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불똥’ 튈라…떨고 있는 채권 시장
시장 충격 제한적 전망 속…업종·신용등급 따라 양극화 심화 우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 작업) 신청에 채권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금융권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는 크지 않지만, 투자심리가 악화될 경우 채권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24년 만기가 도래하는 일반 회사채 규모는 69조원에 달해 2023년보다 10조원 이상 많다. 시장이 처리해야 할 물량이 많은 만큼 약간의 리스크도 크게 확대될 수 있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 28일 신용등급 AA-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3.898%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0.060%포인트 하락했다. 신용등급 BBB-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도 전날보다 0.065%포인트 하락한 10.342%에 거래를 마쳤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도 같은 날 회사채 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최근 회사채 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금융권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금융권 대출은 직접 여신(5400억원)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4조300억원)을 포함해 4조5800억원으로 금융사 총자산의 0.09%에 해당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새해 채권시장에 미칠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새해 만기가 도래하는 일반 회사채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한다. 롤오버(만기 연장)를 해야 하는 물량도 그만큼 많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새해 만기가 도래하는 일반 회사채 규모는 69조8596억원어치다. 2023년 만기 물량 58조6028억원보다 10조원 이상 많다. 이 중 신용등급 A+ 이하 비우량 회사채의 규모는 18조1228억원이다.
일각에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업종과 등급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먼저 반영된 우려, 태영건설에 대한 제한적인 익스포저 규모, 정부의 발 빠른 지원책을 고려할 때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건설업종 추가 부실 가능성 및 제2금융권의 손실 우려로 여전채 및 하위 등급 중심으로 스프레드 간격은 재차 확대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시장 내 쏠림은 종종 뜻하지 않은 리스크를 불러오기도 한다. 예컨대 시중은행의 은행채에 ‘사자’가 몰릴 경우 제2금융권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 연구원은 “우려스러운 부분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PF 사업장 및 건설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조짐이라는 점”이라며 “건설업종에 대한 우려가 증폭됨에 따라 정상 사업장을 포함한 건설 부문에서 전방위적으로 투자 자금이 유출되고, 신규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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