700여개를 무료로 제공받아 태평양에 희토류가 얼마나 매장돼 있는지, 특정 지역에는 왜 희토류가 많이 분포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그 결과 태평양 어디로 가야 많은 양의 희토류를 채굴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게 됐다.
앞으로는 희토류를 비롯한 해저 자원 개발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과 정확한 사전 연구도 시행돼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한 법적·사회적인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현재 각국은 핵심 광물들에 대한 정책 방향을 ‘자유무역’에서 ‘자원안보’로 틀고 있다. 광물과 에너지 자원의 95% 이상을 수입해야 하는 자원 최빈국인 한국은 희토류를 비롯한 자원의 공급망 다변화 없이는 지속적인 산업 성장과 에너지 전환 기술 확보를 보장할 수 없다. 각국의 심해 자원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지금, 우리 연구자들의 시선은 태평양 깊은 바닷속에 있는 희토류를 향하고 있다.
김병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저지질에너지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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